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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호 2007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李 美 敬 CJ엔터테인먼트&미디어총괄 부회장





 - 10월초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신 것으로 압니다. 오랜만에 대중적 행사에 참가하셨는데,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내외 주요 영화관계자를 만나 국제시장에서의 부산영화제와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영화감독과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이 제작한 인디영화들을 직접 관람하면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과 활성화만이 한국영화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고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 `화려한 휴가' 등 하반기 개봉영화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고, 최근 개국 1주년을 맞이한 케이블TV채널도 좋은 반응을 얻었죠. 반면에 극장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듯합니다. 올 한 해를 평가하신다면. 내년 계획과 장기 플랜도 좀 알려주시죠.
 " 한 해 동안 내부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영화와 방송사업에서 자체적인 제작 역량 및 운영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사업부문별 실적 자체에 一喜一悲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제작․제공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극장사업은 국내 영화시장 자체가 성장 정체에 직면하면서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제공되는 콘텐츠의 한계와 사이트(상영관) 개발의 포화가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신 수요층(가족시장 및 중․장년층 고객 등)의 발굴과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면 콘텐츠사업 측면에서는 국내 대중문화 시장을 선도하고 이끌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콘텐츠 다양성 확보와 지속적인 `한류' 경쟁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원천 경쟁력이 될 창의적인 인적 자원의 육성과 개발에도 최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현재 저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인 `인디 독립영화 산업 발전'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극장 등 플랫폼사업 측면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신규 문화 수요층을 확대,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 1년 중 반 이상 해외에서 활동하시는데, 주요 활동무대는 어디인지요. 아시아필름마켓, 중국과의 영화합작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과 미국에서 극장사업도 계획하신다던 얘기가 있던데.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는지요.
 "외에서 진행되는 사업을 일일이 열거해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미국 LA에 내년 하반기 멀티플렉스 개장을 앞두고 있고, 작년부터 한국영화의 극장, 홈비디오 및 TV배급 등을 직접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현지 사업파트너들과 함께 영화 공동제작, 배급 및 극장 개발(상해 및 북경)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CJ Media Japan을 설립해 방송채널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베트남, 태국 등에서 방송 및 영화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재계 차세대 리더' `한국 미디어산업의 우먼파워'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여성 CEO' 등 수식어가 화려한데요. 어떤 기업가 또는 인물로 불리기를 바라시는지요. 또 임직원의 인사관리에서 중점을 두는 부문은 어떤 것인지요.
 "는 우리의 영화와 음악 그리고 우리가 만든 스토리를 보기 위해 뉴욕에서, 런던에서, 홍콩에서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늘 상상합니다. 정말 멋진 우리 콘텐츠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외국 영화감독과 프로듀서 그리고 아티스트들을 만나 협상하고 설득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제겐 `우먼파워'라기보다 `대한민국 문화 전도사'라는 게 더 맞는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박찬욱 감독이나 장동건 씨 같은 화려한 주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도록 돕고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임직원들의 인사관리에서 중점을 두는 부문은 기본자질, 열정 그리고 전문성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열정적인 태도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이는 좋아서 일하는 사람은 시켜서 일하는 사람보다 훨씬 창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한국 영화계가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고 봅니다. 영화의 경우 지금처럼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구성없이 비슷비슷한 영화가 양산되면 더 이상의 한류붐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계 활성화에 기여한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분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점을 든다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영화 시장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연 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외형적으로 세계 5위권에 육박하는 규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곳이 또한 우리나라입니다. 기술개발력만 빠른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수용성(UCC, PCC 등)도 가장 높다고 생각됩니다. 단, 국내 소비자들의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불법사용 관행에 대한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정부차원의 규제를 강화하고 일본시장의 소비관행을 참고로 해 일반 소비자들의 콘텐츠 유료사용에 대한 생활화․습관화가 정착된다면 디지털 문화산업에 대한 보다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전국을 촘촘히 관통하는 브로드 밴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PC, TV, Wireless 등의 보급률과 빠르게 도입될 디지털 극장시스템 등도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리를 좁혀 줄 것입니다.
