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2006년 11월] 기고 감상평
동문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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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실버 에이지의 심플 라이프로 살기
李仁子
(가정교육55-59)
건국대 명예교수.서경대 석좌교수
'노인'이라는 지칭에 아직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우리 나이에 '뉴 실버 에이지'라는 새로운 대명사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 4월 의류학회 춘계학술대회의 주제 강연 중 어느 대학 교수가 제안한 '뉴 실버 세대'라는 용어에 흔쾌히 동의하기로 한 것이다.
뉴 실버 세대란 은퇴를 준비하는 시대가 아니고 정년 후에도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령자 세대를 '뉴 실버 세대'라고 일컫고 은퇴 후에도 프런티어 활동이나 스포츠, 여행 등 동적이고 사회적 활동에 열중하는 예비 고령자 세대로서 S세대 G세대 황금세대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새로운 실버 세대를 의미하는 뉴 실버 세대는 크레디트 카드를 사용한 첫 세대로서 후기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사회적 ?경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노인이라 분류됐던 고령층과는 그 개념을 달리 하고 있으므로 보다 높은 차원의 삶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나이가 들수록 가능한 한 깨끗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늘 상 생각해 왔으므로 노인이라는 단어를 수용하기 힘들었는데, 이 새로운 대명사인 '뉴 실버'라는 용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 소중한 뉴 실버 세대를 알차게 보낼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본다.
노년을 잘 살아가는 지혜로 다나카 수상은 넘어지지 말고, 감기 들지 말고, 나를 떠난 인연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으며, 대처 수상은 항상 아름다운 음악에 접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좋은 음식과 차를 즐기고, 숨겨 놓은 애인이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했단다.
이들의 지론이 상당부분 타당하기는 하나 내 생각엔 홀로서기를 잘하는 것이 노년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홀로서기를 잘 하는 것일까? 홀로서기란 혼자서도 즐겁고 기분 좋은 일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고 외롭지 않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생활화되는 것을 말함이다.
예컨대 각종 스포츠,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노래 부르기, 등산 또는 산책, 컴퓨터 ?인터넷 검색과 메일보내기, 글쓰기, 그림그리기, 꽃가꾸기, 담소하기 등등. 요즈음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욕심을 부리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가지 일을 몇 시간씩 하면서 심신의 소모를 과하게 하면 젊은이 같지 않아 무리가 오게 마련이다. 조금 하다가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하거나 아니면 다른 것으로 옮겨서 소일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적인 일, 감성적인 일, 몸을 움직이는 일 등을 고루 섞어서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소일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내가 요즈음 계속해서 머리에 입력하는 것이 '심플 라이프로 살자'라는 캐치프레이즈이다.
모든 동물은 귀소 본능이 있어서 출생한 곳으로 돌아온다 했는데, 사람 역시 늙으면 어린애 같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지성인임을 자처하던 사람도, 세상살이 모든 근심 걱정 혼자 하던 사람도, 가치관이 어떻고 도덕이 어떻고 하며 혼자서 성인군자 연하던 모든 골치 아픈 일을 벗어버리고 어린애같이 단순하고 순수하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고맙다 생각하자. 그가 내게 왜 친절을 베풀었을까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길 가던 사람이 나를 보고 눈인사를 하면 나도 인사를 하자. '그가 나를 언제 봤다고 인사를 하지?'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식사 한번 하자고 제의해오면 가볍게 생각하고 만나자. '그 사람이 왜 내게 밥을 사지?'하며 그 사람의 됨됨이를 시시콜콜 따져서 거절하는 일은 하지 말자. 누군가 보고 싶고 만나서 담소하고 싶으면 바로 전화하자. 이것저것 따지면 골치만 아프다.
자녀들이 전화가 없으면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아마도 바빠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 녀석들이 부모를 소홀히 한다고 서운해하지 말자. 친척이나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나보다 능력 있고 멋있고 복 많은 친구들을 사랑하자. 그런 친구들이 내 주변에 있음으로써 내 존재도 격상됨을 인정해야 한다. 나이 들어 팔자 좋은 친구나 자식 자랑을 하는 친구 때문에 마음 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나이에 자신보다 잘난 친구에게 시기지심을 갖는다면 얼마나 불쌍한 인생이랴!
