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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2006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潘基文 8대 유엔 사무총장 특강

"머리는 구름 위에 두되, 발은 땅을 디뎌라"

"머리는 구름 위에 두되, 발은 땅을 디뎌라"

潘基文 8대 유엔 사무총장 특강

 





  지난 10월 25일 모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은 아침 9시부터 재학생들로 가득했다. '유엔 사무총장 진출과 한국의 세계화'라는 주제의 潘基文(외교63-70)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강연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모여들어 좌석 4백여 석은 이미 다 차고 통로에 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시각 潘基文동문은 본부 李長茂총장실에 들러 방명록에 '서울대가 세계의 대학으로 우뚝 솟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적고 본회 林光洙회장, 孫一根상임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과 환담을 나눴다.


"기름 장어 '油鰻' 대신
'萬'이라 불러달라"

오전 11시 이날 행사를 주관한 사회과학대학 林玄鎭학장의 개회사, 후배 재학생의 꽃다발 증정에 이어진 특별강연에서 潘基文동문은 지난 외교관 생활을 돌아보며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했으며,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강연 후 학생들의 질의 응답시간을 갖기도 했다. 〈강연 녹취록은 본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강연회에서 潘동문은 "학문적인 것은 전부 빼고 경험과 관련된 소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며 "젊을 때 꿈을 크게 갖되 항상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여건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며 "머리는 구름 위에 두되 발은 땅을 딛으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외교관이 많이 필요하고, 외교관의 말 한마디가 증시 등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참여정부 초기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2~3단계 떨어질 수 있는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세계의 중요한 신용등급 기관들을 찾아다니면서 제2의 IMF 사고를 예방한 것이 큰 업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외교관 생활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으며, 특히 민주화가 되지 않아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외교관은 정부 지시를 따라 앵무새처럼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며 외교관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전했다.
 "'나는 정부의 지시를 받아 다음과 같은 말을 전달한다'는 식으로 정부의 지시가 내 소신과는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 반대로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의 지시와 나의 소신이 일치한다고 보여줄 때가 있다"고 외교적인 화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민감한 질문에 매끄럽게 잘 빠져나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기름 장어(slippery eel)'란 별명에 대해 "3공화국 시절부터 참여정부까지 오면서 '해바라기성 공무원'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얘기한다는 의미죠. 최근에는 저를 '기름 바른 장어'라고 부르는데, 장어도 미끄러운데 기름까지 발랐으니 얼마나 미끄럽겠습니까.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고 가진 30여 회의 외신기자회견에서 외교적인 답변만을 했더니 그렇게 부른 것 같다"고 밝혔다.
 潘동문은 "기름 장어라는 말을 한자로 바꾸면 기름 유(油)에 뱀장어 만(鰻)을 쓰는데, 이제 이 유만을 호로 만들어야겠다"고 말하고 "'유만'이라는 말을 좋은 뜻의 한자로 바꾸면 움직일 유(?)에  일만 만(萬)을 써서 '세상 사람을 움직인다(moving the World)'는 뜻이 되니 앞으로 '유만'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할 당시를 회고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 걸맞은 지도력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영국 토니 블레어 수상처럼 알려진 사람과 비교되며, 겨우 장관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사무총장직에 맞는 지도력을 수행할 수 있냐는 우려 섞인 평가도 있지만 지금부터 보여주겠다"며 "당선되기까지 과정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다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潘동문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나 경제적 면에서 발전했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의 높낮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대외적인 시각을 높여야 하며, 국민의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인프라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레바논에 대한 평화유지군 문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에 특사 파견하거나
직접 방문할 수도"

이어 潘동문은 "유엔 사무총장을 흔히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는 job'이라고 하고, Secretary General(SG)을 ScapeGoat(희생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나라나 단체 사이를 조율하는 harmonizer나 bridge builder가 되어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공무원 윤리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潘동문은 "사무총장은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며, physical power는 없고 moral authority만 있다"고 언급한 뒤, "유엔이라는 중립적인 기구, 세계의 평화와 이상을 실현하는 기구의 수장으로서 사무총장의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겠다"며 "여러분이 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물리학부 3학년 학생이 바람직한 외교관의 자질과 潘동문의 자질에 대해 묻자 潘동문은 "제 자질은 예전에 여기 계신 교수님들이 학점으로 평가해 주셨다"며 "외교관에게는 남을 설득할 수 있는 convincing power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심리학과 02학번 학생이 북한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묻자 "안보리의 제재 이행과정과 6자회담 속개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필요하면 특사를 임명하거나 북한을 직접 방문해서 협의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潘동문은 "나이가 들고 보면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저는 못했지만 여러 분야로 시야를 넓혀 시간을 아껴서 선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燮〉


潘基文 8대 유엔 사무총장 특별강연 녹취록

일시 : 2006년 10월 25일
 장소 : 모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
 주제 : 유엔 사무총장 진출과 한국의 세계화

