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2004년 3월] 기고 감상평
뭐 좀 갖춰 놓고 빌려줍시다
왜 서울대 동창생은 동창회관에서 결혼식과 회갑연 같은 모임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인가?
몇 주전 갑자기 낯선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하고 한 날 전화를 받느라 왼쪽 귀가 납작해지는 산재(?)를 입었으니 산재보험에 보상을 요청하겠다는 말을 떠들고 다닌 지 벌써 몇 년이니 낯선 목소리의 전화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뭔가 감이 달랐다.
「받지 말았어야 하는데…」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는 친절했으나 그 뒤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도 거룩한 「원고 청탁」이었다. 재미도 없는 글 한 페이지 쓰면서 무슨 사설이 그리 기냐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잡지 같은 것과는 달리 그래도 「대서울대 동창」을 대상으로 하는 동창회보라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12년 전에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아셨다면 「에그 쯧쯧, 나설 데를 나서야지. 아무나 글 쓰냐?」고 하셨을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매월 동창회보를 받긴 하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가슴이 뜨끔한 일이었다. 주제에는 조금 벗어날지 모르겠으나 머리를 마구 돌리다가 생각해 낸 것이 지난 가을에 동창회관을 빌려서 사용했을 때의 불편함이다. 직업이 연구원이요, 매일 하는 일이 연구이다 보니 작년의 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공청회를 개최하게 됐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만을 위한 시설인데 동창생까지 나서서 사용하려 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온갖 구박을 받아가면서도 여러 편리한 점이 있어 줄곧 사용했던 호암 컨벤션센터는 이미 예약 완료인 상태였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동창회관을 홈페이지에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았다. 곧바로 전화하니 마침 우리가 계획한 날에 관악홀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얼른 예약부터 하고 계약금도 지불했다. 행사 준비에 정신이 없어 현장에는 미리 가 보지도 못하고 공청회 날 당일에야 조금 서둘러 도착했다. 현장 파악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 그 무엇보다도 크지만 그래도 이렇게 황당할 줄은 몰랐다. 관악홀은 오로지 결혼 예식을 위해 마련된 장소였다. 이런 셋업(set-up)이었다면 세미나나 심포지엄 운운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 개최가 가능하다고 했기에 최소한의 시설은 갖추어져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큰 착오였다. 물론 그 「최소한」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은 것도 잘못이었고. 하필 우리 연구원들은 모두 체구도 작고 기운도 세지 않은 여자들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홀 맨 앞의 주례 선생님을 위한 포디움(podium)을 밀어 옮기기 시작했고, 포터블 스크린을 들고 뛰고, 각종 의자와 예식용 도구들을 주워 모아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기에 바빴다. 관악홀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셨지만 주로 맡아 오신 일이라곤 신부 화장과 부케, 드레스 챙기기 등이었으니 우리의 상황이 어떠했을 지는 더 이상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초청장에는 공청회 장소를 서울대학교 동창회관이라고 자랑스럽게 찍어 보냈고, 여기 참석하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동창이셨으니 대부분이 나름대로의 기대를 갖고 오셨을 텐데 과연 그 기대치의 어느 정도에나 부응했는지, 아니면 그냥 실망 그 자체이었던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좀더 확실하게 관악홀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동창회관을 떠나며 한 마디 했다. 『우리 뭐 좀 갖추어 놓고 빌려줍시다!』 오늘 동창회관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이제 이용안내에서 세미나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우리의 꼴(?)을 보시고 내용을 고치신 것인지… 괜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왜 서울대 동창생은 동창회관에서 결혼식과 회갑연 같은 모임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인지? 맨날 예약 완료라는 호암 컨벤션센터의 수요를 동창회관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약간의 시설 투자를 하여 장학사업을 위한 수입을 제고시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이 아닌지? 날이면 날마다 결혼식과 회갑연이 있는 것은 아닐진대 이런 방향으로의 개선을 고려해 볼 수는 없는 것인지 한번 묻고 싶다. 