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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2008년 7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선·후배의 대화와 소통



 모교 축제에서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려다 몇 사람이 다쳤다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듣는 날 필자의 기억은 3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잊고 있었
던 대학의 축제, 젊은 청춘들의 창의와 열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날들, 
평소 용돈을 아껴 이 날만은 마음껏 쓰자며 막걸리, 혹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는 많은 행사를 보고 즐기고, 그러다가 싫증나면 나무그늘
 같은 데에 누워서 마음껏 하늘도 보던 그런 때…. 그러나 1975년 관악산 교정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그 해 5월의 축제는, 긴급조치 7호에다 농대 김상진 열사
 할복 등으로 열리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당시는 축제라는 것을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힘든 때였다고 해야 할 것이지만 4학년으로서 마지막 축제를 놓친 
아쉬움이 어찌 없을 수야 있겠는가?

 동창회 행사 등으로 모교 교정을 찾을 기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쩌다 
들러보면 졸업 후 32년이나 지난 관악산 교정은 너무나 변한 모습이다. 길에서 
스치는 후배들도 우리와는 다른 인간들이 아닌가 싶고, 그들과 말이 통할까 걱정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에 탐닉하는 요즈음
 대학생들을 놓고 소설가 李外秀씨가 20대는 죽었다고 외치는 것도, 후배들의 생
활이 우리 때보다 더 삭막하지 않나 걱정을 하는 것도, 기실 후배들의 생활의 실
상을 모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쩌면 한참 나이 든 우리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해 줄 얘기들이 있지 
않을까? 사회라는 데 나와서 몇십 년을 살아왔고 나름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
은 사람들이 한창 꿈이 많은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해 줄 것이 있지 않을까? 
혹 정치에 뛰어들거나 해서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많이 다른 경우라 해도 또 거
기에서 뭔가를 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축제라는 아름다운 시간에 혹 선배들이 후배
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얼마나 좋을까! 축제 일정도 선배들이 공유
할 수 있도록 인터넷 등에 게시를 하고, 혹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선배들
을 큰 자리든 작은 자리든 불러 대화를 갖게 하면 뜻이 있지 않을까? 동창회라는
 엄숙한 자리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축제기간동안 후배들 사이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고….
 요는, 후배들과 선배들이 대화를 하고 요즈음 화두처럼 `소통'을 해서, 선배로
서는 후배들이 더 잘 클 수 있도록, 후배들은 선배로부터 작은 것이라도 배우고 
얻어서 자신의 영양소로 삼는다면 관악산 5월의 모교 축제는 인파에 의한 사고
소식보다도 다른 이유로 해서 일반인들에게 더 멋지게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