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호 2007년 3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한국은 `대 극적' 변화의 기적
우리는 아파트에 산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단지 아파트의 값과 장소의 관점에서만 시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주거로서의 아파트가 농촌에까지 보편화돼 가는 현상은 이 지구상에서 한국만의 일이다. 홍콩,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의 특수한 경우를 빼고 일반적인 국가사회 치고 아파트가 주거의 보편현상, 그것도 농촌까지 고층아파트 주거형태가 전개되고 있는 경우는 한국뿐이다.
1990년 처음 모스크바를 방문,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 제일 낯익은 풍경을 발견하게 됐는데 그것은 고층 아파트군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도 고층아파트는 대도시만의 현상이었다. 한국의 전통, 한국에 영향을 미친 외국문화(미국.중국.일본)의 주류 그 어느 것과도 상관없는 아파트 주거문화는 어떤 이유로 한국에서는 주류주거문화가 되었을까.
1960년대 초인가, 마포에 처음 5~6층짜리 아파트가 세워졌을 때 그것은 異常의 관심이었을 뿐이었고 바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다. 1970년대 말 `현대아파트 사건'이란 것이 났지만 당초에는 팔리지 않아서 생긴 일, 요샛말로는 `미분양 사태'가 일어났다. 아파트주거의 일반화는 불과 30년 사이의 일이다.
한국에서의 삶과 같이 가장 빠른시일내에 가장 대극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는 인류역사상 예를 찾기 힘들 것이다. 근대화, 발전, 성장이라는 변화의 현상인 민주주의, 자유, 인권, 언론, 인구증가와 감소, 노령화, 노자화, 주거이동, 도시화, 교육향상, 여가의 증가, 종교의 자유, 산업구조 변화, 기업, 무역, 노동운동, 세계화…. 그 어느 것 하나 점진적인 것, 하나의 성장 발전의 전개를 거쳐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단계적인 변화가 없다. 외국에서 이식됐거나 안에서 싹이 텄거나 한번 시작하면 돌출적?수직적 상승을 지향한다.
![]() | 金 鎭 炫(사회54-58) 무역협회 연구자문위원장 前과학기술처 장관 |
한국은 `대 극적' 변화의 기적 |
非크리스천 전통국가 중 30%에 이른 크리스천 인구를 가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은 1.5%, 한국보다 기독교전래가 훨씬 오래되었고 선교사와의 접촉이 강했던 나라들도 10%의 크리스천을 가진 나라가 없다. 더구나 인구 4천9백만의 30%인 1천3백만의 크리스천들이 6천만의 크리스천을 가진 영국보다 배나 많은 1만3천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견하고 미국 2억8천만 크리스천이 6만4천명의 선교사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기적 중의 기적이고 돌출 중의 돌출이다.
한국의 대학교, 대학생 인구가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모든 선진국보다 많고, 이공계 대학생 수 역시 세계 2위이다(중국, 인도 제외). 미국에 유학 중인 최대 대학생이 한국이고 미국의 외국인교수 중 한국이 2위이다. 신문사와 방송사, 인터넷 미디어의 수, 수도권집중과 도시화 비율, 세계최저의 출산율, OECD 최고의 자살율, 한국만이 존재하는 대학총장의 교수직선과 신문사 편집국장 직선제, 모든 국영기업과 은행CEO의 공모제, 판사와 검사 그리고 이들과의 사건관계자나 사건관련 변호사와 함께 식사를 해도 비정상이 아닌 것처럼, 국회의원이 개인 일로 외국가도 대사관에서 대접 안 했다간 야단맞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치 골프화제가 없으면 모임의 주제가 사라지는 회식문화, 세계 유일하게 주중?주말에 가정주부와 여성들이 골프장을 메우는 여가문화.
이것은 변화나 성장이나 발전을 넘어 기적이다. 단군이래, 인류역사이래 최고의 기적이다. 이 기적은 무엇을 잉태하며 가는 기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