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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2007년 7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장학빌딩'이란 새 이름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이 겪는 큰 고통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데서 온다. 가족과 친구를 잊고, 그동안 쌓아 온 수많은 경험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해보자.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주인공이 나라고 한다면 그 상태가 어떤 것인지 사실 상상도 잘 안 된다.
 기억은 다른 말로 과거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다. 뇌 속에 저장된 이전의 경험 지식 관계 등이 내가 알고 작동될 때 자아도 성격도 성립된다. 기억 능력을 잃은 사람은 본래의 성격도 상실한다고 한다.
 동문을 말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것이다. 과거를 공유하는, 특히나 어리고 젊은 학창 시절을 서로 채우고 만들어 주던 사람들, 그리고 같은 뿌리로 과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동문이다. 어떤 이의 회고담이 50년 전에 했던 일들은 기억하고 있으나 5주 전에 했던 일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듯이 기억은 관심과 흥미, 신념, 열중에 따라 달라진다. 어리고 젊은 시절이 소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문을 말하다 보면 모르는 사이 서로의 중요한 일부분이 돼 있음을 알게 된다.
 휴일 아이를 데리고 관악캠퍼스를 다시 가 본 것은 15년도 더 전이었다. 기억에 남았던 길이나 공간이면 모든 곳에 예외 없이 건물들로 꽉 찬 모습에 놀라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기억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변화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그 때와도 또 달라져 있을 테니 그런 기억이나 기분은 그 것일 뿐이다. 어린 동문들이 한창 서로의 동문을 만들어 가고 있을 모습으로 기억은 더 풍부해진다.
 동창회관이 '장학빌딩'이라는 새 이름으로 거듭나 '동창사'를 새로 쓰게 된다. 회관 명칭을 장학빌딩이라고 개칭한 것부터가 내실과 실질, 과거와 미래를 이어갈 총동창회의 업그레이드다. 건립비 3백억원을 성공적으로 모금해 기공을 성사시킨 동문들과 총동창회에 동문으로서 감사한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기공은 시작이다. 2010년 멋진 준공으로 성공의 완성이 주는 기쁨을 또 한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폭탄주는 '우리'와 '타자'를 구별짓는 의식이라고도 하지만 오늘쯤은 그런 폭탄주를 돌려도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