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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2007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외국인 동문에 대한 인식


 외국인 서울대 동문이라면 실감이 나는가? 학부나 대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학위를 받아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 사람들을 우리 동창생이라는 동류의식을 갖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서울대 출신들은 워낙 `국가'의 아들딸이지 서울대라는 `학교'의 아들딸이라는 소속의식이 희박한 게 사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깊이 새기고 살아야지 애교심 같은 건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것처럼 치부되는 분위기까지 있었기에 내국인 졸업생 사이에도 동창 의식이 약한데 외국인 졸업생의 경우야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수년간 국내외의 많은 대학들이 국제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하면서 서울대에도 외국인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수천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서울대에 머물고 있으며 서울대 외국인 학생회(SISA)에 가입한 학생수만 6백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은 외국학생이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보다 했을 뿐 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도 관심도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들 간의 경쟁적인 국제화 노력이 가열되면서 외국인 학생의 수는 조만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 사람들이 귀국해서 미국 대학 동문회를 만들고 정례 모임을 갖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됐다. 살만해 지면 자기가 다녔던 미국 학교에 기부금을 쾌척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서울대를 거쳐간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각계각층에서 엘리트로서 활약하고 있다지만 동창 모임을 갖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현지에서 한국인 중심의 서울대 동창회는 분명히 있어도 그 모임에 현지의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지 않다. 그 외국인 졸업생들이 서울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더더구나 별로 듣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그들을 `외국인'으로 보았을 뿐 `우리학교 졸업생'이라는 동문 의식으로 대한 적이 없어 그들 스스로도 서울대인으로서의 소속감이 희박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외국인 동창들은 서울대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이들이 서울대인으로서 유대감을 지니고 활약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산재한 서울대 동창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朴明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