“머리는 구름 위에 두되, 발은 땅을 디뎌라”

“기름 장어 ‘油鰻’ 대신 ‘?萬’이라 불러달라” 
“북한에 특사파견하거나 직접 방문할 수도”

 여러분이 이렇게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자신이 상당히 이런 분위기를 느껴본 것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입니다. 제가 정치인 같으면 이런 환경에 익숙할 텐데, 저를 위해서 여러 사람이 빡빡하게 자리에 앉아서 박수를 치고, 제가 손을 흔들어야 되고…. 오늘 연습을 많이 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李長茂총장님을 모시고, 또 제가 옛날부터 스승으로 모시고 총장님으로 모시던 朴奉植총장님도 계시고, 제 전임 바로 직전 장관으로 계셨던 尹永寬장관도 계시고, 총동창회 林光洙회장님도 계시고, 또 많은 선배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또 동기동창인 李正馥교수도 여기 앉아 계시니까, 사실은 제 기분 같아서는 총장님 이하 모든 분들은 전부다 여기서 나가시고 학생들만 있으면 제가 좀 큰 소리를 칠 것 같은데. 지금 총장님들과 대선배님들이 앉아 계시니까 제가 무슨 말씀을 드려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 강연의 기조는 학문적인 것은 전부 빼고, 제가 여기서 학문으로 해서 교수님들을 당할 수가 없고 제 경험과 관련된 소감을 중심으로 해서 30~40분, 그리고 시간이 되면 여러분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최고의 상아탑이고, 세계의 대학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서울대가 제 모교라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제가 가서 학력을 얘기하면 대개가 존경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도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제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외교관이라든가 그 나라의 장관, 대통령 등 연세가 많이 든 분들을 만나니까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대개는 고리타분한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처럼 아주 생기발랄한 젊은 학생들을 보니까, 후배들을 보니까 제 자신이 큰 힘을 받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갖습니다.
 제가 한가지 미안한 것은 자주 와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 또 제가 11월 15일에 제가 부임을 하게 되는데, 사실은 이렇게 대학에서 초청을 한 것보다 제가 떠나기 전에 어디인가 가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우리 국민들에게, 젊은 청소년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모교인 서울대에 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총장님께 부탁을 드렸고, 아주 흔쾌하게 허락을 해주셔서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들께도 여러 가지로 바쁘실텐데 많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보니까 당선 전에 오는 것보다 당선 후에 온 게 잘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메시지가 달라졌습니다. 제가 당선 전에 왔었더라면 메시지가 달라질 수가 있고, 또 여러분의 성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번에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여기에 와서 여러분과 대화를 하고, 저를 만날 때마다 아주 유익했다고, 젊은 학생들로부터 대우를 받고, 영어도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느냐 이런 찬사를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아주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외교관이 된 지 만 37년입니다. 사실은 저는 충주라는 아주 조그마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서울대 외교학과에 들어왔으니까 저로서는 상당히 출세를 많이 한 거고요. 그때 당시에는 개천에서 용 났다고 얘기를 했는데, 70년도에 졸업했다니까 여러분과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가 63학번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에 들어온 것이 44년 전이고, 중간에 군대를 다녀와서 70년에 졸업했습니다만 63학번으로 기억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많은 질문을 받는데 왜 외교관이 됐느냐라는. 제가 그때 다행히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적십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시골에서 올라와서 시험을 봐서 미국에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그랬을 때 외교관이 되는 것이 적성에도 맞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분단돼 있고, 안보문제가 많고, 천연자원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이런 나라일수록 외교관이 되는 게 나라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외교학과를 지망해서 외교부에 들어와서 장관까지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저로서는 상당히 제 꿈을 생각한데로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여러분께 한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누구나 꿈이 없는 사람은 이룰 수가 없습니다.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러나 꿈을 가져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유엔 사무총장이든 출마를 해야 당선이 되지, 출마 안 한 사람이 당선되기 어렵잖습니까. 여러분도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들어서 실천하는 건 데 이상은 아주 높게 갖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상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되니까 발은 땅에 딱 붙이고 현실적인 여건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말로 하면 머리는 구름 위에 두되 발은 땅을 딱 디디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차이가 있겠죠, 구름과 땅과. 그러나 그게 비유법이 그렇게 되고. 계단을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발을 땅에 디디지 않으면 그냥 넘어지게 돼 있습니다. 사상누각이라는 얘기도 있고 한데. 여러분들이 젊을 때 꿈을 크게 갖되 항상 자기에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염두에 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보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교관을 했습니다. 지금은 외교관을 부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학교에 다니고 초임 외교관을 할 때만 해도 외교관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결혼상대 1호라고 신문에 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달라진 것 같은데, 제가 사무총장이 되고 외교관에 대한 기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참고를 하시고요.
