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호 2006년 7월] 문화 꽁트
포기할 줄 모르는 사나이
콩트 릴레이
포기할 줄 모르는 사나이
洪尙和(경제59입)문예지 '한국문학' 주간
40대 후반의 두 소설가가 태평양 위를 나는 비행기 내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한 소설가는 20대 후반에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몇 편의 단편을 발표한 이후 소설에서 손을 뗀 사람이고, 또 다른 소설가는 인정받는 소설을 쓰려고 평생 동안 노력했으나 실패한 사람이다.
실패한 소설가가 성공한 소설가에게 물었다.
"왜 소설 쓰기를 중단하였소?"
"마지막 소설을 쓴 후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소."
"무슨 말이오?"
"소설은 사랑하기 전이든지 사랑한 후에 쓸 수 있지, 사랑하는 중에는 쓸 수 없는 것이오."
"사랑하고 있을 때 가장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세상 사람들은 주장하지 않소?"
"유부녀하고 사랑할 때는 그렇지 않소."
"왜 하필이면 유부녀와 사랑을 했소?"
"나도 모르겠소. 운명이었소."
"그녀 남편이 알게 되었나요?"
"그렇소."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녀를 사랑하였소?"
"그땐 어떤 짓을 하든 그녀를 보지 않고는 숨쉬기조차 어려웠소."
"섹스 때문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오."
"그럼, 플라토닉한 사랑이었단 말이오?"
"너무나 사랑하니까 섹스 생각이 나지 않았소."
"그녀도 그랬을까요?"
"그녀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오. 어느 날 우리가 헤어질 때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뭐라고 했소?"
"실속도 없으면서 왜 만나자고 했어?"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금 웃고 있는 거요?"
성공한 소설가의 표정을 보고 실패한 소설가가 물었다.
"그렇소."
"왜 웃고 있소?"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순진한 표정이 생각났기 때문이오."
두 소설가는 똑같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당신은 울고 있소?"
성공한 소설가가 실패한 소설가에게 물었다.
"그렇소."
"왜 울고 있소?"
"당신의 순진함이 부럽기 때문이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실패한 소설가가 말문을 열었다.
"결국 그녀와 헤어졌소?"
"그렇소, 얼마 후 우리는 헤어졌소."
"그녀와 헤어진 후에는 왜 소설을 쓰지 않았소?"
"다시 사랑을 찾았기 때문이오."
"이번에는 어떤 유부녀요?"
"하나님이오."
"그럼, 유부녀와 하나님 때문에 결국 소설을 쓰지 못했단 말이오?"
"더 이상 얘기하기 싫소."
성공한 소설가는 말문을 닫았다.
두 소설가는 똑같이 비행기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뭉게구름이 바다를 이룬 사이로 붉은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금 울고 있는 거요?"
표정이 변한 성공한 소설가를 보며 실패한 소설가가 물었다.
"그럼, 웃고 있는 것 같소?"
"왜 울고 있소?"
"20년이 넘게 한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시지 않기 때문이오."
"무슨 기도요?"
"하나님이 내 잘못에 응당한 벌을 내려주시길 빌었소."
"하나님이 들어주실 것 같소?"
"꼭 들어주실 거요."
실패한 소설가가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웃고 있는 거요?"
성공한 소설가가 물었다.
"그렇소."
"왜 웃고 있소?"
"성급한 명예는 목을 조이는 멍에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오."
"무슨 말이오?"
"당신 말을 믿지 않겠다는 말이오."
"당신과는 얘기하지 않겠소."
성공한 소설가가 대화를 끊었다.
두 소설가는 동시에 허리를 뻗어 자리에 비스듬히 누우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쾅' 하는 소리에 두 사람은 비행기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불꽃이 창문을 덮치는 순간,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두 소설가는 몸이 앞으로 확 쏠린다고 느끼면서 '악' 하는 승객들의 비명소리를 똑같이 들었다.
그 순간 실패한 소설가의 눈에 성공한 소설가의 미소짓는 모습이 비쳤다.
'빌어먹을! 하나님도 저 자식 편이구나.'
실패한 소설가가 억울한 듯 말했다.
"나는 해냈다. 드디어 해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이제는 내 명예는 불멸이다."
성공한 소설가는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곧 이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는 두 동강이 났다. 성공한 소설가의 몸뚱이는 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실패한 소설가의 몸뚱이는 튕겨져 나와 뭉게구름 위로 떨어졌다.
뭉게구름 속으로 낙하하면서 실패한 소설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가 속속들이 아는 소설의 소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 소재는 '구름'이었다. 땅 위에서 구름을 쳐다보았고, 비행기 위에서 구름을 내려다보았으며, 이제는 구름 속에서 온몸으로 느끼기까지 해봤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이 구름에 대해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