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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2007년 10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서울대를 위한 고언




 서울대는 개교 60년이 넘어 인생으로 치면 환갑이 지났지만 역사학자로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소급할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건만, 서울대가 그 역사를 계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서울대의 정체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서울대가 똑똑한 인재를 많이 키워 사회에 배출해낸 공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 60년의 서울대 역사만큼이나 현대사에서 서울대가 갖고 온 비중도 크다. 그럼에도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인재탱크의 역할을 한만큼 서울대 출신이 누려온 특권의 그림자도 짙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서울대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서울대를 위한 쓴 소리를 하고자 한다.
 우선 아무리 대학이 취직예비학교로 전락하고 있다고 해도 대학의 사명은 역시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고 그것은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머리만 좋고 의식이 트이지 못한 도구적 지식인의 확대재생산이라는 서울대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가슴 없이 차가운 머리만 가진 지식인의 한계를 극복해 감성과 이성이 잘 조화된 균형 잡힌 인재를 키우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의 지나친 물량화를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 물적 기초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여기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다면 대학의 체통이 무너지고 속물화될까 우려된다. 서구의 대학 평가기관에 너무 종속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학의 물량화가 몰고 오는 비판의식의 마비현상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대학이 지식인의 집결지임을 전제한다면 대학의 비판의식은 국가의 元氣라고 생각한다. 군사정권의 독재에 대학이 저항하고 민주화운동을 벌인 것도 결국 대학의 비판의식의 발로였다면, 현재나 미래에도 대학은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갖되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으로 修己治人(자신의 학문과 인격을 닦아 남을 다스림)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학문과 인격을 닦아 남을 다스린다는 전통시대 수기치인의 선비정신은 현재 서울대인에게도 유효하다. 지식의 전달이라는 반쪽 수기에서 사람다운 사람 만들기에 좀더 비중을 두는 전인교육의 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물질적으로 잘 살기보다 보람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도 수기는 중요하다. 남을 다스린다는 치인은 지배한다는 뜻이 아니고 봉사한다는 뜻에 가까우니 혜택과 누림의 자세에서 벗어나 엘리트의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말이다.
 지식인의 책무에 대한 열정을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적인 것은 뒤로하는 先公後私(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적인 일을 뒤에 함)의 정신으로 발현하며, 전통에 든든하게 뿌리를 박고 시대에 맞는 창조력을 발휘하는 法古創新(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의 정신으로 서울대가 거듭나서 낙락장송으로 우뚝 서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