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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2006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코리아랜드캄파니 鄭八道회장


화제의 동문

"출세해서 봉사하고, 돈 벌어서 기여하자"




〈장학기금 10억 약정〉










   코리아랜드캄파니 

       鄭八道회장



본회에 지난 9월 11일 장학빌딩 건립기금으로 10억원 출연을 약정한 코리아랜드캄파니 鄭八道(AIP 1기 ?AMP 26기)회장. 그러나 이보다 앞서 25년간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장애인 후원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해온 이력이 있다.
 鄭회장이 처음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1년.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인 (주)弘仁이 안양으로 확장 ?이전한 일을 계기로 안양경찰서 선도위원에 위촉되면서부터다. 당시 안양교도소 재소자를 생산직 근로자로 채용해줄 것을 요청 받은 鄭회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성실히 일하며 새로운 자립의 길을 열어 가는 모습을 보고 갱생보호사업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부근 鄭회장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돈 버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돈 쓰는 것이죠."
 鄭회장은 기부철학에 대해서 묻기도 전에 몇 장의 메모지를 내보이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종자돈' 이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돈 버는 것,
 그러나 그보다 힘든 일은
 돈 쓰는 것"

- 종자돈에 대한 남다른 견해를 갖고 계신데, 경험담을 들려주시죠.
 "1987년 6월 안양시 만안구에서 (주)弘仁을 운영할 때였습니다. 2백여 명의 직원과의 월요일 조회에서 처음으로 종자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늘 퇴근 후 가족회의를 거쳐 내집 마련자금 그러니까 월세, 전세, 보증금에서 부족한 금액을 신청하면 무기한, 무담보, 무이자로 가불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장기근속자 순위로 공로 무상주 배당을 해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가불한 금액을 한시적으로 변제할 수 있는 혜택을 주겠다고 했죠. 그 당시에 가불을 신청한 직원의 20~30%가 10~30평 아파트를 구입했고, 가격이 3년후 100~300% 상승해 이익을 보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종자돈의 힘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사원들이 그 당시에 주택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내집 마련은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준 저의 판단과 실행을 고맙게 여겼다고 합니다."
 -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거군요.
 "보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 나이 30대 초반에 종자돈으로 안정된 신혼생활을 출발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출발지점부터 인생이 달라집니다.
 30대 종자돈 소유자는 선두 대열에서 경쟁할 수 있으며, 문화생활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40~50대에 그 종자돈을 잘 굴려 재테크에 성공하면 생활을 윤택하게 누릴 수 있게 되며, 나이가 들어 명예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자돈 없이 시작한 사람은 결혼 초부터 월세, 은행대출, 가불, 전세보증금 등으로 찌들어 출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죽을 때까지 돈에 시달리며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종자돈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교도소 재소자들에게도 그 이론을 실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1990년부터 3년간 안양교도소 모범재소자들을 법무부 교정국의 승인을 받아 저희 공장 생산부서에 단순근로자로 취업시켰습니다. 하루에 40~50명이 교도관의 인솔로 출퇴근을 했었죠. 나중에 3~4백명 정도가 순화기간을 마치고 출소했는데 그동안의 임금을 모아 저축한 돈(종자돈)이 새 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인간은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끌어내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 남다른 인생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속담이 있지만 저는 좀 달리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는 별을 보고 출근하고 별을 보고 퇴근하면서 투명하게 번 돈의 소중함을 잘 압니다. 물고기가 물이 없으면 죽듯이 사람도 누구나 한번쯤 돈의 노예가 되었던 경험이 있을 줄 압니다.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라고 생각하면 한 푼도 못 쓸 것입니다.
