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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2006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신임 중기특위원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


  
신임 중기특위원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

  宋 泰 亨
 (신문학90-95)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지난 9월 20일 오후 9시쯤. 부서 당번이어서 회사에 남아 있다가 귀가하려고 슬슬 가방을 챙길 무렵에 문자메시지가 하나 날라 왔다. 이날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廉弘喆 신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이 내일 오전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니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이날 오전 중소기업청과 중기특위로부터 각각 廉위원장의 취임식에 대한 취재협조 공문을 받고 의아해 하던 차였다. 취재 내용이 '취임사'라고만 적혀 있을 뿐 간담회나 인터뷰 일정은 공문에 들어있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취임식 들러리를 서라는 것도 아니고 취임사를 들으려고 과천에 있는 기술표준원까지 갈 수는 없었다. 전화로 내용을 물어보니 "취임식 후에 티타임이라도 갖지 않겠냐"는 막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좀더 확실히 해주셔야지 그 정도만으로는 가기 어렵다"고 전화를 끊은 후 한참 후에 돌아온 피드백이 바로 간담회 시간이 들어있는 문자메시지였다. 아마도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부랴부랴 간담회 일정을 잡은 모양이었다.
 '취임 첫날부터 무슨 얘기를 하려고 기자들을 부르나'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보통 정부기관이나 부처의 장으로 취임하면 시차를 두고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기 마련이다. 취임 전에 충분히 준비가 됐더라도 업무나 조직의 현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향이나 비전을 내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에 잡혀 있던 다른 취재 약속부터 취소했다. '보은 인사'니 '코드 인사'니 하며 한창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廉위원장을 제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廉위원장은 지난 5월 지방자체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에서 나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대전광역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그 이후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대통령직속기구인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수장(장관급)에 올랐으니 '보은 인사'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했다.
 필자가 廉 前대전시장이 중기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보은'보다는 '그가 적임자일까?'라는 의문이었다. 전임 위원장인 崔弘健 당시 산업기술대 총장은 지난 2004년 4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기 이천. 여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된 후 4개월여 만에 중기특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시도 보은 인사란 얘기가 나왔지만 곧 잦아들었다. 崔총장은 상공자원부 출신에 특허청장과 산자부 차관을 거쳤고 중기청 초대 차장으로 일하면서 중소기업 정책에 정통해 중기특위 위원장으로 적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廉위원장은 중소기업과 관련해 이렇다할 경력이 없었다.
 다음날 기자간담회 자리. 역시나 "스스로 위원장 자리의 적임자로 생각하시냐"는 공격적인 질문부터 나왔다. 廉위원장은 "한밭대 총장 재직 시 창업보육과 산학협력에 매진했고 대전광역시장을 지내면서 대덕특구를 건설한 경험 등이 있어 중소. 벤처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앞으로 일을 통해서 보여주겠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중소기업 정책과 문제에 대한 廉위원장의 식견이 궁금했다. 그래서 "위원장께서 파악한 중소. 벤처 문제는 무엇이고 참여정부의 중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국내 벤처업체들은 기술력은 있는데 경영.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처럼 벤처캐피털이 자금뿐 아니라 기획 마케팅 등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등 참여정부의 정책은 잘 돼 있지만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규제 완화와 청년 실업, 기술인력 부족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와 업체, 대학간 입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현장을 뛰어다니며 정책을 보완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부와 업체간 시각 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내겠다"고 답변했다.
 비록 구체적이고 참신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기자로 하여금 중소기업 정책과 문제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의 중기종합지원정책인 '7. 7 대책'이 나온 지 2년여가 흘렀지만 기술 금융 판로 인력 등 어느 부문 하나라도 내세울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벤처 패자부활제' 등 일부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중기특위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기존 정책의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는 廉위원장에게도 부담이다. 참여정부 중기 정책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에서 중기특위의 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 조율과 대안 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여론의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간담회 다음날 廉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사 잘 봤다"며 "당분간 업무 파악에 주력한 후 추석 지나고 본격적으로 현장을 뛰어다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 지켜보고 기대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한 필자의 솔직한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