 그러나 제가 40년전에 생각했던 것과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외교관이 많이 필요합니다. 정치인, 경제인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를 어떻게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 특히 우리나라처럼 핵문제라든지, 남북분단 문제가 생길 때 국제 사회의 회원국들과 우리의 입장을 자리매김하는 데는 외교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외교관의 말 한 마디가 증시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아마 제가 사무총장이 되기 전이라도 다른 각료들보다 늘 신문에 이름과 얼굴이 나는 게 외교통상부 장관입니다. 그만큼 외교가 갖고 있는 중요성,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이 파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IMF 났을 때든지, 특히 2003년에 우리가 대외 신인도 문제가 있었을 때 제가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세계의 중요한 신용등급기관들을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노력을 해서 제2의 IMF 사고를 사전에 예방한 것이 이른바 저의 큰 업적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때 당시 참여정부 취임 초기에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2~3단계 이상 떨어질 수 있는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제가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하고, 그게 지금 정부에서 상당히 고마워하는 이런 상황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한 외교관의 역할에 대해 앞으로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교관 생활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문제가 많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죠. 안보 문제도 있고 사회적 갈등도 있고. 어느 나라든지 문제가 없는 나라가 없습니다만 우리도 그런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나라일수록 상당히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지내고 보니까 국내에 민주화가 되지 않아서 외교관이 겪었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한 가지... 어떤 외교관들의 오랜 경험의 지혜,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3공, 5공 거치면서 많은 독재와 정치적인 민주화 탄압이 많이 있었고, 국제적으로 비판을 무지하게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언론의 통제 이런 것 때문에 국민들이 잘 모르지만 밖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상당히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때 제가 지금도 석학으로 알려져 계신 대선배에게, 그때 대사로 계셨는데, 저희들에게 알려준 게 아직도 생생하고 저도 그런 점을 많이 활용을 하는데, 외교관은 정부의 받아서 그대로 국가를 위해서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그게 싫으면 자기가 사표를 내고 그만 두어야 합니다. 사표를 안 내고 외교관으로, 대사로 앉아 있을 때는 정부에서 대통령이나 장관이 지시하는 대로 나가서 그대로 얘기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앵무새처럼 그대로 전달을 해야 되는 이런 상황입니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자신의 소신과 안 맞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외교관 중에 망명한 사람들도 당시에 많았었고. 소신에 안 맞았을 때, 소신에 안 맞는 지시가 오는데 할 수 없이 이것을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전달해야겠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지금부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다음과 같은 말을 전달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듣는 사람은 아주 개인적으로 서로 신뢰관계가 깊은 사람인데, 여북하면 저 사람이 저런 얘기를 나한테 와서 하겠느냐. 나는 지금부터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이 말을 전달한다. 그러면 자기의 소신과 관계가 없는데 할 수 없이 얘기를 하고 있구나 그대로 알아듣는 겁니다.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거와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이런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정부에서 보낸 지시가 민주화 과정이라든지 우리가 불가피하게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정부에서 온 지시나 내가 생각하는 거나 소신이 똑 같다고 할 때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확신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험 있는 외교관은 그 말의 차이를 금방 알아듣는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외교관을 하면서 이제까지 나 자신이 실행하려고 하는 지혜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제가 3공화국부터 시작해서 참여정부까지 올라오면서 민주화 인사로부터는 해바라기성 공무원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 때 이렇게 얘기하고, 저 대통령 때 저렇게 얘기한다고. 제가 장관까지 하고 사무총장으로 갔습니다. 사무총장으로 가서 1백92개 회원국들의 입장이 다 다릅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다르고, 제가 사무총장으로 가 있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저와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무총장으로서 불편부당하게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 목적에 따라서 해야겠죠.
 그래서 제가 외교관을 30여 년을 하고 지금 사무총장을 맡고 나서 국제적으로 재미난 말씀을 하나 드리면, 국제적으로 별명이 하나 붙어버렸습니다. 신문에서 보셨겠지만 저보고 ‘기름 바른 장어’라고 합니다. 장어도 미끄러운데 기름까지 발랐으니까 얼마나 미끄럽겠습니까. 이게 기자들이 저에게 붙인 이름인데, 상당히 민감한, 말 한마디에 따라서 그야말로 나라가 튈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고 나서 외신기자들과 30여 회견을 했습니다. 전부 다 녹화를 하니 말 한마디가 중요하죠. 결과적으로 제가 외교적인 답변을 했더니 그 앵커가 당신보고 왜 기름 장어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제가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기분 나빠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면에서 붙여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름 장어를 한문으로 쓰면 油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름 油자에 뱀장어 鰻자. 차라리 뱀장어라는 말보다 유만이 낫다고 했죠. 그래서 제가 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한문으로 쓰면 뱀장어이니까 한문으로 유만이라고 발음 나는 것 중에서 좋은 뜻이 있는 것을 찾아보니 움직일 ?자에, 일만 萬자, 그러니까 세계를, 세상 사람들을 다 움직인다. 영어로는 ‘Moving the World' 이렇게 되겠습니다. ‘slippery eel’이 아니고 ‘무빙 더 월드, 유만’. 