뉴 실버 에이지를 현명하고 알차게 살아가는 비결은 사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을 때 많이 움직여서 체력이 쇠퇴하지 않게 노력하고, 오감이 작동할 수 있는 한 최대한도로 사용해서 아름다움, 기분 좋음, 맛있음 등의 기쁨을 맛보도록 노력할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인연이 있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사랑할 수 있으며 마음이 푸근하고 순수해져 가장 단순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 이것이 뉴 실버 세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생활 철학이 아닐까?
대학 개혁, 국립대서부터 시작돼야
李東植
(영어교육72-76)
KBS 방송문화 연구팀장
10월 2일과 4일 이틀을 건너뛰면 9일이나 휴일이 이어지는 '역사상 가장 긴 징검다리 추석연휴' 기간동안 북한 핵실험과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두 개의 큰 뉴스 외에 살짝 눈길을 끈 뉴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서울대가 세계대학 가운데 63위를 차지했다는 영국발 뉴스였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2006년 발표에서 세계 2백대 대학 안에 포함된 우리나라의 대학은 서울대(63위), 고려대(1백50위), KAIST(1백98위) 3개뿐이다.
그런 반면에 중국의 약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중국의 베이징대는 2004년 17위에서 2005년 15위, 그리고 올해는 14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눈부시다고 해야할 것이다. 2004년에는 도쿄대(12위), 교토대(29위) 등 두 개 뿐이었는데 올해에는 도쿄대(19위), 교토대(29위), 오사카대(70위), 도쿄과기대(1백18위), 게이오대(1백20위) 등 무려 11개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우리 대학들이 답보상태에 있는 동안 일본과 중국 대학의 평가가 올라간 것은 무엇 때문인가?
중국 대학의 약진은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본의 대학들이 2년 전에 비해 이처럼 괄목할만큼 도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일본 대학들의 과감한 변신 덕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최근 도쿄대가 일본 최대의 신용평가기관인 R&I로부터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우리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도쿄대를 한번 보자. 도쿄대는 2004년부터 대학 법인화를 단행했다. 법인화 전에는 학생기숙사 하나도 문부과학성에 신청해서 허가를 받아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이 자금을 조성해 기숙사를 지을 수 있다. 도쿄대 법인의 법적 기관으로 임원회, 경영협의회, 교육연구평의회가 만들어졌다. 2004년 4월 제28대 도쿄대 총장에 취임한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62세) 총장은 대학과 기업과의 산학협동을 크게 늘렸다.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학교내외의 수익사업으로 돈이 늘어났다. 그 결과 도쿄대는 2005년 1천7백71억엔(약 1조7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여전히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학교수준은 정체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교수임용은 연고와 파벌에 의한 '자기사람 뽑기'가 횡행하고 있어 외국인 교수는커녕, 타 대학출신 교수들이 자리를 붙일 수가 없다. 이에 비해서 미국 명문대학의 경우 10%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대학의 재정은 형편이 없고 이를 극복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서울대의 경우 정부의 교부금이 18년째 늘지가 않아서, 대학이 무슨 사업이나 기획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도쿄대가 2004년 받은 정부 예산은 9백30억엔(약 7천5백억원)인 반면 서울대는 올해 약 2천억원을 받는 수준이다.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교 교육비 구성을 보면 한국은 고등교육 단계의 정부부담 비율이 0.3%로 OECD 국가 평균 1.1%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예산에 대한 국고 지원도 사립대의 경우 일본은 12%, 미국은 15%인 데 비해 우리는 4.5%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로서의 대안은 대학의 법인화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보다 앞선 95년 국립대 특수법인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학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대학은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시작은 국립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여건을 탓하고, 불신하기보다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장기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각자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챙기느라 대학이 나아갈 방향과 미래에 대해 거의 무관심했던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인화를 통해 자율을 얻고 이를 통해 대학의 재정과 인적 자원의 확충에 나서야 한다.
현재 국가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핀란드는 그 경쟁력이 대학에서 연유한다는 것이 서울대 文龍鱗교수의 분석이다. 그들 나라의 대학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까닭은 평준화된 동질의 대학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선두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줄기차게 선의의 경쟁에 몰입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이 마음껏 경쟁해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도록 큰 멍석을 깔아주는 일이 대학정책의 큰 그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래서 나온다. 대학간의 격차가 많다고 일류대학을 없앨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을 일류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화를 통한 대학의 체질개혁과 이를 위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 그것이 우리 대학을 변모시킬 두 개의 키워드이다.
추석 연휴기간동안에 나온 'The Times'의 2006년 세계 2백개 대학 순위발표는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학들은 한국인들에게 묻고 있다. 왜 한국의 대학은 개혁이 안되는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