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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호 2007년 5월] 기고 감상평

인생과 세 가지 '중요한 만남'


아주 오래전에 공자가 말씀한 이순을 넘어서서 이제 70대에 들어서다 보니, 세월이 지나갈수록 `만남'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이란 `만남의 역사'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곤 한다.
인생이란 만남이고 나눔이며, 그 속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남과 나눔과 즐거움, 그것이 바로 구원이요, 행복이요, 천국이란 사실을 기독교에서는 강조한다. 성경의 이야기도 바로 만남과 나눔과 즐거움의 이야기라고 어느 목회자는 주장한다.
그렇다. 하나님이 우리들을 독생자로 찾아 오셔서 만나시고, 우리들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시고, 그래서 우리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채워주신 이야기가 바로 `성경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만남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첫째는 부모님을 잘 만나는 것이다. 사실상 부모님을 잘 만나는 것 같이 중요하고 행운인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난하여 어려울 때 가끔 생각되는 것은 왜 나는 부잣집에 태어나지 못했을까? 돈도 많고,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며 좋은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면, 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뒷받침해 주시는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는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렇게 멋지게 잘도 생기고 키도 훤칠한 사람도 많던데, 왜 그런 부모님을 만나지 못해 요 모양, 요 꼴일까? 하고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남은 곧 인연이요, 운명인 것을 어찌하랴! 비교적 많이 애창되는 `만남'이란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잘 표현해 주듯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엄청난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불교적 시각이지만) 이뤄질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혼을 태우리'. 원래 이 노래는 남녀간의 만남과 사랑을 말하려 했던 것이겠지만, 아무리 가난하고 부족한 듯한 부모님이라도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을 어찌할 것인가?
오히려 조금 모자라기 때문에, 또 가난하기 때문에, 그 자식들이 더 분발해서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닐는지?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좌절하지 말고, 또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좋은 스승과의 만남이다. 최근에 와서는 좋은 친구와 만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리로는 역시 훌륭한 스승님을 잘 만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주몽'이란 TV연속극이 끝나는 바람에 방송 볼 재미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 때 TV연속극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어, 심지어 직장인들도 그 방영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음식점과 술집들이 대부분 손님 없이 파리만 날리는 현상이 벌어졌고, 심지어는 택시 운전사까지도 그 시간에 영업을 아예 중단하고, `허준'이란 TV연속극을 보기 위해 근처 다방으로 몰려들었다지만, 동의보감까지 저술하며 오늘날까지도 동아시아권에서 유명한 허준이 그 같이 훌륭한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렇게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까?
정말 스승을 잘 만나 훌륭한 인물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허준도 암에 걸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를 지경에 있던 스승이 암의 본질을 밝히고 신체 각 기관의 형태와 기능을 알게 하기 위해 손목의 핏줄을 끊고 자살함으로써 자기 몸을 샘플로 개복수술까지 하도록 명령한 스승님의 큰사랑과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명의'가 될 수 있었겠는가?
셋째로 무엇보다 중요한 만남은 평생을 함께 할 훌륭한 배우자를 잘 만나는 일이다. 백년을 해로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대로 자기 주관도 없이 죽은 듯 평생을 살았지만, 그래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하고 작은 일에도 참지 못해, 하룻밤만에 깨지는 새 가정이 많다는 서글픈 뉴스가 자주 들린다.
세 쌍 결혼에 한 쌍 정도의 새 가정이 별거다, 이혼이다 하여 쉽게 헤어지는 판국이니, 이런 뉴스나 통계자료를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어찌하여 선진국의 많은 다른 점은 닮지 않고, 못된 것만 따라 가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 특히 처녀, 총각들은 상대인 배우자를 선택할 때, 눈을 크게 뜨고 매사를 세밀히 관찰해 정말 한 쌍의 원앙새가 될 수 있도록 인생의 파트너를 잘 골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마음을 결정해 결혼하면 눈을 지그시 감고 상대의 나쁜 점은 넓은 사랑과 아량으로 감싸주는 반면, 상대의 좋은 점만을 발견하려 애쓰는 인내심 있는 슬기를 가져야 될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제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특별히 젊은이일수록 과거를 다 청산하고, 선택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할 또 한때가 된 것 같다. 요즘 같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심히 어려운 때에는 국민 모두가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내가 `과연 누구인가'를 스스로 깨우쳐서, 앞으로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다짐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지간, 친구와 사제지간, 또 배우자 관계든 정말로 `좋은 만남'이 되어서, 알차고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데 우리 모두 서로를 돕는 최선을 다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