이게 거의 등록이 된 별명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저를 유만으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무총장으로 나온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각계 인사들이 성원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까 떨떠름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과연 될까. 나간다고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 나간다는데 당신 그만 두라고 말리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실 여러분도 다 아시지만 국회의원 선거도 이렇게 보면 저 사람 분명히 안 되는데 전부 다 집 팔고 땅 팔고 해서 선거에 나오지 않습니까. 제가 보면 금방 알죠. 그래도 계속 끝까지 사퇴 안 하고 나가는데 제가 그런 꼴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할 때 저만 된다고 나가도 곤란하고. 특히 우리 외교부의 직원들이 장관이 자꾸 (사무총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할 수는 없고 안 될 것 같은데 하는데 저 혼자만 뛰어도 안 되고. 혹시 제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사무총장에 나간다고 했을 때 한국인으로서 사무총장에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분이 계시면 여기서 몇 분이나 될까요? 한번 손 들어보세요. 별로 손을 안 드는 것 같네요. 제가 됐으니까 자신있게 답을 할 수가 있을텐데, 안 보이는군요. 아, 우리 安淸市교수, 제 대학 동기입니다. 安淸市교수 선전 좀 이렇게 좀.... 그런 상황에서 사실은 시작을 했습니다. 분단국이죠, 북한 핵문제 있죠,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얘기를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유엔 60년 사상, 유엔 헌장이나 유엔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가 정치, 안보, 개발, 인권, 시장민주주의라든지, 이런 것을 추구하고 있는데 모든 이런 이상과 목표를 짧은 기간 내에 달성한 나라가 세계에 많지 않습니다. 한국 빼고는.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데 대개 민주주의가 주어져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2차대전 이후에 갑자기 식민지에서 민주주의가 주어졌다든지, 그런데 우리는 2차대전 이후에 해방이 돼서 오는 과정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서 학생의거도 있었고, 4?19 등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희생이 많이 있었죠. 아마 최소 3차례 정도의 중요한 계기가 있었고 지금 현재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민주국가가 됐습니다. 그 다음에 전쟁의 폐허에서 11대 경제대국으로 된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도 제가 사무총장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이름 潘基文이라고 해서, 제 얼굴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 아시아나 알려진 데는 알려졌지만 아프리카, 중남미, 구라파 이런 데까지 전부 다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선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유엔 사무총장에 걸맞은 지도력을 가진 후보가 나와야 된다. 예를 들어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10년간 했으니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지도력도 검증이 됐고. 클린턴 대통령이니 하면서 예를 들는 것니다. 토니 블레어 등 대통령을 8년씩, 수상을 10년씩 한 사람과 같은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나온 사람을 보니까 겨우 장관 몇 년 하고서 되겠느냐는 이런 지도력에 대한, 명망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후보 중에 현직 대통령도 한 분 있는 거 여러분도 아시죠. 그러나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쌓아야 있는 거고, 지도력도 쌓아야 있는 겁니다. 지금부터 제가 지도력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든지 이런 것도 상당히 저의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제가 다 극복을 하고서 이렇게 넘어와서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아주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께 메시지를 드려야 하는데, 어떤 메시지를 드리려 되느냐.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발전을 많이 했습니다. 민주주의도 발전하고 경제도 발전했는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의 높낮이가 눈높이가 많이 다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여기쯤 (허리 정도로) 보고 있는데 우리는 저 밑에 (무릎정도) 보고 있는 이런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눈을 좀더 대외적인 시작을 높여야겠다. 그거는 여러분들의 마음가짐도 높이고 정부의 정책, 비전, 정부의 인프라도 늘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여기 있는 분들이 승계를 해 나가야 되겠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까 한가지 꿈을 가지되 현실에 아주 충실하면서 그 꿈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여러분의 시각을 서울대에만 두지 말고, 서울대 졸업하고 좋은 데 취직하고, 공무원돼서 이런 게 하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 하나하나가 현실적인 여건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할 수는 없죠. 취직을 잘 해야 여러분들이 더 꿈을 키울 수 있고, 또 시험도 잘 봐서 공무원도 되고 이렇게 해야 되겠지만 그런 것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이거는 여러분 개인의 책임은 아니고 국가적인 총체적인 것을 늘려야겠다. 제가 그것을 장?차관 하면서 참 많이 역설을 하고 다녔습니다. 역설을 하고 다니는데 제 지도력이 부족했는지, 설득력이 부족했는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가 거기까지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장관직을 그만두고 또 한국을 떠나면서, 저는 국제공무원이 되니까 한국 국적은 갖지만 유엔의 ‘laissez-passer’라고 해서 중립적인 여권을 갖고 다니게 되겠습니다만.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거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국내적인 이런 데에만 시야를 두지 말고 좀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현재 우리 재외동포가 6백50만명입니다. 인구의 약 9분의 1(8.5분의 1이나)이 나가 있습니다. 그 만한 숫자가. 그 다음에 여행하는 수가 1천만명이 넘습니다. 작년에 1천37만명이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1천7백만명은 세상 어느 구석인가 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미국의 어디를 가든 어느 구석구석에 가도 우리 같은 동족을 만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외교관이고 그 사람들을 아주 선망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주 입장이 난처하고, 저는 장관이고, 또 우리 대통령을 모시고 가면, 대통령의 입에서 또 제 입에서 당신을 위해서 우리가 뭘 해 주겠다. 뭘 얼마만큼 도와주겠다 이런 것에 아주 큰 마음의 부담을 느낍니다. 