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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2006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모교 약학과 金榮中교수


만나 봤습니다

모교 약학과 金榮中교수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를 달리다, 장항IC에서 내려 계속 직진하면 고양시 가구단지가 나온다. 가구단지에 들어서 또 얼마를 가면 고즈넉이 자리한 숲 하나를 만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설문동 153-10 서울대 약초원이다. 그곳의 수장은 모교 약대의 金榮中(약학64-68)교수. 가냘픈 체구에 평범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풍모. 하지만 약용 천연식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조예를 엿본다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8월 하순 일단의 과학기술인들 틈에 끼어 약초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날 金원장으로부터 '약용식물의 현재와 미래' 특강을 듣고 감명받았다. 그래, 조만간 이 '아주머니'를 한번 다시 만나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 지난 10월 12일 가을 햇살이 아직은 따가운 오후 약초원을 다시 찾았다.

대 담 : 본보 尹在錫논설위원(국민일보 논설위원)



- 약초원 분위기가 한 여름과는 또 다르네요. 그동안도 무척 바쁘셨죠.
 "얼마 전 유럽 생약회의에 갔다 왔습니다. 그리곤 뭐 매일 연구에, 회의에, 아이들 가르치는 거 뭐 그런 거죠. 약초원도 자주 와봐야 되고요."
 - 일중독자(workaholic)라고 소문이 파다하던데, 지난 추석연휴 때 뭐하셨습니까.
 "알아 맞춰보세요."
 - 연구실에 나오셨을 것 같은데요.
 "맞았습니다. 그동안 밀린 일 좀 하고 또 차분히 생각하는데 연구실만한 곳이 없거든요. 전화도 오지 않아 정말 행복했습니다."
 - 약초원장을 무려 18년째 장기집권하고 계시다는데 자리 노리는 분은 안 계신가요.
 "예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약초원장 자리를 빼앗길 뻔(?) 했습니다만, 결국은 김 아무개만큼 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더군요. 그래 지금껏 해오고 있죠. 물론 저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언제든 비켜드리겠습니다. 이 자리는 명예가 아니라 멍에이니까요."
 - 약초원을 이만큼 만드시느라 고생이 대단했다던데요.
 "두 분의 스승님이 짧게 맡으셨던 약초원장 자리를 1989년에 얼떨결에 받았을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고양시 한구석에 1천5백평짜리 황무지가 약초원이라니요. 우선 자리부터 넓히려 애를 썼죠. 마침 모교 본부에 金根洙선생(지금도 주사로 근무 중)이 계셨는데, 약초원 인근에 산재한 개인 땅과 맞바꿀 국유재산을 귀신 같이 찾아내 저에게 갖고 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땅주인을 만나 딜(deal)에 들어가죠. 마치 조각보를 꿰매듯 한 필지 두 필지 확보해서 지금 1만3천평 규모의 약초원이 됐습니다."
 - 그래서 鄭雲燦 전 총장께서 '복부인'이란 별명을 붙이셨군요. 개인적으로도 부동산 투기(?)에 성공하셨나요.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죠. 하지만 약초원 땅 늘리는 일이라면 왜 그리 신나던지…. 땅 주인과 밀고 당기고 할 땐 제 스스로도 복부인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 약초원에선 어떤 일을 하나요.
 "약용식물을 기르고 여기서 추출한 물질이 신약원료가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서울대 약초원은 필드차원에서 천연물 연구를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울대 약초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일본이나 유럽 등지의 유사 기관과 비교하면 너무 취약합니다. 신약연구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고 최근에 연구동을 완성하기는 했습니다만, 상주 인력이 없으니 이것도 문제고요."

약초원 부지 10배로 불린 '복부인'

"천연물 신약개발 지원 절실"

- 천연물, 약용식물의 중요성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죠.
 "지금 세계의약계는 신약개발전쟁 중입니다. 천연물 신약개발이 21세기 제약산업의 돌파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 어느 식물에서 추출한 무슨 성분이 어떤 질병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성과가 종종 나오는데, 문제는 실용화 아닐까요.
 "바로 그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천연물로 신약개발까지 성공해 시판되고 있는 약은 위염치료제로 동아제약에서 시판하고 있는 '스티렌'과 관절염치료제로 SK케미칼이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조인스정' 정도입니다. 그만큼 연구가 단편적이라는 방증이죠."
 - 천연물 신약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천연물로부터 신약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선 약용식물의 재배 조건, 채취 시기, 채취 후 공정 등에 이르기까지 제반 조건에 따라 성분의 효능이 달라집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 분류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약학 분야는 물론이고 의학, 화학, 공학, 농학 등 여러 분야가 학제적(interdisciplinary)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천연물 연구와 신약개발의 강자는 누구입니까.
 "전통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쪽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중국의 추격이 맹렬합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고요."
 - 정부가 10대 성장 동력산업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좀 서운하지 않으신가요.
 "서운하다기보다 정부가 천연물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죠. 부가가치 면에선 정말 천문학적 규모인 것이 이쪽 분야인데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산업자원부 등 유관 부처가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일에 파묻히시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관건일 텐데요.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일하는 것 자체가 건강비결 같아요. 물론 밥도 잘 먹지만요. 체구는 작아도 체력이 받쳐줘서 다행히 지치는 일은 없습니다."
 - 천연물 신약개발의 든든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는 약초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金榮中교수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학위(70년),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76년)를 땄다. 78년 귀국해 현재까지 모교 약대 교수로 있다. 金교수에겐 기록이 많다. 우선 2004년 58세의 나이로 최연소 학술원 회원이 된 것이다. 현재 1백33명의 학술원 회원 중 여성회원은 두 명이다. 한국생약학회 회장과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을 지낸 그는, 지금 맡은 직책만 무려 10개다.
 유학시절인 1970년 성탄 파티에서 만나 결혼한 모교 화학부 金夏奭(화학63-67)교수와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