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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 2004년 3월] 기고 감상평

과학강국 이끄는 우리 대학 연구능력

최근 언론에서 가장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우리 대학의 黃禹錫(수의대)·文信容(의대)교수가 세계 최초로 사람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인체의 모든 장기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일이었다.
 이는 기존의 방식과 같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람사이의 핵(유전물질) 이식을 통해 얻어낸 줄기세포의 배양기술 개발로서, 이에 대해 세계적인 언론들도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 생명공학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대단한 쾌거라는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결과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 나라가 과학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고 그 역할을 우리 대학이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얼마 전 과학논문색인(SCI) 게재 논문수를 분석한 결과 2002년 우리 나라는 전년보다 1단계 상승해 세계 13위를 차지했고, 서울대학교는 세계 34위라고 발표했다.  SCI 게재 논문수란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전세계의 과학기술저널 중 3천8백여 종 이상을 선정한 뒤 여기에 실리는 논문을 분석한 자료다. 물론 SCI 등재 여부가 연구의 질 또는 연구성과를 판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SCI 게재 논문수는 한 국가의 연구 수준의 측정 척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각 나라의 대표 대학끼리만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 2만여 개 대학을 상대로 측정된 것이어서 이 같은 실적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세계 40위 내에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4개 대학과 서울대학교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일본에서 발간되는 SCI 관련 잡지(77편)가 우리 나라(7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대가 차지한 세계 34위는 일본의 그것과 사뭇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중 공학 분야의 경우 SCI 논문수는 이미 세계 10위권 이내에 진입했다. 또한 자연과학 분야의 수월성을 가늠하는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논문인용 지수를 살펴보면 물리학상은 5천5백8번, 화학상은 4천8백71번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대 내에도 1천번 이상 인용지수를 지닌 학자도 16명이나 됨을 감안할 때, 통계적으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의 전임 교원수는 2001년 1천4백74명에서 2003년 1천5백65명으로 증가되었고, 연구시설은 2001년 19만4백98㎡에서 2003년 25만2천1백43㎡으로 확장되었으며 이러한 개선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학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대학 행정조직을 수요변화에 맞추어 탄력적이고 유기적인 협조체제로 운영할 목적으로 2003년 학칙개정을 통해 연구처의 조직을 1과(연구지원과) 체제에서 2과(연구진흥과, 연구지원과) 체제로 개편했으며, 연구부처장제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대학의 목표인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연구비 지원 기획·개발업무 및 연구 인프라 관리 등을 더욱 더 충실히 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꾸준한 노력으로 외부 기관으로부터 연구비 수주실적 증가율이 매년 10%를 상회하는 등 연구비 투자가 상승하고 있으나, 그 투자액은 외국 일류 대학과 비교할 때 미국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바 이러한 양적 비교를 통해서는 분명히 외국에 비해 우리 대학의 연구능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을 지원한 것은 채 20년이 안되는 데도, 어느 해에 투자한 액수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학문의 발전은 누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백년간 투자가 이루어진 제 외국의 유수 대학보다 휠씬 짧은 역사를 가지고도 그들에 뒤지지 않는 크고 작은 업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대학 연구 능력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우리 나라와 같이 뚜렷한 보존자원이 없는 나라가 21세기 치열한 국가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적자원과 R&D에 대해 획기적인 투자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전체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도 최선을 다해 세계적인 석학들을 유치하고, 세계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예산을 집중 투자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인 바 동문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