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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2007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3회말 5 대 3 … 에이스의 활약




 야구중계 즐겨들 보시는가. 경기 판세는 스코어가 대부분을 말해주지만 때론 캐스터 목소리톤이 실질적인 경기흐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국가대항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야구팀이 여유롭게 리드하는 상황이라면 캐스터 목소리는 차분할테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상황이라면 그 톤은 한껏 고조될 것이다.
 그런데 이기는 상황인데도 목소리가 다급해질 때가 있다.
 5 : 0으로 이기던 한국이 5 : 3까지 추격을 허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조급한 중계석은 어디일까. 더구나 따라붙는 팀은 구원투수나 대타 요원이 충분한 반면 한국은 예비인력을 다 써버렸다면? 9회까지 진행되는 경기는 이제 3회가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분명 리드하는 우리나라 캐스터 목소리는 언제 역전을 당할지 몰라 조급할테고, 따라오는 국가의 캐스터는 어떤 작전이 효율적일지 여유로운 중계를 펼칠 것이다.
 지난 9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국제세미나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산업연구원과 중국 사회과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세미나는 양국 학자들이 모여 기술 발전상을 논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한국을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中高기술 이상 수출품목이 30%에 달하지만 중국은 10%에 불과하다."
 "중국 철강산업의 노동생산성은 한국의 15.2%에 불과하며 중국 대표 철강기업 바오스틸 수익률은 포스코의 10분의 1수준이다."
 "중국 연구개발 역량은 아직 한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내용만 놓고 보면 우리 정부나 기업인들이 어깨를 으쓱거릴 만하다. 장차 제1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이 아직도 우리를 부러워한다니 말이다. 특히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라는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들이 입을 모아 한국의 `앞선' 경제력을 칭송했으니 어디 자랑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을 칭찬하는 그들 태도다. 전체 보고서를 통독하다 보면 곳곳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중국의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고 기술집약형 산업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 기술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반면 한국 연구원들은 어떤 말을 했을까.
 "중국은 과도기에 있고 혁신을 저해하는 제도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단기간에 도약하기 어렵다."
 "조선산업에서 중국 기술력은 현재 한국의 88% 정도지만 2015년이면 93%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다."
 어떤 부분에선 중국을 평가절하 하다가 또 어떤 부분에서는 중국을 두려워하는 언급이 혼재돼 있다. 야구 경기에서 따라오는 팀의 전력을 낮춰 보다 상황이 다급해지니 역전을 두려워하는 캐스터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국책연구원 소속 학자들은 야구에 있어 캐스터나 해설자와 같다. 경기(경제) 현황을 분석해 이를 알기 쉽게 시청자(국민)들에게 설명해준다. 또 그들의 분석이 코치진(정부)이나 선수(기업) 귀에 들어가면 경기 흐름에 있어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캐스터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문제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반면 중국 캐스터들은 여유 속에서 엄살을 피고 있다. 아직 역전도 못했는데 왜 겁을 내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엄살 뒤에는 언제 역전을 하며 몇 점 차로 격차를 벌릴 지에 대한 구상이 들어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국 자동차시장 상황이다. 요즘 현대자동차 점유율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업체 점유율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 껍데기를 빌려왔을지언정 자체기술 자동차(로위)까지 만들었다. 중국인들의 여유로운 태도 뒤에는 이 같은 무서운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한국이 아직 리드하고 있는 경기를 포기해야 할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효율적으로 선수를 운용한다면 강력한 추격을 뿌리치지 말란 법은 없다. 지난 2006년 야구월드컵에서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등 강국을 물리쳤던 야구대표팀의 기개를 보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의 믿음직한 에이스이자 4번 타자인 서울대 동문들의 활약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