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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호 2007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林東主 마야출판사 대표




 중국에 羅貫中이 있다면 한국엔 林東主가 있다!
 관상어 박사로 유명한 林東主(수의학74-78)동문이 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전11권․마야출판)'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집필 기간만 11년, 등장인물만 1천2백명에 달한다. 기존의 역사물이 특정시대만을 일부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8백년 역사를 통시대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양서로 장점이 두드러진다.
 우리역사문화연구소 김용만 소장은 "2천년 전의 우리 선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연구자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다"고 평했다.
 명지대 사학과 鄭城和교수는 "중국에 `삼국지'가 있고 일본에는 `대망'이 있듯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문명국이면 자기 나라에 대한 대하역사소설이 없을 수는 없다"며 "林교수의 책은 우리 역사소설의 금자탑"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삼국 8백년史를 한눈에

 수의학자인 林동문이 역사소설을 집필한 계기는 뭘까?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삼국지를 밤새워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그것이 우리나라 삼국지가 아닌 중국의 삼국지라는 것을 알았죠. 우리나라를 변방 취급한 대목에서는 일종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후 시중에 나가 우리나라 삼국지를 찾아 봤는데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사대주의에 입각한 책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를 소설책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죠."
 林동문이 역사학도의 꿈을 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사서삼경, 춘추, 통감 등을 독파하고 고등학교 때는 `평양에 한나라 군대인 낙랑군이 있었다'고 가르치는 역사 선생님과 논쟁을 펼치기도 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학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아버지의 말씀이 `역사는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이지 굳이 역사학 교수가 되지 않는다면 전공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학자가 되지 않을 바에는 그 말씀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의학을 전공하게 됐죠."
 비전공자가 쓴 역사소설이라 설득력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을 거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을 터. 그러나 실제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소설가들은 대부분 비전공자. 林동문은 "소설이지만 내용의 90%는 논픽션으로 역사적 사실의 곡해를 무엇보다 경계했다"며 "실제 역사가 창작보다 오히려 재미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삼국지는 삼국사기를 토대로 삼국유사, 신․구당서, 수서, 위지동이전, 일본서기, 수서 등 약 30여 권의 책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고증 없이 성급히 책을 내는 것은 무리라 생각해 다 쓴 후에 약 2년간의 시간 동안 좀 더 깊이 있는 서적들과 논문들을 살펴보며 검증을 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의 자문을 구한 것은 물론이고 수없이 삼국시대 유적지 답사도 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썼던 원고를 여러 번 불태우기도 했고요."

 11년간 철저한 고증 거쳐

 林동문은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동물 의약품․사료 무역업을 팽개치고 馬野출판사를 차렸다. 기존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수도 있었으나 이 책뿐 아니라 다양한 역사서를 만들기 위해 직접 출판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林동문이 이토록 이 책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일종의 소명의식이라고 할까요? 당당했던 삼국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뿌리를 바로 알려주고 싶은 것이죠. 우리의 정신을 사대주의로 마비시킨 성리학의 폐단과 일제의 역사왜곡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는 스스로를 조그만 반도의 국민으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은 대륙을 누비던 활달한 기상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고조선은 황하 이북을 비롯해 요동과 요서를 아우르고 있었고 부여는 광활한 북쪽 송화강 유역에서 활동한 나라였으며 고구려와 발해는 드넓은 만주 벌판을 차지한 나라가 아니었습니까?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를 만들기에 역사 바로 세우기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과 TV의 사극 열풍과 맞물려 林동문을 찾는 언론매체와 단체가 늘고 있다. 대학강의와 사업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고와 강연을 통해 `제갈공명과 관우는 알아도 고구려의 재상인 을파소나 선비족을 물리친 용맹한 장군 부분노를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고, TV 사극에서 왜곡된 부분들을 바로 잡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삼국지가 만화로 각색돼 동아일보에 연재된다. 뿐만 아니라 MBC 김기덕 DJ와 `격동 50년'의 김종성 성우와 함께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해 내년 봄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뿌리인 삼국시대를 정확하게 알리는 데 모든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도 발간할 예정이고요. 공부를 잘한다거나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역사의식이 없다면 오히려 큰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동문들의 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林동문은 제주대에서 관상어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민물고기 대백과를 비롯해 각종 물고기 관련 서적을 편찬하는 등 수의사 불모지인 관상어 업계를 개척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현재 모교 수의학과 초빙교수로 물고기 질병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