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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2008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오바마 바람'과 미국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맥 빠졌던 4년 전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 인기가 바닥을 쳐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 인기와 관심이 집중되면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엄청난 흥행요소다. 여성 대통령 탄생도 역사적 사건이겠지만, 인종 편견과 차별이 심한 미국사회에서 흑인 대통령 탄생은 생각만으로도 여러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경선 초기의 `오바마 돌풍'이 태풍으로 이어질지 속단할 수 없지만, 그가 미국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최고 지도자로 다가가는 모습만으로도 놀라운 충격이다. WASP(백인 앵글로색슨계 신교도)로 대표되는 미국 주류세력과는 거리가 먼 그가 두터운 편견의 벽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잠시 유학 온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다인종 사회 미국의 그늘과 꿈을 상징한다. 부모의 이혼,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에서 4년간 유년기를 지내며 다른 세계를 경험한 성장과정. 하와이로 돌아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극복하고 인권변호사를 거쳐 정치 지도자로 우뚝 선 그는 `인간승리'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자수성가한, 그러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그의 매력은 아버지 부시의 후광으로 `부자 대통령 신화'를 이룩한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의 `외조'로 `부부 대통령 신화'를 꿈꾸는 힐러리의 화려한 경력에 대비돼 더욱 빛을 발한다. 
 그에게 젊음에서 우러나는 신선함과 함께 지도자의 최고 덕목인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남다른 용기다. 미 국민의 맹목적 애국심에 편승해 광풍처럼 몰아치던 이라크 전쟁론에 과감히 맞선 사려 깊은 결단이 돋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전쟁 바람몰이에 공화당은 물론 힐러리, 존 에드워즈, 존 케리 등 내로라하는 민주당 중진들조차 숨소리를 죽이고 쭈뼛거리며 찬성 대열에 섰을 때 그는 "군사적 해결로는 안 된다"고 용기 있게 '아니오'를 외친 것이다. 미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깊은 울림을 준 출발점이다.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와 안보지상주의가 `안전하고 안락한 삶'을 보장하기는커녕 미국에 대한 적대감만 키웠음이 드러나면서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검은 케네디'를 떠올리고 변화와 희망을 찾는다. 무섭지만 존경심은 들지 않는 거대한 패권국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오만한 국가로 덧칠된 최근 미국의 비틀린 이미지를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바꿀 수 있을까. 그의 최종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오바마의 약진과 가능성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열광하고, 잊혀진 미국의 장밋빛 신화 - `기회의 땅 美國'의 꿈을 되살리며 설렘과 위안으로 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