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호 2008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고뇌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2007 대선 정국에 온 나라가 몰입하고 있는 사이, 지구촌에선 의미 있는 이벤트 하나가 종결됐다. 지난 12월 15일, 1백90여 개국 정부대표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 대표 1만여 명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난산 끝에 `발리 로드맵'을 채택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후속(POST 2012) 협약이다.
2013년부터 발효될 발리 로드맵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선 세계 제일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교토의정서를 끝까지 거부했던 미국이 감축을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모든 개발도상국이 감축 협상에 참여하게 됐다. 이 말은 교토의정서상 개도국 지위를 누렸던 우리나라도 감축 대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발리 로드맵은 우리를 옥죄는 족쇄인가? 평기자 시절 환경분야 취재에 몸담은 이후 환경저널리즘과 환경학을 공부하면서 절감한 점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거였다.
따져보자. 우리는 미국․중국․일본 등에 이은 5위의 원유수입국이자,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그러면서도 청정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실용화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기업이나 지자체는 그래도 좀 낫다. 정작 정부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식이다. 장기 계획조차 느슨한 구색 갖추기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차기 대통령이 뽑혔다. 축하인사를 건넬 새도 없이 환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도대체 환경친화적 구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발 만능의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라 더 우려스럽다.
潘基文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방지와 환경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지구촌을 내집처럼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그린 경제'(A new green economics)를 주창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조국 대한민국은 오불관언이다.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린 환경'을 당대에 거덜이라도 낼 듯이…. 문득 1854년 미 연방정부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오늘의 워싱턴주 일원을 강제 매입하겠다고 했을 때 시애틀 추장이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 내용이 떠오른다.
"당신들은 이 땅에 와서, 이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우고자 하는가?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땅을 파헤치고 나무들을 쓰러트리는 것이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당신들은)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