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호 2008년 2월] 기고 감상평
세계 초일류 서울대를 위하여

새해 벽두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새 정부에서 대학에 자율을 주겠다는 소식이다. 인수위에서는 입시에 관련된 사항은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대학의 자율을 묶고 있는 많은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사립대의 경우 입시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 자율이 주어져 있지만, 국립대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조처이므로 적극 환영한다. 서울대는 이에 맞춰 지난 1월 18일 `서울대 자율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세계적인 대학의 육성을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간주하고 세계 초일류 대학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세계적 대학의 보유 여부가 국가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세계적 대학이라 함은 전 세계 우수 석학 및 학생들을 유치하는 한편, 국내 우수 석학이나 학생의 해외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대학을 뜻한다.
미국의 MIT나 Stanford대의 경우에는 선행 기술 연구를 통해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국가의 부를 유지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세계적 대학의 육성에 있어서 미국 못지않는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Exzellenzinitiative'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초일류 대학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제까지 고집해 왔던 국립대의 평준화 정책이 국가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10개 대학을 선정해 4년 동안 19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1990년대에 이미 211공정, 985공정 등을 통해 칭화대(세계 40위)와 베이징대(세계 36위)를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했고, 가까운 일본과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국립대를 법인화시키면서 동시에 파격적인 재정적 지원을 통해 동경대는 세계 17위, 싱가포르국립대는 세계 33위의 세계적인 명문대로 만들었다. 〈대학순위는 2007년 영국 `더 타임스' 평가〉
그러나 국내는 어떠한가? 서울대가 지난해 51위를 기록해 그런대로 체면을 세웠을 뿐 2백대 대학에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KAIST 하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세계는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미래학자들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는 미래의 대학은 세계 초일류 대학 10여 개만이 살아남게 되고 나머지 대학은 이 초일류 대학에 종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한국에도 초일류 대학이 육성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학은 외국의 초일류 대학에 종속돼 지식과 기술의 종속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국가경쟁력의 상실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면 세계 초일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초일류 대학으로 진입한 외국대학의 발전 모델을 분석해 보면, 세 가지의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대학의 장기발전전략, 둘째는 대학운영의 자율성 그리고 셋째가 재정확보이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해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 2015년 세계 30위권,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새 정부에서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주겠다는 반가운 약속을 지켜준다면 서울대는 이제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필요 요소 중 두 가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인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필수 요소인 재정확보는 제일 어려운 요소로 대학 스스로가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가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출재원을 7.3조원(2007년 기준으로 2.9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세입재원은 서울대가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하에서도, 2025년 3.8조원(2007년 기준으로 1.5조원)으로 세출과 세입의 격차가 3.5조원(2007년 기준으로 1.4조원)이나 된다. 대학이 할 수 있는 발전기금의 적극적인 확충, 수익사업의 활성화, 연구비의 적극적 수주 등 다양한 재원 확충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필요한 세출재원의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이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몫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의 고등교육지원액은 국가 GDP의 0.6%에 불과해 OECD 국가의 평균치 1.1%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있다. 국립대인 서울대의 정부지원금은 동경대의 1/4, 싱가포르국립대의 1/2.2 수준에 불과하며, 학생 1인당 정부지원금으로 보면 동경대의 1/4.6, 싱가포르국립대의 1/2.4에 불과하다. 특히 총예산 중에서 정부지원 비율이 서울대는 25%에 불과한데, 싱가포르국립대는 48%, 베이징대는 36%, 동경대는 55%(정부지원 7천6백억원 외에도 3천억원의 경쟁자금지원이 별도로 있음)로 아시아권의 세계 정상급 대학의 정부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고등교육교부금제도를 도입해 대학에 대한 지원금을 현재 수준의 배로 확대하고 이를 경쟁적인 방법으로 대학에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국내 대학 중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울대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