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50호 2007년 5월] 기고 감상평

百歲人生 위한 계획된 준비


우리사회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최고라는 사실은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이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선진국이 노인인구 비율이 7%에서 14%인 고령사회에 도달하는데 대개 1백년 걸려 대비한데 비해 우리는 불과 18년 만에 고령사회가 되며 평균수명도 85년에 68세가 지금은 78세로 불과 20년 만에 10년이 늘어났는데 2030년 이후에는 1백세 인생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앞으로는 `재수 없으면 1백살 산다'는 말도 통하지 않게 되었으며 누구나 1백살까지 살게되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과연 人生 1백세 시대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그 시대는 사회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되어 국가와 개인이 충실한 대비를 하지 못하면 장수가 행복이 아닌 災殃이 될 것이다. 우선 소자녀의 가족구조 변화로 노후를 자녀에 의지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져서 `노후는 자신이 준비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또 지금까지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해 주던 관행도 본인이 다 쓰고 갈 수밖에 없어서 상속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다.
한편, 20년 벌어 20년 노후를 살아가는 현 시스템은 `40년 벌어 40년 노후를 살아가는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하며 여기에 정년연장 또는 폐지와 임금피크제 등의 획기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며 이러한 준비는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우리도 곧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를 시작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된다. 40년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기나긴 노년기의 생활비 충당 이외에도 80세 노인이 되면 의료비 및 간병비가 급격히 소요돼 생활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금제도, 건강보험제도, 수발보험제도 등 사회보장 장치가 충실치 못하면 노후문제는 쓰나미처럼 커다란 災殃으로 닥쳐올 것이 뻔하다.
점점 늘어나는 은퇴기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연 노후자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국내 여러 금융기관 및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노후를 대비한 종합적인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노후자금을 대개 기초생계 수준의 생활 즉 `불백(불쌍한 백수)', 기본적 문화생활 즉 `보백(보통백수)', 풍요로운 노후생활 즉 `화백(화려한 백수)'으로 구분해 필요한 자금을 소개하고 있다.
65세 부부가 20년 노후생활을 영위하는데 소위 밥만 먹고사는 불백의 경우 약 4억원, 1년에 한두 번 해외 여행과 기본적 건강검진, 통상의 취미생활 등을 즐기는 보백은 약 8억원, 유럽여행, 크루즈 같은 고급 해외여행과 골프, 와인 등 고품격 문화생활을 즐기고 정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화백은 약 1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기에 수입 30%를 은퇴 전 30년 투자해 은퇴 후 30년 준비하는 `30-30-30 법칙'이 중요하며 노후대비는 `누구나 준비해야 하며,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준비하는 것이 좋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돈이 전부는 아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 원만한 대인관계, 일자리 및 봉사활동 등에도 세심한 관심과 준비를 해둬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한데 균형적인 영양섭취와 적절한 운동 등 체계적 건강관리를 통해 질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운동을 생활화해야 하고,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끝까지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퇴직 이후 삶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의 친밀한 유대관계'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호회나 지역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은퇴하고 나면 첫 해는 골프 모임 등 불러주는 모임이 10여 개 이상 돼 현직에서보다 더 바빠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1년에 모임 개수가 2분의 1씩 준다는 법칙을 많은 은퇴자들이 호소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퇴 이전부터 여러 취미활동에 참가해 소외된 고독한 노후가 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며 사회에 봉사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노후인생 준비를 사회적으로 지원해 주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평생교육도 중요하다. 대학 캠퍼스, 종교기관, 복지관, 공공청사, 지역사회 시설 등이 노후준비를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기관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 은퇴 전후의 노인들이 배움의 장으로 또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역할 재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흔히들 얘기하는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는 7-Up 생활수칙(Clean-up, Cheer-up, Dress-up, Show-up, Shut-up, Open-up, Give-up)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는 노후생활은 욕심을 접고 봉사의 삶을 사는 Give-up 생활일 것이다.
주위의 어르신들 중에도 이런 봉사의 삶을 사시는 분들이 가장 멋진 노후를 보내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며 굳이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인사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또 모교 동문 선배들 중에는 이런 봉사의 노후생활을 사시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사회가 건전한 선진사회로 가고 많은 은퇴자들이 후배세대를 위해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도록 노후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