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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2008년 4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로스쿨을 둘러싼 걱정거리들



 내년 3월이면 이른바 로스쿨이 문을 연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법률가 양성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만큼 걱정도 많다. 잘못하면 실패할지도 모른다. 로스쿨에는 법령에 의한 온갖 족쇄가 채워져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대학별 최다 정원을 1백50명으로 못 박고 타 대학교 출신을 3분의 1 이상 선발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로스쿨로의 변환이 성공하려면 대학의 자율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것이 로스쿨의 요체이다.
 3백명의 학생을 받아 가르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대학 보고 1백50명만 가르치라고 짓누르는 것은 로스쿨의 의미를 망각한 처사이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로스쿨이 많이 생겨서 선의의 경쟁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앞서 나가는 대학을 뒤로 잡아끌어서 지역 균형을 맞추는 것은 침대 길이에 맞춰 사람 다리를 자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서울대는 한국의 간판 로스쿨로 세계의 여러 명문 법과대학이나 로스쿨과 경쟁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법률가가 3백60여 명에서 1백50명으로 줄어드는 것이 불만이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공공부문에 진출할 유능한 법률가를 다수 배출하고, 국제적으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다수 배출해 한국의 국익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타 대학교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선발하라는 것도 심각한 자율성 침해이다. 어느 대학교 출신이건 실력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원하는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유능하기만 하다면 타교 출신으로 1백% 채우는 것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타교 출신 쿼터 때문에 능력 있는 자교 출신이 역차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내년부터는 법과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수가 없다. 그러면 모교 법대의 맥이 끊기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학교 체제가 대학에서 대학원으로 바뀔 뿐, 서울대의 법학교육기관이라는 점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서울대 법대는 1백10여 년 전에 설립한 법관양성소에서 출발해 여러 차례 윤회를 거듭해 면면히 국립 법학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전통을 이어왔다. 새로 로스쿨이 되더라도 이 오랜 전통이 끊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새로 태어나는 로스쿨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있다. 훌륭한 교수진을 새로 모셨지만 기금교수 신분이다. `기금'이 있어서 기금교수로 모신 것이 아니다. 로스쿨을 잘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총장님의 결단으로 돈을 꿔다 모신 것이다. 정부에서 교수정원을 주지 않으면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시설은 돈이 없어서 겨우 구색을 맞출 상황이다. 지방대학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우리 대학 시설을 둘러보고는 동정심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로스쿨을 하느라고 교수들이 고생은 몇 배로 해도 봉급은 그대로일 것이다. 재정지원이 풍부한 사립대에서 우리 교수들에게 유혹의 손을 뻗칠지도 모른다. 정부와 국회는 스스로 돈을 마련하라면서 예산을 주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언제 2류, 3류 로스쿨로 전락할 지 모른다.
 로스쿨로의 전환은 서울대 법학교육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기회도 되지만 잘못하면 추락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제도를 재정비하고 학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 태어나는 로스쿨이라는 꿈나무는 동문 여러분이 사랑을 듬뿍 줘야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