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2007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당신은 지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金 相 浹
(외교 82-86)
SBS 보도국 미래부 차장
당신은 지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당신은 1년 전 보다 행복하십니까?"
필자가 속한 SBS 보도국 미래부가 지난해 11월 한국리서치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1천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3%가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응답한 20%를 두 배 이상 누른 것이다.
왜 그런걸까. 행복은 학문적 용어로는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고들 한다. 행복은 개개인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 요소를 빼고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을 물었다.
1위를 차지한 건 예상대로 '경제위축(39%)'이었다. 먹고살기 힘들면 행복은 사치재가 되고 만다는 통설이 들어맞는 결과다. 2위는 '빈부격차(34%)'로 나왔다. 이 역시 행복은 상대성 효과에 따른다는 학설과 일치한다. 가령 내가 3천만원을 벌어도 남이 8천만원을 벌면 기분 안 좋은 것 아닌가.
그럼 3위는? 놀랍게도 '정치지도자의 리더십부족(33%)'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놀랍게도'라는 단어를 쓴 까닭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정치는 행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통설이자 학설을 이번 설문결과가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거리인터뷰에 나섰다.
"지금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험한 얘기해도 그대로 방송에 내줄 거면 하고 안 그러면 말 안 하겠습니다."
"왜 멀쩡한 사람을 흔들어대는 겁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고맙겠습니다."
그랬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부동산을 비롯, 일자리와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에서 촉발된 각종 민생 정책이 자신의 생활영역에 깊숙이 그리고 어설프게 침투해 생활기반을 교란한 것에 놀라고 또한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치 지도자는 아예 국민행복에 손을 놓고 방치하는 게 나은 걸까? 오히려 그 반대다. 도널드 존스턴 前OECD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은 21세기 핵심국정목표로 '웰빙국가(wellbeing nation)'를 설정하고 행복한 나라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OECD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한계를 넘어 국민총행복(GNH : Gross National Happiness)지수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국가발전의 척도는 외형적 경제성장뿐 아니라 일자리, 주거, 교육, 건강, 가족, 환경, 사회적 안전에 이르기까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느냐를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행복이 경제성적순이라면 목표는 단순해도 되겠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함수관계에 좌우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시간대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팀은 국민 소득 1만 달러가 될 때까지는 소득과 행복이 함께 올라가지만, 그 이후에는 덴마크와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나라별로 상관관계가 달라진다는 점을 실증하고 있다.
캐나나가 웰빙지표(Canadian Index of Wellbeing)를 만들어 미국보다 경제력은 떨어지지만 행복에서는 앞선 국가가 되겠다는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이는 이치다.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 실용과 이념, 실천과 구호라 할까?
지난 2월 OECD 당국자를 비롯, 국내외 석학과 정부대표들과 함께 '행복코리아'를 주제로 제4차 미래한국리포트 발표회를 개최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SBS는 한국갤럽과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규모는 지난 40여 년간 2백배가 커졌지만 지난 10년간 국민행복도는 14% 포인트가 하락, 세계 60위권이라는 점을 주시해 '새로운 시작'의 필요성을 역설했건만 행복의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 우울한 건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기회만 되면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커녕 도피라 할 수밖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얼마 전 서울에서 만난 앨빈 토플러는 "그러면 남이 당신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일단 믿을 건 자기자신이다.
행복의 트라이앵글을 아시는가. 일, 가족(혹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건강이다. 나머지 두 가지는 가변성이 있으니 결국 남는 건 건강이다. 선배, 동문 여러분 그러니 연시에 더욱 건강 챙기세요. 그리고 거울을 보고 물어 보세요. "Are you happy?"라고.
그게 인생의 목적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