우리는 이 만큼 잘 사는데, 여러분들 가보시면 알지만 생활 수준이라든지 이런 것이 너무나 비참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예를 들어 3대 목표가 뭐냐. 그것은 역시, 지역안보와 정치정세를 안정화시키고, 공공의 번영을 이루고, 개발, 그리고 인권신장. 이런 것이 유엔의 3대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이러한 개발이 안 되었을 때 인권이 보장이 잘 안되고, 개발이 안되면 뭔가 거기서 싸움이 납니다. 의견이 서로 다르고. 물론 사회가 안정되지 않으면 개발하기가 어렵죠. 정치정세가 안정이 안 되었을 때. 전부 다 연계가 돼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제는 한국이 국제사회 공동번영을 위해 좀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도 하는데, 그것이 여러 가지 정치, 안보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러나 아프리카나 다른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우리가 더 늘려야겠다. 지금 우리 GNP가 세계 11위인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0.06%, 유엔에서는 0.07%를 하자고 하니까. 이것은 지금 10분의 1도 안되는 상황이고요. 그러니까 이거를 좀 더 늘리고 우선 순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현재 평화유지군이 전세계에 9만명 이상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평화유지군으로 31명을 파견하고 있으니까. 그 비율이라는 것, 9만2천명 중에 31명의 한국군이 가서 있다. 사실은 어떤 책임있는 이러한 회원국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는 참 어렵다. 그래서 아마 레바논에 대한 평화유지군 문제라든지 이런 것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6?25전쟁 났을 때 유엔이 와서 도와주고 많은 희생이 있었잖습니까. 그 덕분에 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그런 과거에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역사에서 배워서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에 나갔을 때 의미가 어떤 것이 있겠느냐 이런 것을 잠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실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제가 가서 앉아 있고, 여러 사람이 앉아 있을 수도 없고, 그러면 한국민이 할 수도 없는데, 그런 면에서는 저에게 큰 영광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이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부 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마음으로도 그렇고, 말씀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미 대한민국의 위상은 저는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유엔 사무총장 선거와 또 후보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고, 제가 당선됐을 때 지금 서울의 신문에 나듯이 전 세계 어디든지 모르는 데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아마 ‘潘基文’이라는 이름 3자를 외우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South Korean이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는 건 전 세계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을 겁니다. 그만큼 한국의 브랜드가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이 브랜드를 올리는 것은 먼저 우리 경제인들이 많이 나가서 올렸죠. 그 다음에 외교관들이 어려운 과정에서 많이 올렸고, 스포츠선수라든지, 연예인, 예술인, 그리고 한류로 해서 많이 올렸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세계의 탑 diplomate(전문가)가 한국인이다, 여기에 대해 여러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이 정도 훌륭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고 이 정도 훌륭한 나라에 사는 국민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부가적인 효과가 있겠느냐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죠. 과거 7명의 사무총장이 배출됐는데 냉전 때문에 대개는 중립국이나 소국에서 선출됐습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중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그럼 이것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된 게 아니고. 물론 지금 동맹국인 것은 현실입니다. 과거 같으면 완전히 veto(거부권)감이죠. 동맹국이라는 사실 하나로서. 분단의 상대방이라는 것도 veto감입니다. 그 두 가지를 다 극복하고 이렇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국가에 대한 평가가 이제는 우리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또 분단국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라 한국 스스로 독자적인 능력이라든지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는 이런 것에 대한 의미가 상당히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지금 현재 가나에서 코피 아난이 있지만 가나의 브랜드나 가나인이 사무총장이 돼서 가나의 브랜드가 올리는 것보다 제가 한국으로서 사무총장이 돼서 올리는 브랜드의 폭은 훨씬 클 겁니다. 눈덩이 굴리기와 같다. 집채만한 눈덩이가 한 바퀴만 구르면 어마어마한 눈을 붙일 수 있다. 그런 점을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면 그 의미가 어떻겠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유엔 기구가 평화유지군까지 하면 15만명이나 되는 아주 큰 세계 어떤 회사보다도큰 이런 회사고. 거기에 탑 CEO와 같은 자리에 가 있습니다만 제가 그것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건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과 모교의 성원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흔히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는 잡’(Most impossible job)이라고 하고. Secretary General을 SG라고 하는데 ScapeGoat라는 말도 있고, 아주 희생양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ScapeGoat의 포지션이 사무총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에 유만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제가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된 것은 이제까지 표방했던 저의 모토, 생활철학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내건 것은 유엔이 1백92개국으로 돼 있고, 여러 단체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그래야 하는데, 상당히 불신이 있고, 편이 많이 갈려 있습니다. 크게는 잘 사는 나라, 가난한 나라, 큰 나라, 작은 나라, 또 회원국 내에도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등등해서 불신에 정도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harmonizer가 되겠다, Bridge builder가 되겠다, 그러니까 양 계층간의 다른 의견을 bridge하는 Bridge builder가 되겠다. 