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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호 2004년 5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漢字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모교가 금년부터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공용어격인 한자를 신입생에게 교육시키기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모교에 이어 경제5단체에서도 금년부터 각 회원사가 입사 시에 한자시험을 필수로 추가할 것을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영향력이 급신장 함에 따라 한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한자교육의 비중은 오히려 급락하고 있어 우리 나라는 어문학의 위기에 놓여 있다.  더구나 중국, 대만, 일본이 쉬운 한자를 상용하고 있고 북한도 이에 뒤질세라 정부주도로 사용하고 있는 이때, 한국만 한자를 외면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학술, 과학, 군사 등의 전문어를 이해할 수 없어 국민지식수준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漢字란 漢代의 文字 또는 漢族의 文字라는 뜻인데 한자는 漢代이전 이미 殷代로 소급된다. 어떤 민족이든 문자보다 말이 먼저 있게 마련이다. 문자를 나타내는 우리말을 살펴보면 「글」이란 어휘가 있다. 한자에는 글에 해당하는 어휘로서 「文字」가 있으나 「文」과 「字」가 문자를 나타내기 전에는 「契」 곧 「 」를 썼다. 契의 원형인 「 」(새길 계)자를 자세히 보면 나무(木)에 칼(刀)로 의사교신 부호 十,  ,   따위를 새긴 것이다.  이는 말을 한 者 자신의 기억 되살리기용 일 수 도 있지만 그보다도 자기(발언송신자)와 특정․불특정 당대 사람들(청언수신자)과의 쌍방간 약속, 곧 契約 때문에 새겨놓은 것이 글, 곧  이다.  그러므로  는 약속의 유형화된 전달수단(문자)이며 이를 수록한 고문헌인 說文에  를 「大約也」라 하였던 연유로 「木」 대신에 大約의 「大」를 부수로 삼은 「契」를 쓰게 됐고 契가 바로 문자의 뜻이 됐다고 볼 수 있다.  契는 「계」란 음 외에 「글」이란 음(예<&28145>契丹)이 있다. 東夷(韓民族)가 한자를 창시했다는 설이 근래에 유력하게 거론되어 심증이 굳혀져 가고 있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동방문자(漢字)의 최초명칭인 「글(契)」이라는 말이 동방 여러 민족 중에서 유독 우리 한민족만이 유구한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말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 그 문자를 창제했음이 뻔할진대, 「글」이란 말을 「契」이라는 문자로 나타낸 민족이 누구겠는가? 결코 漢族이 아닌, 바로 韓民族이다.  韓이 만들고 아직도 쓰고 있는 契(오늘날의 한자)을 「韓契」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漢나라가 만들지도 않은 漢字를 이제부터라도 제 이름 韓契을 되찾아서 그리 불러야 할 것이다. 契의 名付親(이름 붙여준 어버이)이며 창시자일수도 있는 우리가 漢字를 韓契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거늘 그 작업(漢字 뿌리찾기)을 우리 말고 누가 할 것인가? 漢族이 할 리 만무하고 王仁博士로부터 배운 大和族이 하진 못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훈민정음을 「한글」이라 불러, 두 글의 명칭이 음상으로 일치함은 우연이 아니라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표의문자 韓契과 가장 훌륭한 표음문자 한글을 병용하는 「最理想文字享有民族」이다.  우리 국어는 韓契(뜻글 70%)과 한글(소리글 30%)을 조화(한글 사용의 점진적 증대와 韓契 사용의 불편 없는 한도로의 축소)시켜 두 글의 장점만을 구사하는 세계 으뜸가는 글이 될 수 있다. 그 중대하고 시급한 작업에 우리 나라의 엘리트를 양성 배출하는 모교의 교수진과 학생 그리고 우리 동문들이 적극 동참할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