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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호 2007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한국산악회 崔弘健회장


얼마 전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실버원정대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 8명의 대원 평균 연령이 66세, 최고령자는 75세에 이른다. 등정에 성공하면 세계 산악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를 기획하고 추진한 주인공이 한국산악회 崔弘健(행정62-66)회장이다. 이번 원정대의 단장을 겸하고 있다. 崔동문은 이들과 함께 오르지는 못하고 지난 4월 22일 히말라야로 떠나 베이스캠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떠나기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실에서 만난 崔동문은 실버세대에게는 희망을, 젊은이들에게는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실버원정대 창단 동기를 설명했다.
올해가 故 高相敦대원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지 30년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등산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고, 히말라야 14좌를 등정한 산악인 11명 중 3명을 배출한 산악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고 산악활동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실버원정대를 만들게 됐죠. 해방전후세대인 60대는 지금의 한국을 만든 주역들인데, 이제 한직으로 물러나 조금은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습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해 실버세대에게 용기를, 젊은이에게 도전을 주리라 믿습니다.

중학교 때 부친 따라 등산 시작

崔동문이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동네에서 가까운 인왕산, 북한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산과 친해졌다. 이후 경복중 산악부에 들어가 본격적인 산악활동을 시작했으며 대학시절에도 문리대(61년 언어학과 입학 후 다음해 법대로 재입학)?법대 산악회원으로 산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산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산업자원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으로 부임하며 다시 등산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방학을 이용해 일본 북알프스(3천1백90m), 안나푸르나 트레킹, 몽블랑(4천8백7m), 킬리만자로(5천8백95m), 엘브루스산(5천6백33m)을 등정하기도 했다.
요즘도 주말을 이용해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을 오른다. 여유가 있을 때는 지방의 명산도 수시로 찾아간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우문일 수 있겠지만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오르는 걸까?
글쎄요. 저는 산 자체가 아름답더라고요. 인간의 본능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잖아요. 산은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대로 아름다워요. 힘들고 숨차지만 아름다움을 찾아가는데 그 정도 대가는 지불해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또 崔동문은 산행을 통해 몸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발 한 발 올라가야 합니다. 무리해서 성큼성큼 올라갔다가 도중에 포기하면 오를 수 없지요. 또 정상에 가까울수록 몸을 숙여야 합니다. 뻣뻣하면 뒤로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수 있죠. 마지막으로 등산을 성공적으로 한다는 것은 안전한 하산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죠.
崔동문이 수장을 맡고 있는 한국산악회는 해방과 동시에 창설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 산악인 단체이다. 5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등산학교 운영을 통해 전문 산악인을 양성하고 청소년 캠프 등을 열어 자연보호와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산악회, 동문들과 인연 깊어

한국산악회는 丁明植(토목공학50-55)?文熙晟(전기공학57졸)?南正鉉(건축57-61 본회 부회장)동문 등이 회장을 역임하는 등 모교 동문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작년 북미 매킨리 등정 도중 숨진 申慶燮(기상72-80)前기상청장도 기획이사를 맡아 봉사했다. 실버원정대 계획도 申동문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崔동문은 慶燮후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도 이번 실버원정대의 부단장을 맡기로 돼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밖에 실버원정대에 도전해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嚴 雄(건축59-63)동문도 산악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원정대의 지원대원으로 선발된 金閏鍾(약학64-71)동문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崔동문은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으로 8년째 연임돼 산학협력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시켰다. 교수 1인당 연구비가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2위 수준이다.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을 만나는데 그 고비를 잘 넘기면 평온한 상태가 찾아옵니다. 공직에 있을 때도, 총장을 하고 있는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산이 가르쳐준 진리를 되새기며 한 발 한 발 나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네요.
에베레스트는 언제쯤 도전할 계획이냐고 묻는 질문에 글쎄요. 정상까지는 못 가겠지만 언젠가 도전은 해봐야겠죠. 산악인들의 최종 꿈인데…라며 웃는다.
실버원정대원들과 함께 지난 2월 한라산에서 훈련을 하다 눈사태로 20여 명이 1백50m를 굴러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 대원들의 도움으로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대원들은 모두 다시 태어난 날과 시간이 같은 동갑내기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같이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간절히 에베레스트 등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문들도 많은 응원 바랍니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