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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2008년 4월] 기고 감상평

방화혐의자 호칭과 `氏'字의 사용


 얼마 전에도 여학생을 추행한 파렴치한 악질교사의 범죄사건이 터지자 신문들은 `여학생 추행사건으로 모 학교교사 ○○○씨 구속'이라고 대문짝만 한 표제를 달더니, 지난 2월 10일 대한민국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불태워 버린 천인공노할 방화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신문, TV, 라디오들이 일제히 `숭례문 방화혐의자 ○○○씨를 수배 중'이라는 투로 이름에 꼭 `씨'자를 넣어서 보도했다.
 문제는 이 경우 그 이름에 `氏'자를 붙이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씨'자는 `성년이 된 사람의 姓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해 부르거나 이르는 말'인데, 이 호칭을 아무 데나 마구 붙이는 우리 관행은 높이거나 대접해 칭하는 `씨'자를 욕되게 할 뿐 아니라 특히 국민들의 정의로운 감정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이 관행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인권존중사상에서 비롯한 줄 안다. 그러나 우리보다 인권보호가 철저한 서양이나 우리 문화와 비슷한 일본의 언론을 살펴보면 혐의자의 이름에는 예컨대 장관, 간사장, 의원, 사장 등 직함을 붙이거나 이름에 바로 `혐의자 또는 용의자'로 칭할 뿐이고 결코 우리의 `씨'자와 유사한 Mr.․さん․樣․君 등을 범죄혐의자의 이름에 붙여주지 않는다. 즉 일본은 `△△사건 용의자 ○○○를 수배 중', `○○○수상 △△사건에 혐의', `○○○혐의자'와 같이 표현하고, 서양의 신문과 방송은 `Police said Chae committed the crime…. Chae argued that….'로 쓸 뿐 절대로 Mr. Chae라고 부르지 않는다. 언론이 범죄혐의자의 이름에 높임말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2만불 소득시대를 목전에 둘 만큼 물질적인 생활에선 윤택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물질 이외의 면은 반대로 많이 허물어졌다고 느끼는 것이 부정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금전만능 사조에 의해 존경의 대상이 물질화, 천민화되고 국민의 정의감과 존경심이 퇴색됐으며 심지어 人心 속에서 선악의 기준도 변질돼 가는 점이다. 요즘은 매스컴이 지도층 인사의 독직범죄사건을 크게 보도해도 국민들의 놀라고 公憤하는 반응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착각일까?
 어떤 사람은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의 혐의자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이름에 `씨'자를 붙여서 외적으로 높여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호칭의 名과 實이 맞지 않는 경우가 아닌가! 명실상부하게 호칭을 바로잡아야 사회의 말들이 이치에 맞게 되고, 말이 이치에 맞아야 일이 이뤄질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위정자가 되면 `호칭을 바로잡는 일'을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씨'자의 호칭이 사람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면 `씨'자는 우리나라처럼 아무렇게나 붙여도 좋은 가벼운 말이 결코 아니다. 이는 하루빨리 외국의 용례도 비교해 보면서 名과 實이 합치하도록 언론인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