내 스스로 솔선수범해서(lead by exmple) 내가 하모나이즈시키겠다, 서로 신뢰를 회복하겠다. 그 다음에 최고의 국제공무원을 만들겠다. 윤리관을 올리겠다. 이런 점을 제가 적극적으로 강조를 했고, 그런 면에서 제가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제가 한국적인 경험, 한국적인 철학, 한국적인 전통에서 배운 것인데, 여기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높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잡이라는 데에 도전을 할까 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 용기도 필요하고, 아주 심오한 예지도 필요하고, 주도면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원동력은 제가 한국인이다, 할 수 있다(can do spirited) 이런 것이 아마 저의 큰 원동력이 되고 여러분이 저한테 오늘 주시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여러분이 나가보면 아시겠지만 우선 근면하다, 교육열이 대단하다, 열심히 배우고 아주 역동적이다, 뭔가 한다면 한다는 이런 것에 대한 신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신뢰를 여러분들이 계속, 국제사회의 신뢰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좀더 노력을 해주기 바랍니다.
 사무총장은 그리 크게 대단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그리 없습니다, 사실은. 권한, chapter상의 권한이나 여러 가지 authority는 좀 있는데, 실제상 physical power는 없습니다. 실제로 손에 쥐는 권한은 없다. 이 권한은 1백92개 회원국에서 나오는데, 그럼 무슨 권한이 있느냐? 도덕적(moral) 권위(authority)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마디하는 게 국제사회에 normal guide line을 주고, 어떤 규범을 만들고, 그런 moral authority 그것 때문에 사무총장이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엔이라는 중립적인 기구, 세계의 평화와 이상을 실현하는 기구의 수장로서 사무총장의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 convening power라고 해서 어떤 회의를 소집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회의를 소집해서 상대국간의 협상을 하고 중재하는 그런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 권한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런 과정에서 북한 핵문제라든지, 이란문제라든지, 중동문제, 수단문제 등에 대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10여 년 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최대한으로 노력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잘 해서 국가적인, 조국의 위상을 높이겠지만 여러분도 저를 잘 활용을 해서 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그것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역대 사무총장들이 나름대로 스타일이 다 있고, 리더십이 다릅니다. 제 리더십, 또 제가 나온 배경인 조국, 한국적인 경험이 국제사회에 많이 알려질 수 있고 우리도 여러 가지 부족했던 국제인, 세계인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오늘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오늘 말씀드린 것이 두서 없이 경험위주로 말씀드렸는데 저로부터 혹시 어떤 꿈을 가질 수 있고, 저를 활용해서 여러분들이나 우리 조국의 입지가 조금이라도,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면 제 시간과 마음과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여러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점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 (물리학부 3학년) 우리나라 실정에서 외교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바람직한 외교관의 자질과 그것에 비춰 본인에게는 얼마만한 자질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고, 덧붙여서 현 외교관들의 평가하실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 자질은 옛날에 여기 계신 총장님과 교수님들이 학점으로 평가를 해주셨으니까 그것으로 대신하고요. 외교관이 어떤 자질을 가져야 되느냐. 외교관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속된 말로 외교관을 말 갖고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얼마나 convincing power가 있느냐, 남을 설득할 수 있는 convincing power가 있느냐가 중요하죠. convincing power는 남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확신이 있어야 한다. conviction이 있으면 말이 신뢰감이 있게 나갑니다. convincing power가 생기죠. 그거와 유관해서 정부의 훈령에 따라서 한다든가, 그것은 convincing power가 잘 안 생기겠죠. 그래서 그럼 어떻게 상대방에게 convincing하게 하느냐 때문에 그런 지혜가 나오는 거고요. 신뢰, trust, confidence 이런 것이 외교관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다. 그 다음에 어학을 잘 해야된다든지, 본인이 sociable하고 이런 게 있는데. 사실 물론 어학 잘해야 됩니다. 대통령되시고 국회의원되시고, 장관되시면 통역을 써도 되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그러나 지금같은 세계화 과정에서는 최소한 영어는 불편없이 하는 게 여러분들의 장래를 위해서, 개인의. 외교관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을 택하든지 언어, 외국어를 잘하는 건 필요하고요. 그러나 그것 이상 중요한 것은 신뢰를 줄 수 있는 자기의 마음가짐과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언어학과 박사과정) 지금 강대국 위주로 문화가 흐르다보니 소수민족이라든지 약소국들의 문화가 많이 사라지게 되고, 또 어떤 언론보도를 보면 세계의 언어의 몇 %가 백년 안에 사라진다는 이런 비관적인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문화의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고 계신지, 어떤 일을 하시고 싶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을 하셨는데요. 문화의 다양성 이런 것을 서로 이해하고 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제가 아까 선거를 하면서 속상했다고 한 것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상대방의 전통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국제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테러리즘 같은 것이 막 확산이 되고 있고, 이런 것도 결과적으로 근저에 보면 문화나 종교나 다른 전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9?11테러가 나고 우리가 2001년에 유엔총회 의장국을 역임했을 때 제가 비서실장을 했다고 아까 소개도 했습니다만 그때 우리가 주관하는 것이 다양한 문화간의, 문명간의 대화 이것을 특별 총회 소집을 했었습니다. 그러한 움직임이 유엔에서 agenda(의제)로 올라와 있어서 제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사무총장으로서 그런 점에 상당히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를 하고요. 제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 평가 이런 것의 필요성을 제가 수락 연설에서도 얘기를 했습니다.
 또 여학생 누구 한번 하시죠.

