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호 2007년 7월] 기고 감상평
최지영(법학부06입) 2학년 재학생

하루는 아버지께서 은사님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액자에 잘 넣어진 사진 한 점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물을 주신 분은 아버지의 고등학교 은사님입니다. 정년퇴임을 하신 후에 은사님은 틈틈이 고향 곳곳의 풍경과 정취를 사진으로 담아내고 계셨는데,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선물을 받은 것이라 하셨습니다.
붉은 분홍빛이 도는 연꽃 봉우리를 잡은 것이었는데, 사진 속 꽃은 활짝 핀 것도 아니고 잎을 다물고 있는 것도 아닌, 이제 곧 피어나기 위해 잎 하나를 펴는 바로 그 순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가 지나서였을까요. 저는 좀 답답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같은 마음입니다. 언제나 잎 하나만을 편 채, 활짝 피지도 혹은 다른 봉우리를 틔우지도 않고 그저 수줍게 잎 하나만을 내리고 가만히 서 있는 그 꽃에서는 더 이상 예전에 느꼈던 그 신선함은 없었습니다. 자꾸만 조바심이 나는데 언제나 자리에 주저앉아 있으니 이제 사진은 볼수록 답답하고 언제 꽃이 필 지 가마득합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사진을 잠시 내리기로 했습니다. 거실 벽은 비게 되었죠.
흔히 삶을 한 떨기 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꽃을 빗대어 삶을 '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라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는 섣부르게 꽃을 피우는 것을 경계함을 넘어, 언젠가 질 꽃에 대한 조금의 허무함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흘 붉은 꽃이 없다하여도, 틔우다 만 꽃은 예전에 지녔던 신선함의 아름다움조차 쇠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무겁게 할 수 있음을 사진을 통해 배웠습니다.
올해는 저에게 스물 두 번째 계절입니다. 사진 속의 그 꽃처럼, 저를 비롯한 서울대 재학생도 이제 갓 봉우리를 틔우고 잎 하나를 내렸을지 모릅니다. 더 생기발랄한 꽃을 틔우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겸허히 그 꽃잎을 떨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학교가 학생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과 앞서 꽃을 틔운 동문선배께서 삶의 아름다운 지침이 될 것을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