 극장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Value를 나름대로 개발하고 진화시킴으로써 타 윈도우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분명히 유지시켜 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3D, 4D, IMAX 및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극장 서비스 개발에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 여성 CEO로서 문화사업을 활발히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합니다. 작년 10월 뉴욕 맨해튼센터에서 세계여성상(경영부문)을 수상한 뒤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요.
 "국내외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웃음). 세계 여성상 수상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지만, 한국영화의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새삼 보람을 느낀 계기였습니다. 또한 CJ엔터테인먼트가 남몰래 해온 일이 평가받은 점도 감사한 일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가 해외에서 뭘 하는 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사실 일종의 국제적 문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좋은 한국영화, 좋은 감독과 배우를 만나면 그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매끈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남모르게 애써왔는데, 그런 노력이 일정 부분 인정받은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영화, 드라마, 음악 등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를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좋은 영화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토리를 발굴해야 진정한 세계 속의 한국문화를 자리잡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당시 한국영화계 발전은 물론 여러 자선단체에 공헌한 것이 수상자 선정 이유였는데요.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저는 우리나라의 다양성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빠른 시간 내에 큰 발전을 이룬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정서와 획일적인 교육 등으로 `문화 쏠림 현상'이 그 어느 나라 보다 심한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획일주의, 쏠림 현상이 자칫 문화적 폐쇄성으로 비치며 세계 시장에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데 적지 않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역동성을 가진 민족이 다양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만 갖추게 된다면,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토리들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문화상품에 있어 핵심기술은 힘있는 스토리입니다.
 그런 다양성 교육을 위해선 `창의적 소수'(creative minority)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CJ엔터테인먼트에서는 과거 운영해오던 `CJ 아시아 인디 영화제'를 현재 `CJ 중국영화제'나 `디지털영화제'(CINDI) 등으로 확대 지원 중이며, CGV에서도 인디영화 전문 상영관인 무비꼴라주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했습니다. 그런 `창의적 소수'들의 문화적․영화적 실험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많은 여성들에게 역할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크실 것 같은데요, 특별히 강조하고 싶거나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처럼 사시 패스하는 여성 비율이 높고, 의대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중도 높고, 모든 시험에서 여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여성 세대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핸디캡이 있습니다. 남성 간부직원들은 옛날부터 어디를 가든 롤모델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오면 과장이 있고 내가 조수면 사수가 있고, 과장이 되면 부장이 있고, `나 저렇게 되면 돼' `난 이렇게 해서 저렇게 가면 돼'가 보였죠.
 하지만 여성들에겐 롤모델이 없었습니다. `여기 와서 열심히 일하는데, 결혼해서 애도 낳고 부지런히 일해 임원이 돼 있어'하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따라서, 여성들은 스스로 롤모델의 역사를 써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1세대로서 받아들여야 할 숙명입니다. 대신 지금의 여성 리더들은 남성들처럼 선배의 구태를 시행착오로 답습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요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학사․석사․박사 전공과목이 서로 다른데다 현재 일하는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이유가 있는지. 장점은 무엇일른지요.
 "지금은 소위 통섭의 시대입니다. 한 가지 전공에 대해 깊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가지 전공을 망라하며 다양한 틀로 세상을 보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특히나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라는 화두로 비즈니스를 하자면, 다양한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중국에서, 대만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경영학이 아닌 그 나라의 언어와 지역학을 배운 것도 이같은 문화 비즈니스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언어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일 뿐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적 정서부터 문화적 현상까지 해석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 친화력이 좋고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압니다. 술이나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데 이유가 있는지요.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남들이 다 하는 운동이나 비타민 등에 대한 얘기 말고, 저만의 건강 비법이 있다면, 배움(learning)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은 비타민과 같습니다. 꿈이 있고, 건강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농담 같지만, 아플 시간이 없습니다.
