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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호 2006년 7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신의 영역 … 오차범위를 말하다


 






          李泰遠(경제88-93)
        M BC 선거방송기획단 차장

신의 영역 … 오차범위를 말하다

오후 5시부터 개표방송은 들어갔고, 6시 정각으로 예정된 예측발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30분. 우리와 합동으로 출구조사를 했던 모 여론조사기관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다.
 "결과 최종 정리됐나요?"
 "네…."
 "다른 데는 뻔할 거고… 대전, 제주, 1위 못박아도 되요?"
 "안됩니다. 무조건 경합입니다, 경합. 대전에서는 한나라당 박성효, 제주에서는 무소속 김태환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차이가 모두 3% 이내입니다. 무조건 경합입니다."
 '이런….' 탄식이 저절로 나오면서,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6시 정각에 예측득표율 차이와 상관없이 눈 딱 감고 1위 후보를 단정지어 보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맞추면 시청자들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틀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6개월 동안 준비한 선거개표방송이 모두 허사가 돼버리고 말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선거 하루 전, 우리와 여론조사기관은 후보간 예측득표율 차이가 3% 이상이면 예측 1위를 단정지어 보도하되, 그 차이가 3% 이내면 단정짓지 않고 1. 2위 후보를 '경합'으로만 내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통상적인 오차범위로 따진다면 ±2.5%, 즉 5% 이내면 무조건 경합으로 봐야 하겠지만, 그러면 또 너무 싱겁기 때문에 이 정도면 승부를 걸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정한 기준이 3%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출구조사결과 1. 2위 후보간 예측득표율 차이는 대전은 2.0%, 제주는 2.5%로 모두 3% 이내였다.
 결국 도박을 피해 당초 정한 방침대로 6시 정각에는 일단 '대전, 한나라당 박성효-열린우리당 염홍철 경합' '제주, 무소속 김태환-한나라당 현명관 경합'으로 방송을 내보낸 뒤, 6시 20분쯤 예측득표율을 공개했다.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한 다른 방송사들의 결과를 보니 역시 대전과 제주가 경합으로 나왔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제주의 경우 경합은 같은 경합인데, 내용이 상반된 것이었다. 즉, 우리는 김태환 후보가 2.5%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 데 반해, 다른 방송사들은 오히려 현명관 후보가 0.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처절한 승부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하나는 진실과의 승부, 또 하나는 다른 방송사들과의 승부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예측조사가 틀리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던 방송 3사가 아예 '경합'이라는 딱지를 붙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기는 했다. 하지만, 경합이라도 서로 다른 조사결과가 나왔기에 중요한 승부처가 된 것이다.
 밤 9시, 10시를 지나 개표율이 50%를 넘었는데도 김태환 후보가 계속 2% 가까이나 뒤지고 있었다. '발령 받고 6개월 고생했는데 결국 예측결과 때문에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여론조사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밤 11시 40분쯤, 개표율이 70%를 넘으면서 마침내 처음으로 뒤집어졌다. 그리고 새벽 2시, 1.6% 차이로 김태환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여론조사기관도 고맙지만,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을뿐더러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당선돼든 말든 별로 관심도 없었던 김태환 후보가 더더욱 고마웠던 것이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결과적으로 7개 여론조사기관 가운데 우리가 함께 출구조사를 한 여론조사기관만 김태환 후보의 승리를 정확히 예측했고,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여론조사기관이 결과에 좀더 확신을 가졌더라면 6시 정각부터 1위 김태환이라고 방송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응답자가 얼마만큼 사실대로 얘기해 주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오차 발생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론조사기관이 정작 정답을 맞춰놓고도 100%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예측조사는 과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과학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