제 잘못은 젖혀두고 남 탓만 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대학생인 아들이 장가가기 전에 「서울대 동창회관」을 많이많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동창회관에서 심포지엄 한번 정말 우아하게 열어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받지 말았어야 하는데…」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는 친절했으나 그 뒤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도 거룩한 「원고 청탁」이었다. 재미도 없는 글 한 페이지 쓰면서 무슨 사설이 그리 기냐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잡지 같은 것과는 달리 그래도 「대서울대 동창」을 대상으로 하는 동창회보라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12년 전에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아셨다면 「에그 쯧쯧, 나설 데를 나서야지. 아무나 글 쓰냐?」고 하셨을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매월 동창회보를 받긴 하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가슴이 뜨끔한 일이었다. 주제에는 조금 벗어날지 모르겠으나 머리를 마구 돌리다가 생각해 낸 것이 지난 가을에 동창회관을 빌려서 사용했을 때의 불편함이다. 직업이 연구원이요, 매일 하는 일이 연구이다 보니 작년의 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공청회를 개최하게 됐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만을 위한 시설인데 동창생까지 나서서 사용하려 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온갖 구박을 받아가면서도 여러 편리한 점이 있어 줄곧 사용했던 호암 컨벤션센터는 이미 예약 완료인 상태였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동창회관을 홈페이지에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았다. 곧바로 전화하니 마침 우리가 계획한 날에 관악홀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얼른 예약부터 하고 계약금도 지불했다. 행사 준비에 정신이 없어 현장에는 미리 가 보지도 못하고 공청회 날 당일에야 조금 서둘러 도착했다. 현장 파악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 그 무엇보다도 크지만 그래도 이렇게 황당할 줄은 몰랐다. 관악홀은 오로지 결혼 예식을 위해 마련된 장소였다. 이런 셋업(set-up)이었다면 세미나나 심포지엄 운운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 개최가 가능하다고 했기에 최소한의 시설은 갖추어져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큰 착오였다. 물론 그 「최소한」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은 것도 잘못이었고. 하필 우리 연구원들은 모두 체구도 작고 기운도 세지 않은 여자들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홀 맨 앞의 주례 선생님을 위한 포디움(podium)을 밀어 옮기기 시작했고, 포터블 스크린을 들고 뛰고, 각종 의자와 예식용 도구들을 주워 모아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기에 바빴다. 관악홀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셨지만 주로 맡아 오신 일이라곤 신부 화장과 부케, 드레스 챙기기 등이었으니 우리의 상황이 어떠했을 지는 더 이상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초청장에는 공청회 장소를 서울대학교 동창회관이라고 자랑스럽게 찍어 보냈고, 여기 참석하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동창이셨으니 대부분이 나름대로의 기대를 갖고 오셨을 텐데 과연 그 기대치의 어느 정도에나 부응했는지, 아니면 그냥 실망 그 자체이었던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좀더 확실하게 관악홀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동창회관을 떠나며 한 마디 했다. 『우리 뭐 좀 갖추어 놓고 빌려줍시다!』 오늘 동창회관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이제 이용안내에서 세미나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우리의 꼴(?)을 보시고 내용을 고치신 것인지… 괜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왜 서울대 동창생은 동창회관에서 결혼식과 회갑연 같은 모임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인지? 맨날 예약 완료라는 호암 컨벤션센터의 수요를 동창회관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약간의 시설 투자를 하여 장학사업을 위한 수입을 제고시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이 아닌지? 날이면 날마다 결혼식과 회갑연이 있는 것은 아닐진대 이런 방향으로의 개선을 고려해 볼 수는 없는 것인지 한번 묻고 싶다. 제 잘못은 젖혀두고 남 탓만 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대학생인 아들이 장가가기 전에 「서울대 동창회관」을 많이많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동창회관에서 심포지엄 한번 정말 우아하게 열어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