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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2008년 7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서울의 아파트, 획일은 가라!



초등학교 미술교사가 학생들에게 자기의 집을 그리라고 했다. 아파트에 거주하
고 있는 학생들이 실내의 모습을 그려야할지, 아파트의 棟을 그려야할지 망설이
는 표정이었다. 일부 학생은 거실이나 자기 방을 그렸지만 대부분은 아파트의 
외관을 그렸고, 그 결과 그림은 대동소이했다. 이러한 획일적인 풍경 속에서 우리
 어린이의 창의성이 계발될 수 있을까? 윈스턴 처칠 경이 말했다.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집은 사람을 만든다.”

 서울시는 `똑같은 모양, 같은 높이의 성냥갑 아파트는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
다. 무개성 하고 몰취미한 박스형 아파트를 탈피해 `창의적으로 디자인 된 공동
주택',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아파트' 건설의 비전을 발표
한 것이다. 과거 우리의 아파트가 동일형태의 반복을 통해 질서를 부여했다면, 이
제 서울은 서로 다른 형태의 구성을 통해 긴장된 조화를 추구할 것이다. 다양성 
속의 통일성, 통일성 속의 다양성으로 아름답고 창의적인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동별로 층수를 달리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구성한다는 것이니, 이는 
바로 자연을 닮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자연과 건축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조율하는 일은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기본이다. 셋째는 아파트의 최하층과 최
상층 같은 기피 층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모든 층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미적 가치와 거주 편의를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의도이다.
 
 마지막으로 한강변에 연립한 병풍형 아파트를 개선한다는 것이니, 이제 서울
이 개발의 논리를 넘어 자연경관과 인간을 함께 섬기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것이
다. 병풍아파트가 한강뿐이랴? 청계천 복원 때 철거했던 삼일아파트도 도심형 병
풍아파트였다. 한강의 경우는 한강의 기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세웠
고, 청계천 변의 아파트는 그 너머의 황량한 풍경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이었다.

 서울은 이제 새 모습으로 거듭나려 한다. 그러나 주거문화의 향상은 도시경관
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넘어 시민의 정신적인 환경까지 업그레이드될 때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아파트는 본질적인 변화보다는 팰리스, 캐슬 등 귀족 이
미지와 고급 브랜드화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도시를 지향한다면 생태형 
아파트, 전망형 아파트, 여가형 아파트, 유비쿼터스 아파트 등 다양한 개념의 집
합주거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계단형 아파트와 옥상 공원화의 여러 유형을 볼 수 있고, 독일을
 비롯 유럽 여러 나라들이 실천하고 있는 생태아파트는 자연경관의 스카이라인
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일체화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두바이 같은 신흥 랜드마
크형 도시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24시간 내내 조망이 달라지는 회전아파트를 건
설하고 있다. 또 아파트의 단점을 보완하고 단독주택이 지닌 장점을 수용한 새로
운 타운하우스도 개발되고 있다.
 서울은 吳世勳시장의 정책키워드 `창의시정'이 한강과 남산, 광화문과 동대문,
 일상의 거리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획일의 시대는 가고 창의성과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민의 예술적인 감성이 계발되고 어린이들도 저마다 다른
 모습의 집을 그리게 될 날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