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호 2008년 6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광우병 괴담과 公論
여고생 괴담으로 극장가의 주목을 끌었던 괴담이 요즘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촛불집회가 초등학생들까지 나선 가운데 서울 한복판 밤하늘을 여러 번 밝혔다.
발단은 한·미 협상타결에 따라 수입될 미국산 쇠고기가 과연 광우병에 안전한가를 다룬 한 TV매체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촉발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된 요지는 이렇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광우병 환자 2백7명 모두가 MM이라 불리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미국 등 서양인은 인구의 35%만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비해 한국인은 95%나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광우병 환자 2백7명 가운데 동양인이 한 명뿐이라는 사실 등을 분석하면 과학적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논리의 비약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힘없이 주저앉는 일명 다우너(downer)들의 화면을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방송했다가, 결국 언론중재위로부터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음을 보도하라는 결정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인터넷 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5%나 된다더라”는 등의 광우병 괴담은 마구 퍼져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조류독감(AI) 때문에 닭고기를 꺼려하던 학부모들은 쇠고기 공포증까지 겹치자,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급식에서부터 먹거리 비상에 걸리고 말았다.
물론 이처럼 사태가 악화된 원인으로 우리 대표단의 협상력 부족은 매섭게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에 대한 논쟁과 검증은 가급적 과학적 방법에 의해 냉정하게 접근돼야 한다. 아무리 감성시대라고 하더라도 괴담이 얘깃거리 수준을 벗어나 사회적 공론으로 둔갑하는 순간, 우리사회의 안정은 뿌리 채 흔들리고, 모처럼 복원된 한·미 동맹관계까지 삐걱거리게 될 것이다.
때마침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미주동창회 평의원회의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두 나라 동문부터라도 광우병 괴담이 더 이상 활개치지 못하도록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관한 과학적이고도 진지한 공론의 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