 꿈이 있는 친구에게서 제가 잊었던 꿈을 다시 찾고, 에너지가 넘치는 지인들로부터 제 삶의 나태함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분들로부터 혁신적이고 발상전환적인 노력을 배우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도 지치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얻고 더 열정적으로 삶을 운영하게 되는 치유효과를 얻는 것 같습니다. `제게는 배우는 것이 만병통치약'입니다."

 - 노래실력이 수준급이라고 들었습니다. 가족 중 누구를 닮으셨는지요, 애창곡을 소개해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노래 부르는 실력보다 노래 듣는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일 끝내고 노래 부를 기회를 갖게 돼도, 저는 주로 듣는 입장이니까 명가수라기보다는 명심사위원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 여러 가지 레코드를 구해 주시면서 좋은 음악, 새로운 음악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돌이켜 보면, 부모님의 그 작은 배려가 제가 지금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된 듯해 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남들처럼 18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건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갖는 일종의 직업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음악, 접해보지 못했던 감성에 스스로를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한 달 전 유행했던 노래도 `옛 노래'라 생각하고 신곡에 도전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 대중문화 코드에 뒤쳐지기 십상이니까요."

 - 늘 많은 사람을 대면하고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패션감각도 뛰어나야 할 텐데,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시는지.
 "언젠가 뉴요커들의 특징을 서술한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고 웃은 적이 있습니다. 뉴요커들이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은 크락숀이다, 뉴요커들은 옆집 주인 이름은 몰라도 옆집 강아지 이름은 안다, 뉴요커들의 옷장에 제일 많은 옷은 검정색 옷이다….
 그중 세 번째는 저와 유사합니다. 저도 검정 옷을 즐겨 입습니다. 하도 바쁘게 살다 보니, 패션에 관심 쏟을 여유가 없는 거죠. 다시 말해 멋있어 보이는 옷보다 활동하기 편한 옷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보기 좋은 옷을 입고서는 조찬 모임부터 저녁 약속까지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는데 불편하거든요."

 - 영화, 특히 한국영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시절 작은 나라 출신으로 겪어야 했던 서러움이 문화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내 한국인의 위상은 정말 보잘 것 없었습니다. 한국의 이미지는 그저 가난한 나라, 한국전쟁에 미국이 시혜를 베푼 나라 정도였습니다. 일본인은 물론 중국인들 역시 돈을 많이 번 화교들이 대학에 기부를 많이 해 대접이 남달랐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오해도 많았고 한국역사에 대한 강의 역시 일본인의 시각에서 진행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 후 기회가 되면 제가 직접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가르치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 탓에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늘 새겨두는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15~20년 전만 해도 팝송이 한국 음악시장의 70~80%를 점유했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우리 가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흐뭇한 일입니다. 또 미국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동남아 여성들이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류 스타들을 거론하면서 더욱 반갑게 대해 줍니다. 모두 우리 문화 콘텐츠의 힘 덕분입니다. 자라면서 들었던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은 이제 `문화 콘텐츠력이 국력이다'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인데,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은 한국만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나라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에 짜임새 있는 연출력만 있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자면 근본에 충실한 스토리, 비록 허구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 여러 외국어를 완벽히 구사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남다른 공부방법이 있으신지요.
 "자랑 같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린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면요, 외국어는 무조건 외우는 것입니다. 대답이 조금 싱거운가요? 다른 분들은 특별한 비법으로 정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성실하게 외우는 것 말고 특별한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다른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정도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고교 시절 코리아헤럴드 주최 영어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경험이 외국어와 `즐거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동창회보를 통해 동문이나 재학생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ocal Champion으로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Global Challenger로서 도전하며 사는 삶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제 대한민국 넘버원이라는 말보다는 세계 몇 위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무대의 크기가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베스트가 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과 대한민국 1등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는 길과 사는 방식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창의적 소수' 역할을 맡은 서울대인만큼은 로컬 1등에 안주하는 방식이 아닌 글로벌 챌린저가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을 테니까요."〈정리 = 表智媛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