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호 2008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멀리 보고 유연하게
총동창회 주최 `동문 바둑대회'가 올해도 동문 및 재학생 2백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바둑은 누가 상대의 수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읽고 적절히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론에 제아무리 능하고 과거 유명 對局의 수를 귀신처럼 복기한다 해도 실제 승부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도 책에 나온 것 혹은 과거 대국과 똑같게 두지 않는 까닭이다. 경제 예측이 어려운 것은 수시로 달라지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작용하는 탓이라고 한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전략은 물론 태도나 표정에도 좌우되고 컨디션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에도 영향을 받는다.
세상과의 승부도 다르지 않다. 미래 예측은 실로 어렵고 처세와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조직의 성격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것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안정기의 리더십과 위기의 리더십이 다르다고 하듯 어떤 조직 어떤 상황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처신이나 대처하는 방안도 바뀌고 수위 또한 조절돼야 마땅하다.
서울대인의 능력과 자질의 우수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없다. 다만 구성원간 화합과 충성도, 소통 문제에선 아쉬운 점을 토로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실력 및 열정과 도전의식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지만 양보와 타협,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성과 상황 적응력 면에선 2% 부족한 경우들이 있다는 얘기다.
격변의 시기다. 지식 못지 않게 지혜도 소중하다. 승리를 위해선 치밀하게 세웠던 계획이라도 상대와 주어진 여건에 따라 수정하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실수에 얽매이지 않고, 끈기있게 밀어붙여야 하는 바둑의 법칙은 세상사는 법칙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꾸준히 실력을 쌓고, 멀리 내다봄으로써 일희일비하지 않고 뛰기 위해선 간혹 움츠리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탄력성을 발휘할 때 서울대인의 앞날은 더더욱 빛날 것이다. 〈朴聖姬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