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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호 2008년 5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Global SNU 위한 비전·과제



 `글로벌 SNU' - 국내 최고의 대학을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변모시키겠다는 李長茂총장의 의지가 바로 이 말에 담겨 있다. 사실, 서울대는 국제화를 발전목표로 설정하기 이전에도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만찮은 내부 역량을 쌓아 오기는 했었다. 단지 그것이 어떤 기폭제를 만나지 못해 웅크리고 있는 형국이었는데, 지난 4~5년간 대학 집행부의 의지가 국제화에 모아지면서 새롭게 웅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것이다. 자랑같지만, 공대, 경영대, 자연대, 의대, 약대, 치대, 국제대학원은 이미 세계 수준급 역량을 갖췄고, 다른 단과대학들도 꽤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에 올라 있다. 공대와 자연대는 세계 20위권에 진입했고, 경영대는 10위권을 목표로 뛰고 있으며, 의대가 만들어내는 SCI급 논문은 서울대 전체의 30%에 근접할 정도다. 아시아의 인재들이 극동에 위치한 서울대로 유학하거나 연구원 및 교수로 올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총장님을 모시고 외국 대학을 방문하면 이미 영접 태도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2007년 영국 The Times의 평가에서 서울대는 51위를 차지했는데, 아마 이런 속도로 나가면 곧 30위권으로 진입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세계 30위권에 진입하는 것, 다시 말해, 명실공히 세계 일류대학이 되려면 우선 교수들의 태도변화가 요구된다. 이것을 심적 태도(mindsets)라고 한다면, 강의실 자체가 다인종화되기를 재촉해야 한다. 다인종화는 서울대 학생들의 내향적 태도에 충격을 가할 것이고, 이들의 갇힌 마음을 열어 세계 무대로 시선을 향하게 만들 것이다. 교수들 역시 국내 교수들을 넘어서 세계 학문을 좌우하는 석학들을 경쟁 상대로 삼을 만큼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동종교배로 비유되는 혈통주의적 관행을 버리고 우수한 외국교수를 초대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단행되는 1백인 외국교수 초빙프로젝트는 서울대 60년 역사에 가장 중대한 획기적 사건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2년 동안 대외협력본부는 20여 가지 이상의 국제화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외국학생이 1천3백여 명으로 증가했고, 영어 강의가 13.6%로 급증했다. 서울대 학생들도 재학기간 동안 적어도 한 학기 정도는 외국대학에서 수학하고자 하는 의욕이 늘어났다. 인턴십을 다녀온 학생들은 마인드 자체가 변했음을 즐겁게 토로하고 있다. 캠퍼스에 외국교수들과 외국학생들이 흔하게 발견돼야 진정으로 국제화가 본격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것인데, 이런 점에서는 할 일이 무척 많이 남아 있다. 외국인들이 아무런 불편없이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개선을 하는 것, 강의 메뉴를 늘려 더 많은 외국학생들이 서울대 학생들과 섞여 토론하도록 하는 것, 이들간에 한국, 아시아, 세계, 나아가 인류사회의 공영과 평화를 위한 거창한 꿈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국제화의 목표이자 이상이다.
 
  `Global SNU'는 RNI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성공의 관건이 있다. 자원(Resource), 협력망(Network), 제도(Institute)의 삼각편대가 제대로 갖춰지고 서로 상승효과를 내야 멋진 비행을 연출한다. `자원'은 서울대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의 극대화, `협력망'은 세계 수준의 대학간 교류망 확충, `제도'는 교내 여건의 개선을 각각 의미한다. 점심 먹을 마땅한 곳이 없어 망설이는 외국학생들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외국학생 유치 장학금이 없어 우수한 인재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은 안타깝다. 적어도 5백여 명의 우수 인재를 외국에서 유치하는 과감한 투자전략이 필요하고, 적어도 1천여 명의 서울대 학생을 외국에 파견하는 혁신적 프로그램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화의 성공 여부는 RNI의 삼각편대를 얼마나 잘 운영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