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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2007년 8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나이를 먹어간다. 이것은 자기 일생의 정해진 수명을 곶감꼬치 빼먹듯 점차 먹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생 초기에는 천진난만해서 먹는 곶감 맛을 잘 모른다. 그러나 점차 그 곶감 맛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개척하고 가꿔 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일생의 수명 자체도 단명하거나 장수하게도, 허술하고 불행하거나 또는 꽉 찬 행복한 것으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엄습하는 `고령사회' 이슈를 대하며 새로운 고령복지사회 패러다임이 논의되고 있다. '노인'이라는 관행적 시각에서 벗어나 나이 든다는 것이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원숙하고 적극적이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는 황금기가 되도록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고령화를 '적극적 고령화(active aging)' 또는 `발랄한 고령화(resilient aging)'라고 하나, 필자는 이것을 '원숙화하는 고령화(maturing aging)'라고 칭하고 싶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 인간이 실제로 영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은 신(들)의 삶(완전 聖人的 삶)이나 짐승들의 삶(완전 俗物的인 삶)이 아니고 인간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실천적 지혜와 도덕적 덕을 드러내 보여주는 행동의 삶'이라 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돈, 권력, 지위, 명예에 대한 탐욕적 갈구에 쫓기며 자신의 職에 부여된 召命(Beruf)을 다하는 훌륭한 자아실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끄러운 점은 없는가를 철저히 반성하고, 그러한 삶의 끝 무렵의 불행한 諦觀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에서 오는 행복한 達觀을 얻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은퇴'라든가, '한물 간 인생'이 아니라 지난 인생동안 갈고 닦아온 정신적, 도덕적, 지식․정보․기술적, 신체적, 물질적 축적 위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존엄성, 자율성 및 자아실현이라는 인생의 이상에 더욱 가깝게 온전히 누리며 사회에 보다 큰 도움이 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질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양됨을 말한다. 이 `삶의 질'은 수입, 즉 돈이 많은 것만으로는 높아지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족해야 하지만 그 외의 기타 제반 사회적 변수들(other social variables), 즉 올바른 가치관, 건강, 가족, 주거, 교육, 교통, 운동․문화환경, 가정 및 생활환경, 친자연환경, 친밀한 인간관계 공동체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 각자가 인생 초기로부터 百行之源인 효도(현대화된)의 근본을 세워 정직(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 : 양심이 최우선)과 타인배려(利他)를 가장 기초적 토대로 하는 가치관과 태도 교육으로 높은 인격을 함양해야 한다. 이에 기초해서 심신의 바른 건강을 육성해 가야 한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등한시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인생이 짧고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된다. 죽음에 도달할 때에는 이러한 불쌍한 사람들은 '그들이 아무 것도 성취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