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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호 2007년 5월] 기고 감상평

교육평준화의 어리석은 환상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작금 서울대를 비롯한 유수 사립대 총장들이 또다시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교육부 당국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각 대학이 일제히 앞으로 독자적인 입시전형제도를 채택할 뜻을 천명함으로써 교육정책 당국과 심한 대립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교육부가 `교육평준화'를 위해서 대학입시의 `3불정책'을 절대로 고수하겠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무너뜨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데서 연유한다. 그러자 각 대학들은 수년동안 그러한 정책을 강요당해 왔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학들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은 대학교육을 망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소위 `3불정책'이란 대학입시의 본고사 불가, 각 고교의 등급제 불가, 기여입학제 불가 등 세 가지의 불가원칙을 말한다.
대학에서의 비판과 반발은 그 3불정책을 허물지 않고서는 입시에서의 변별력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다는 것과 사학의 재정 궁핍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직접적으로는 대학입시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며 그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념 대립과 인식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정책 당국은 `인간평등'의 이념 추구를 위해 교육계도 평준화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반해, 대학을 비롯한 일선 교육담당자들은 그런 평준화교육은 교육의 질적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견지에서도 지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학입시의 3불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단 대학들에서만 그치지 않고 초?중?고?대 등 전국 교육자들의 최대 연합체인 `대한교육연합회'까지도 대학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인간 평등화를 위해 교육까지도 평준화해야 한다는 발상은 인간의 지적 능력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 갈대'로 인식한 데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평등하고, 또한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은 인간의 인권과 인격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지, 인간의 지혜나 능력까지도 평등하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신체적?지적 능력은 언뜻 보아서는 대동소이한 것처럼 생각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엄격하게 따져보면 인간의 능력은 천차만별로 판이하게 차이가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교육평준화란 이렇게 인간의 능력 차이를 인위적으로 평등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결코 순리적인 발상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오늘날 세계는 정보화시대와 지식산업화시대로 전환되면서 국제적으로 치열한 두뇌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가적인 견지에서 볼 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민적 두뇌 개발체제와 노력을 집중해야 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각국이 앞다퉈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까닭이다.
대학은 바로 그러한 영재교육의 요람이요 도장이 돼야 한다. 대학은 평범한 인적자원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기관은 아니다. 그러한 보편적인 인적자원의 양성을 위해서는 초급대학이나 전문대학 또는 중?고등학교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다. 대학은 일국의 최고학부로서 그러한 각급 교육기관과는 달리 지도급 인재의 배양과 두뇌 개발의 산실이 돼야 한다.
그러기에 각 대학은 보다 우수한 두뇌 개발을 위해 그런 잠재적 능력이 있을 것으로 믿어지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나름대로 독자적인 방법을 강구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대학의 당연한 권리인 동시에 또한 사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이 그러한 각 대학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는 것은 심히 부당한 처사라 아니 할 수 없다.
인간능력이나 지적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는, 완전한 것은 아닐지는 모르지만 동일한 조건하에서 동일한 수단과 방법에 의한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같은 자로 길이를 재봐야 물건의 장단을 알 수 있고, 동일한 저울로 무게를 달아봐야 그 무게의 경중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일선 교육계가 당국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드는 근본요인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영재적 재질이 있는 인재를 발굴해서 국가적 우수한 두뇌로 개발시키려는 대학의 의지와 노력은 곧 국가적으로도 지적 경쟁력을 제고 강화하는 요망스러운 활동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그러한 대학의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권장할지언정 그것을 견제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어쩌자고 국가적 지적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대학의 평준화교육을 고집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가 대학교육 평준화를 지향한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똑같이 교육평준화를 지향한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오늘날 각국은 만명의 평범한 인력 양성에도 주력하지만, 그보다는 국제적 지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 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것이 훨씬 더 많은 국익과 국가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대학은 그러한 한 사람의 천재를 발굴하고 길러내기 위해서도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평등해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과 능력 개발만은 결코 평등할 수도 없으며, 또한 평등해서도 안된다. 그러므로 대학교육의 평준화를 통해 사회의 평등화를 기하려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