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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2008년 10월] 뉴스 모교소식

서울대 개교 원년은 1895년




 역사는 문화유산의 집적이며 정신사의 총화인 동시에 인류문명이 계승 발전해 온 발자취라 할 것입니다. 미래에의 지향, 과거의 현재화 그리고 현재의 자기좌표의 정립은 역사의식의 바탕 위에서 이뤄집니다. 위와 같은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할 때 서울대학교의 현재의 자기 좌표를 정립함에 있어서 그 개교의 원년 내지 남상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혹자는 `국립서울대학교'라는 이름의 교육기관이 만들어진 것은 광복 후 미군정기인 1946년 8월 21일에 재조선 미국 육군사령부 군정청 법령 제102호인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이하 군정법령 102호 국립서울대학교 설치령이라 약칭한다)을 근거로 한 것이므로, 그 개교 원년을 1946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위 군정법령 제4조(기존 법령의 폐지 보류 규정), 동 법령 제5조(국립서울대학교의 흡수에 의한 기존학교의 폐지)의 규정에 의해 국립서울대학교에 흡수된 학교와 그 소속기관의 재산, 설비, 문서, 자료 및 인원은 국립서울대학교에 이관된 터이므로 동 조항의 흡수대상 학교인 (가)경성경제전문학교, (나)경성치과전문학교, (다)경성법학전문학교, (라)경성의학전문학교, (마)경성광산전문학교, (바)경성사범학교, (사)경성공업전문학교, (아)경성대학, (자)경성여자사범학교, (차)수원농업전문학교의 설비, 문서 및 인원은 모두 국립서울대학교에 이관됐던 것입니다.
 또한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 국립서울대학교에 흡수된 여러 전문학교 중 그 개교 원년이 가장 오래된 경성법학전문학교(1895년 3월 대한제국 칙령 49호로 설립된 법관양성소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와 경성사범학교(1895년 대한제국 칙령으로 설립된 관립 한성사법학교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가 개교를 한 1895년이 곧 현재의 `국립서울대학교'의 개교 원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일제에 의해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을 국립서울대학교의 전신으로 보는 것은 민족정기의 선양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광복 후 1945년 10월 17일자로 미군정청은 경성제국대학을 경성대학으로 개칭했고, 1946년 6월 12일에 경성대학 예과를 폐지한 데 이어 1946년 7월 13일에 국립서울대학교 신설을 발표하고 동 8월 21일자로 미군정법령 102호로서 경성대학을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제해 흡수 합병하게 된 터이므로 형식상 국립서울대학교는 일제가 세운 경성제국대학을 직접 흡수한 것이 아니라 광복 후 새로 개편된 경성대학을 흡수한 것이므로 형식상으로나 실제적으로 민족정기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없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립서울대학교는 위의 흡수한 여러 학교의 법통을 이어 받은 것이고 그 결과 위 여러 학교의 독자적인 `역사'를 그대로 전수받았으므로 이를 곧바로 국립서울대학교의 역사로 간주하고 따라서 국립서울대학교의 개교 원년은 당연히 위 흡수된 여러 학교의 개교 원년과 같다고 봐야 합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1636년 개교 당시 목사 양성소였던 것이 오늘의 종합대학이 됐고, 그 개교 원년을 1636년으로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히도쯔바시(一橋)대학은 1875년에 상법강습소로 시작된 것을 개교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세계 유수대학의 상당수가 특정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소규모의 양성소 또는 소규모의 전문학교의 개교 시기를 개교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역사에 단절은 있을 수 없습니다. 동일성과 계속성이 있는 한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자기 좌표 정립의 밑거름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이에 1895년을 `서울대학교'의 `개교 원년'으로 재설정해 1백년을 넘는 한국 지성의 요람임을 확인 선언함으로써 안으로는 근대적 교육기관으로서의 긍지를 되살리고, 밖으로는 역사가 오래된 외국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지난날을 거울삼아 미래를 창조하는 繼往創新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2015년에는 서울대 1백20주년 즉, 두 번째의 환갑을 기념하는 행사를 할 것을 공식 제안을 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