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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호 2008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편집국장의 24시, 이렇게 흘러간다





 편집국장의 취재현장은 편집국이다. 일선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한 수십 가지 팩트(기사 재료)들이 취합돼서 데스크에게로 넘어오고 최종적으로 기사로 표출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국장에겐 모두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다. 편집국이란 현장엔 기자들이 만나는 취재현장과 똑같이 팩트를 찾기 위한 경쟁이 있고 기 싸움도 있으며 취재원과의 갈등도 있다. 다리품을 파는 일은 아무래도 좀 드물지만 말이다.
 인터넷 경제매체 이데일리 편집국의 하루는 뉴욕증시로부터 시작된다. 12월 XX일의 편집국을 한번 보자.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뉴욕특파원이 쓴 뉴욕증시 마감 시황이 톱 기사로 올라온다. 비슷한 시각 국제부 기자들이 출근해서 뉴욕특파원팀과 메신저를 통해 뉴욕 상황을 전달받는다. 오늘은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뉴욕 금융시장은 여전히 서브 프라임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특파원은 월가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에 다시 금리인하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편집회의 시작시간은 8시 30분이다. 오늘 국내 증시는 뉴욕증시 폭락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최근 국내 금리 동향도 심상찮다는 시장부장의 보고가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6%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금리도 꿈틀대고 있다. 문제는 시중 자금의 이동 상황이다.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또는 펀드에서 은행권으로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인지 잠깐이지만 시장부장, 금융부장, 증권부장의 난상 토론이 이어진다. 최근의 펀드 쏠림 현상, 달러화 약세, CD금리의 상승 메커니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머니 무브까지는 아니라고 잠정 결론 내린다. 그렇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 하에 증권부와 시장부 공동기획으로 3편짜리 시리즈물 준비를 지시했다.
 이어지는 경제부의 보고는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방향이다. 정부의 새해 경기전망은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당초 예상보단 하향수정됐다. 역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의 멘트가 나온다면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 환율도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산업부에서의 최대 이슈는 역시 金勇澈변호사의 비자금 폭로건이다. 오늘은 金勇澈변호사가 또 기자회견을 열기로 예정돼 있다. 현장에서 스트레이트 1건, 金勇澈변호사의 주장과 삼성의 반응을 각각 한 꼭지씩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제부에선 아시아시장을 주목해보고, 한국 코스피 시장동향과 연계해 기사를 처리할 것을 주문한다. 요즘 들어 국내 증시가 중국이나 홍콩증시와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져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였더라도 중국증시가 반등해주면 시장 심리가 안정될 수도 있다.
 편집회의가 끝나면 증시 개장 시간. 오전엔 예상대로 시장 상황이 안 좋다. 오후 들어서 金勇澈변호사 기자회견 내용이 속보로 들어온다. 주장에 불과하지만 예상보다 내용이 세다. 계열사들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다. 후속기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산업부장에게 지시하고 나면 어느새 오후 3시. 오후 편집회의 시간이다. 오후 편집회의는 간단하게 진행상황만 체크한다. 때론 스탠딩 회의로 진행할 때도 있다.
 마감시황을 완료하고 나니 산업부에서 익스클루시브(단독) 기사가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하나로텔레콤 M&A건이다. SK텔레콤으로 매각이 확정됐었는데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서로 말이 엇갈리는 모양이다. 이 기사를 내일 아침에 낼 것인지, 오늘 낼 것인지를 산업부장과 상의한다. 여타 매체에서도 취재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위험하다. 실시간으로 처리할 것을 지시하고,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오후 6시 30분이 넘었다.
 공식적인 업무는 대체로 끝난 것 같다. 메신저를 파악해보니 퇴근하지 않고 있는 기자들이 20여 명 정도다. 메신저로 번개 모임을 소집한다. "시간 있으면 저녁이나 같이 하지." 오늘 저녁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기자는 5명이다. 그래도 지난번 번개(그땐 단 두 명이었다)보다는 성적이 양호하다. 요즘 젊은 기자들은 저녁 모시기(?)가 쉽지 않다.
 저녁 장소를 예약하고, 잔무를 정리하니까 하루종일 긴장했던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늘 처리한 기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특종기사를 생각하면 즐겁지만, 아쉬운 기사들도 많다. 이건 박스기사로 다뤄야 했는데, 저건 제목이 좀 약한데…. 5년 정도 끊었던 담배가 갑자기 피고 싶어진다.
 기자들은 편집국장에겐 내부고객이나 다름없다. 기자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고충을 듣고 하는 모든 일들은 따지고 보면 내부고객 만족이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술을 자제해야 하지만 요즘 기자들은 국장이 망가지는 것을 좋아해 그것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저녁 자리가 파하고 나니 어느덧 11시.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편집국장의 긴 하루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