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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2006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全炳植(화학52-56)동문 가족


서울대 가족

全炳植 한국세라믹총협회장

부인.1남1녀.처형내외 등 8명이 동문
"문과.이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서로의 부족함 채워"


   


   全炳植(화학52-56)동문 가족

  

  부인 鄭玉熙(불문56-60)
  장남 全在昱(경제82-86)
  장녀 全世華(화학85-89)
  동서 林淳澤(약학53-58)
  처형 鄭鍊沁(약학54-58)
  조카사위 康聖元(외교78-82)
  처조카 鄭益重(사회복지88-92)





"가족과의 추억거리요? 앨범을 꺼내놓고 사진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면 좋을 텐데…."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짐 정리를 다 못했다고 말하는 全炳植(화학52-56 한국세라믹총협회장)동문. 칠순이 넘은 지금도 全동문은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을 찍어왔다.
 全동문이 들려줄 부인 鄭玉熙(불문56-60 前학술원 근무)동문, 장남 全在昱(경제82-86 비비피부과학연구소 사장)동문과 장녀 全世華(화학85-89 TEGO사이언스 사장)동문과의 추억은 이를 회고할 때마다 볼 수 있게끔 아예 동영상으로 남겨뒀다고.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때 在昱이가 여동생 世華와 함께 멋진 만찬을 대접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저녁 먹을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在昱이가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며 대형마트에서 와인잔을 비롯해 요리재료를 한가득 장만한 후 숙소로 돌아왔어요. 在昱이의 가장 든든한 조수는 언제나 世華였기 때문에 둘이 손발을 맞춰가며 분주하게 준비를 하더군요. 드디어 식사시간이 되자 테이블에는 촛불이 켜지고, 애피타이저에서부터 후식까지 근사한 코스요리가 나오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벽난로 앞에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편안하게 있는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얼른 캠코더를 꺼내 열심히 찍었죠. 그 날 모두들 분위기에 취해 밤을 샜어요."
 이렇듯 全炳植동문은 공학도로서 조금은 고지식하고,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원리원칙주의자지만 어릴 적부터 독서광이며, 사진을 찍고 때론 부인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할 정도로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全동문은 대학졸업 후 육사 화학부 교수로 봉직하다 30여 년간 경제기획원, 상공부, 경제과학심의회의, 대통령 경제비서실, 국립공업시험원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현재 그는 장녀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자문담당자로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연맹 이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부본부장 ?사회복지회 이사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며 예나 지금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장녀 全世華동문이 운영하는 TEGO사이언스는 세계수준의 세포배양 기술을 토대로 화상, 피부궤양, 백반증, 선천성 반점과 각막손상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이식 및 상처치유용 피부와 각막을 연구 ?생산하는 생명공학기업이다.
 장남 全在昱동문은 뛰어난 영어실력과 화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정계에서 외교외신담당 보좌역으로 활동하다 좀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여동생이 창업한 회사를 '보좌(?)'하기 위해 귀국, 현재 TEGO사이언스와 관계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TEGO'라는 회사명도 全在昱동문이 직접 지었다. 환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덮는다'는 뜻의 라틴어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밖에 全炳植동문 가족 중에는 부인 鄭玉熙동문의 둘째 언니인 처형 鄭鍊沁(약학54-58 前한국쉐링 사장)동문과 남편 林淳澤(약학53-58 前한국썰약품 부사장)동문, 조카사위 康聖元(외교78-82 한국정보통신대 공학부 부교수)동문과 처조카 鄭益重(사회복지88-92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동문이 모교를 졸업했다.
 "딸은 저와 같은 이과를 전공해서 꼼꼼하고 세상물정에 관심이 없고, 아들은 아내의 감성적인 면과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고 융통성이 있는 게 닮았어요. 그런데 또 아들은 저의 고집스러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면도 있고, 딸은 고민거리가 있으면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에요. 모두 문과이거나 이과였다면 한가지 면만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주고 보완해 주는 게 참 감사하죠."
 이에 부인 鄭玉熙동문은 손사래를 치며 "서로 다른건 너무 달라서 지금도 다툴 때가 많아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진통을 겪으며 다행히 결과는 지금까지 좋았으니 서로의 장단점을 보듬어주고 많은 대화를 통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살아야죠. 젊을 땐 남과 똑같은건 싫어하고 뭔가 특별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나만큼 삶의 여러 가지 면들을 체험하며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많지 않음을 오히려 감사히 여기고 사람들에게 인생상담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천주교를 믿으면서 무엇보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미덕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자녀들에게 삶의 여유와 배려를 기르라고 당부합니다."
 자녀교육에 대해 全炳植동문은 "공부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친께서 항상 '能小能大'하라고 하셨는데 큰 일에도 능해야 하지만 작은 일도 소중히 여기고 소홀히 하지 말며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죠. 그래서 在昱이가 고3때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도 배우고, 영자신문을 만드는 등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정을 쏟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全炳植동문 부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노추하게 살지 말고, 자녀들이 사회에 좀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부부도 여유가 생기면 사회봉사활동 등 좋은 일에 쓰고 싶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현관문을 나서면서 거실 한복판에 자리한,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넓은 평상이 자꾸 떠올랐다. 全炳植동문 가족은 앞으로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오래된 평상에 둘러앉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화하며 마음 풍족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