 - (인문대 06학번) 평소 존경해온 선배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고 또 좋은 강연을 듣고 해서 개인적으로 뜻깊은 날이 되었는데, 우선 차기 총장님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이라크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오신 것으로 아는데, 潘基文 차기 사무총장께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상당히 아주 정치적인 질문을 하시고, 제가 사무총장 후보로서, 당선되고 나서 그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질문에는 답변하기가 어렵고 저와 현 사무총장이라든지, 미국이라든지 다른 다국적군에 속한 나라들과의 미묘한 관계가 있는데. 우리 정부가 현재 이라크에 다국적군의 일환으로 3천명의 군대를 파견하고 있지 않습니까, 평화재건의 목적으로. 우리 정부로서 우리 국민들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이라크도 그 지역에서 아주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나라가 하루빨리 테러,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무질서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났나, 잘잘못을 따지는 때는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따지는 것보다는 지금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이라크 국민들이 민주주의, 정치 사회가 안정된 가운데 자유를 느낄 수 있고, 경제번영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됩니다. 그것이 앞으로 사무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여학생 한 분 더, 제가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 펼친 캠페인 중의 하나가 gender balance입니다. (남학생) 두 분 했으니까, (여학생) 두분 해야죠.

 - (사대 사회교육과 05학번)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유가 중국이 이번에 아시아 차례다라고 하고,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니까. 선출될 수 있다고 추천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걸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라고 하던데.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역시 질문이 서울대학교다운 정말 날카롭고, 적절한 질문들을 많이 하셨는데. 한가지 말씀드릴 게 저는 중국이라는 어느 한 나라만의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고, 크게 보면 1백92개국이 만장일치로 박수를 쳤고, 안보리도 전부다 박수를 쳤습니다. 15대 0으로다 이렇게 됐습니다. 맨 처음에 아마 12표부터 시작해서 지지를 받은 후보도 과거 60년 동안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두 번째 14표를 받았을 때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영어로 one shot에 그냥 제압을 해 나갈 수 있느냐.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 나갈 수 있었느냐 이런 얘기가 있었다. 물론 중국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죠. 중국이나 몇몇 나라들이 이제는 아시아 차례다, 그런데 역시 꼭 아시아 차례만을 주장한 것보다 유엔에는 그런 게 있습니다. 원칙이 어떤 룰로 써서 적용이 되는 것도 있지만, 사무총장은 그런 룰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지역적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게 있습니다, 직원들을 임명할 때.
 그 다음에 양성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도 있죠.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의 실력과 능력, 양성간의 균형, 지역적 균형. 이번에 사무총장을 뽑을 때도 이제는 아시아에서 하는 것이 맞겠다,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시아가 현재는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전세계 인구로 봐도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땅덩어리도 물론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아주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고, 그 다음에 1962년에 우탄트 당시 버마 사무총장이 된 이래 44년 동안 아시아에서 한 일이 없습니다. 구라파에서 세 번 하고, 아프리카, 중남미가 한 번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아시아 차례라는 중론이 이뤄져서 그런 유리한 점을 받은 점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서 강력히 주장한 점도 도움이 됐고, 그러나 중요한 것 Key Five 다섯이 아주 완벽하게 지지를 했고, 나머지 열 나라, 열다섯 나라도 완벽하게 지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심리학과 02학번) 북핵문제에 대해 말씀하실 때 16년간 경험을 살려서 잘해보겠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 북핵문제를 보는 것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보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다를 것이며, 그리고 physical power가 없는 moral authority가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실지?