 저는 항상 하느님께서 부족한 인간을 권력과 재물 등의 관리자로 지명해주신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어느 선배님께서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부자로 살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을 부자가 되는데 집착하거나 부자를 목표 삼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인생관입니다."
 - 봉사의 삶을 결심한 계기는.
 "우리 민족은 6 ?25전쟁 전후로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기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재료들을 모아 큰 가마솥에 끓여먹으며 민생고를 해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당시 李承晩대통령께서 거제도 포로수용소 포로들을 전원 석방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희 집은 부산 충무동 적산집이라 불리는 2층 건물이었는데, 동사무소로부터 연고지가 없는 석방포로 8명을 배정 받아서 그분들이 직장이나 혹은 친척을 찾을 때까지 6개월 정도 식구처럼 함께 생활했습니다.
 어린 나이의 저는 그 때 그분들이 치열한 노력과 휴머니즘적인 생활철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눈여겨봤습니다. 수천년 동안 내려오는 우리 민족만의 향수와 따뜻한 인정, 덤의 문화를 그들을 통해 느끼고 경험했습니다. 이 때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닫고 힘이 닿는 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습니다."
 - 1999년부터 '鄭八道 ?李慈倖특지장학회'를 통해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계신데, 그들에게 어떤 당부를 하고 싶은지.
 "내가 공부를 잘 해서, 아니면 단순히 서울대 학생이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다는 생각, 더 나아가 돈 있는 사람이 자기 보람을 느끼기 위해 장학기금을 내놓았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학업을 포기할 수도 있었기에 이 장학금이 내게 종자돈이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돼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해서 남 주나', '출세해서 남 주나', '돈 벌어서 남 주나'는 식의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 말이 이기적이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공부해서 남 주자(베풀자)', '출세해서 사회에 봉사하자', '돈 벌어서 사회에 기여하자'로 바꿔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1남1녀의 자녀를 두신 것으로 아는데 가족 소개를 해주시죠.
 "제 아내(李慈倖)는 1967년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국무성 소속기관인 AKF에서 유학생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업무를 맡아 10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AKF 총재가 미8군 사령관, UN사령관을 역임한 밴 플리트(Van Fleet) 장군이었죠. 아무튼 아내가 일을 그만 두면서 받은 퇴직금이 종자돈이 되어 지금 총동창회의 특지장학금으로 쓰이고 있죠.
 큰딸(혜신)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수학 중이며, 장남(홍일)은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을 나와 현재 모교 대학원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형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일 큰 형님이 으뜸 원(元)에 길 도(道)자를 써서 정원도이고, 둘째 형님이 적을 소(少)에 길 도(道)자를 쓰고, 그 이후로는 숫자로 삼(三)도, 사(四)도, 오(五)도, 육(六)도, 칠(七)도이고 제가 여덟 번째로 태어났다고 해서 팔(八)도가 됐습니다. 제 아래로 여동생이 한 명 있죠."
 - 술 ?담배는 하시나요. 골프는 자타가 인정하는 프로급이신데.
 "저에게 음식 중에 제일 좋은 게 뭐냐고 물으면 술이라고 대답합니다. 아직도 폭탄주를 좋아하니까요. 담배는 40년 정도 피우다가 끊은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제가 테니스를 즐겼는데, 사업을 하면서부터 거래처 대표와의 교제를 위해 골프(1974년)를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고 힘들었는데, 레슨도 받고 7~8개월 동안 용산 미8군 골프장에서 훈련을 해서 싱글의 실력을 쌓았죠."

 鄭八道회장은 법무부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 경기 7개 지역 이사협의회장,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안양지구협의회장, 출소예정자 사전상담전문위원 후원회장, 서울시 체육회 역도연맹 회장, (사)전국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 자문위원, 서울대 AIP로타리클럽(국제로타리제3640지구) 회장, 서울대 AIP동창회장, (재)관악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부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 안양만안지구협의회장, 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훈으로는 서울대 공대 발전공로상, 전국우수경영자 표창, 세무서장 표창, 국세청장 표창, 검찰총장 표창, 법무부 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석탑산업훈장, 국민훈장 석류장 등이 있다. 〈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