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호 2008년 10월] 기고 감상평
우리 국어의 문제점과 그 대책

국어의 중요성은 국민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며 사고력을 키우는 도구라는 데 있다. 그런데 한글專用 이후, 국어의 疏通力이 약화되고 한국인의 국어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국가민족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동안, 각종 조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질 때 우리 학계나 정부는 문제만 제기하고 그 근본원인과 대책에는 聖域化된 한글전용정책에 묶여 논의마저 기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그 문제의 원인에 대한 논의를 미뤄오는 동안, 국민의 국어구사능력과 국어환경은 점점 악화될 뿐이었다. 거리를 꽉 메운 상점 간판들은 뜻 모를 문자로 바뀌었고 신문 잡지 등 출판물도 한자를 쓰지 않는 대신 國英混用이 자리를 튼튼하게 잡았다.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하는 말도 말의 뜻을 몰라 말이 왜곡되거나 `이 제품의 품질이 좋으세요' `이 칩의 용량은 2기가세요' 라는 등 엉망으로 변질했다. 얼마 전 TV프로에 나온 모 원로배우는 한글專用으로 우리말이 모두 短音化돼 臺詞 전달이 안 되는 사례를 소개한 일도 있다.
한글專用 정책은 한글만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점과 국어의 소통력이야 어떻든 우리나라 고유문자의 專用만이 애국이라는 것이 근거였다. 냉정히 돌이켜 생각하면 고유문자의 귀중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2천년도 넘게 써온 漢字의 우수성을 부정하고 국어에서 제외시킨 것은 지극히 편협하고 무리한 일이었다. 한자를 모르면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지장이 없지만 학문이나 시사영역에선 그 용어가 대부분 한자어이므로 의미가 불통하는 지장이 막심하다. 국어의 구조적 성격에 反해 한자는 우리 고유문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국어표기와 교육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민을 한자문맹화한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거대한 블럭인 한자문화권에서의 고립을 자초한 치졸한 언어문화정책이었다고 할 것이다.
한글전용이 만능이 아님을 알았다면 漢字도 한글처럼 국어에 필요한 문자(즉 國字)로 인정하고 정상적 국어교육을 통해 국민의 국어능력을 키우도록 함이 옳았을 것이다. 국어에 필요한 한자는 중국한자나 일본한자와는 訓과 音에서 다른 固有性이 있다. 특히 이 漢字는 그동안 한민족의 歷史를 기록해 왔고, 우리말 중 약 70%인 漢字語를 구성하며, 우리 민족의 姓名文字이고, 우리나라 憲法을 成文化한 문자이다. 서울이 수도가 된 지 약 6백년이라면 韓國漢字는 國字로 사용한 지 2천년이 되므로 관습헌법상의 國字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專用정책으로는 국어의 不通性을 점점 深化시킬 뿐이며 그 폐단이 쌓이면 국어는 경쟁력을 잃고 傳統文化는 문화발전의 힘을 잃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온통 영어교육에 몰입하고 국어에 國英混用이 자리를 굳혀가는 현상도 국어의 경쟁력 弱化와 전통문화 붕괴의 결과이다. 파행화된 국어를 正常化시키고 국민의 추락한 국어능력을 회복시키려면, 더 늦기 전에 李明博정부가 국어의 소통력 약화와 한국인의 국어능력 실추의 근본원인이 한글專用 정책하에서 漢字교육을 배척함으로써 국어 그 자체의 소통력과 국어교육의 실효성을 도외시해 온 데 있음을 밝혀내 漢字를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학습하는 방향으로 관련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