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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2007년 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아직도 서울은 滿員이다


 
  아직도 서울은 滿員이다



 
張 錫 準
(사회64-68)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서울은 滿員이다. 요즘은 별로 쓰이지 않아 생경하기까지 하지만 1960 ~ 70년대에 널리 회자되던 말이다.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李浩哲씨의 동명소설은 대충 이런 구절로 시작된다.
 "서울은 아홉 개 구에 굉장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3백80만이 정작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들어서지만 자꾸 모자란다. 일자리도 없다. 농촌은 황폐화되고 서울은 삭막한 도시가 되고 있다."
 삭막한 서울살이가 아무리 고달프다 해도 여기에 와야 먹고 살 거리를 찾을 수 있기에 전국 각 지역에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때 서울의 인구는 등록된 통계로만 헤아려 봐도 한 해 20~30만, 어떤 때는 40~50만명씩 늘어났다. 지방의 중규모 도시 하나가 매년 서울로 몽땅 이사 오는 격이다. 그러니 주택과 일자리가 늘 골칫거리였다.
 오늘날의 서울은 어떠한가? 80년대 중반까지는 인구가 불어나다가 1천만명 정도에서 정체돼 있다. 물론 경기도에 계속 신도시가 개발되기 때문이다. 신흥개발지역에서는 난개발 문제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서울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지하철이다, 도로확장이다, 도시고속도로다, 한창 투자를 하다 보니 옛날 만원버스 같은 기분은 거의 없어졌다. 한강고수부지가 온통 공원으로 변했고 청계천이 이름에 어울리게 됐다. 크고 좋은 병원은 모두 여기에 있다. 문화 예술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나이 들수록 큰 병원이 가까운 곳, 아이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는 곳, 친구가 많이 사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아파트도 서울에 있어야 값나간다.?? 아예 노인들의 수칙처럼 됐다. 아무도 서울의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주변의 경기도 신흥도시도 만만찮다. 출퇴근 거리가 40~50km에 2시간이나 걸리는 사람도 꽤 있다. 하루 4시간을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대표도시인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집적의 이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안 중 하나가 서울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은퇴자들이 서울을 비워주는 것이다. 서울은 은퇴자가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 일거리도 변변치 않으면서 생활비가 너무 비싸다. 서울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청아한 시골(땅값이 비싼 경기도는 지나서)에 은퇴자를 위한 파라다이스를 여러 곳 만들자. 가구당 1백~2백평 대지에 20~30평의 아담한 집, 텃밭도 10평 만들고, 단지 규모는 수천에서 2~3만명이 살 수 있도록 하자. 각종 편의시설이나 소프트웨어는 인생황금기에 보람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환상적으로 마련한다. 의사가 탑승한 119구급대가 지근거리에서 대기하도록 한다.
 서울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두자. 개인별 투자규모는 1억원 내외, 월 생활비는 기본생계비 50만원, 문화비 등 포함시 1백만원 정도가 되도록 설계한다. 인구 감소로 고민 중인 지자체는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각종 사업을 활용할 수 있고, 지방교부세도 매년 크게 늘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익성이 아주 괜찮을 것이다. 이주자는 지상낙원에서 살며, 수명도 5년 연장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문제도 꽤 좋아질 것이다. 일자리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