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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호 2008년 9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감동의 베이징올림픽




 

 한가위다. 수확의 계절처럼 우리 모두 넉넉한 일상을 보냈으면 좋겠다. 추억과 상상으로 씨줄과 날줄을 잇는 것이 인생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 베이징올림픽의 이런 장면들을 추억하는 것 또한 아름답고 힘찬 기운을 우리한테 꼭 전해줄 것 같다.

 # 장면1 : 여자핸드볼 3~4위전 종료 50초 전, 한국이 헝가리를 33 대 28로 앞선 상황이었다. 임영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마지막 남은 시간을 뛸 선수들 이름을 불렀다. `오영란' `오성옥' `허순영' `홍정호' `박정희'. 모두 30대 고참으로 엄마선수들이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올림픽무대엔 더 이상 설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눈물로 쓴 `우생순 2탄'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올림픽에 오기 전, 뛰면서도 `이게 마지막이구나' 선수촌 카페 앞에 가서도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모든 게 다 마지막이구나' 이런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들은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어서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 장면2 : 8월 24일 오전 10시17분56초. 39살 이봉주가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 마라톤 결승점을 밟은 시각이다. 2시간17분대 기록으로 비록 28위에 그쳤지만 39번째 마라톤 완주였다. 초반 아프리카 선수들의 빠른 페이스를 쫓아가지 못해 40위권으로 밀려난 그는 막판 특유의 지구력을 보이며 10명 이상을 제치고 20위권에 진입했다.

 # 장면3 : 9전 전승의 기록으로 우승한 야구대표팀의 우승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국민들 성원이 함께 이룬 교향악이었다. 당시 신문제목들이다. `세계야구 천하통일, 베이징의 전설' `하나 된 4천8백만, 함께 뛰고 함께 웃었다' `야구의 마지막 올림픽, 한국 최초 금메달' `끈끈한 팀워크의 힘, 미국 쿠바 일본 콧대 납작' `한방 이승엽 국민타자 존재감, 류현진 김광현 국제급 괴물로' `상대 허찌른 역발상 승부사 김경문 감독' `선수들 벅찬 소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랬다. 8월 넷째 토요일 밤 대한민국은 한여름 밤의 열기를 그렇게 감동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못 숙연해진다. 승부의 세계가 감동의 순간으로 이어질 때 가능한 일들이다.

 올 한가위 이런 상상 또는 추억은 또 어떨까?

 30~40년 전 우정을 나누던 그때 그 친구, 둘이 간신히 걸어다닐 코스모스길, 초가을 따가운 햇살, 고추잠자리, 그 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