 물론 외교통상부 장관, 대한민국의 장관으로서의 authority나 파워 이런 것보다 유엔 사무총장의 authority가 훨씬 넓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고 전 세계 문제를 다 다루지만,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현재는 안보리가 중심이 돼 이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안보리의 여러 가지 제재 이행과정도 봐야겠고, 6자회담의 속개과정도 봐야겠지만, 필요하면 사무총장으로서의 필요한 initiative를 취하겠다. 아까 convening power가 있다고 했죠. 사무총장에게 헌장상에 주어진 권한, 위임 등이 다 있으니까 그거에 따라서 제 자신의 특사를 임명해서 북한 등 관련국과 협의를 시작하고, 필요하면 제가 또 직접 북한을 방문해서 협의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직 취임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인선이라든지 이런 것은 아직 생각을 안 하고 있고, 제가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사회 : 시간 관계상 두 분 정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제 시키세요. 여학생 누구 한 분, 저 뒤에 서 계신 분...

 -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강연 정말 잘 들었습니다. 아까 학생들이 질문한 것 중에서 선출과 북핵문제에 관련해서 연장선상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1백92개국이 모두 동의해서 선출이 되셨고, 그런 과정에서 1백92개국은 공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님께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테고, 각국이 자국의 입장과 자국만의 그런 기대를 가지고 동의를 한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신문에서 접하기로는 북한도 역시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고 말씀하신 내용을 봤는데요. 그러면 북한은 潘基文 사무총장님께 거는, 건다고 할까요. 생각하고 있는 역할의 기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사무총장 전후로 북한 외교관을 만나거나 접촉한 적은 없습니다. 저의 당선에 대해서 북한에서도 많이 보도를 했다고 합니다. TV나 언론을 통해서. 긍정적으로 많이 보도가 된 것 같고. 북측의 여러 사람들도 많이 알겠죠. 제가 연설할 때라든지, 아시아국만 모아놓고 지지교섭을 할 때 북한측의 외교관들도 전부 나와서 그대로 듣고 만장일치로 채택되는데 협조를 했고. 그런데 북한측이 제게 거는 기대는 가서 북측 외교관을 만나보고,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제가 결과적으로 사무총장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중재 이런 역할이기 때문에 그 문제는 제가 뉴욕에 가서 협의를 같이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의 희망은 북측도 제가 사무총장이 된 것을 최대한 활용을 하든지 또 이렇게 해서 북한 핵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돼서 북한의 주민들이나 북한의 장래, 미래를 좀더 잘 이끌 수 있는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약대 제약학과 04학번) 지금까지의 질문과는 달리 가벼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아까 장관님의 취지가 서울대생들이 꿈을 크게 갖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강연을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큰 꿈을 가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장관님은 학창시절에 공부말고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졌었는지, 대학교, 학창시절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답변을 못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취미가 뭐냐. 운동 뭐 하느냐. 이런 질문에는 답변을 잘 못해요. 사실 제가 지금 만으로 62세인데 후회하는 게 참 많습니다. 지나고 보면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모범생이라고... 총장님 여기 계십니다만, 동기들 다 겉으로 볼 때는 제가 상당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모범생 같아 보이는데 사실을 지내고 보니까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는 이런 생각이, 참 후회가 많이 되거든요. 그러면 그 허비한 시간에 다른 어떤 지금 얘기하시는 다른 분야로 시야를 돌려서, 자신을 발전을 위해서 능력개발을 했느냐는 데에서 여러분께 답변을 드릴 게 없고요.
 하나 부탁을 드리자면 젊을 때는 잘 모릅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얼마나 잘 선용하고 있는지, 허비하고 있는 지를 모르는데, 다 나이들고 보면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자 하시는 일이 중요하겠죠. 그러나 지나고 보면 상당히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보낸 적이 많을 거예요. 제가 그런 경우인데. 그런데 지금 현재의 상황은, 여러분들에게 너무 여건이 좋죠. 저희들이 대학 다닐 때 거의 뭐 1년에 몇 달 이상은 문 닫고, 군인이 와서 지키든지, 뭐 휴강, 뭐 결강 이렇게 해서 거의 휴강 잘 하는 교수님이 인기가 있고, 결강 잘 하면 인기가 있었는데, 어떤 때는 한 학기에 3번 수업하고 나서 시험을 본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다 버려진 시간이죠. 그렇게 하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게 참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여러분들, 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 분야에, 다양한 분야에 시간을 아껴서 많이 선용하시길 바랍니다. 그게 제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