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호 2006년 6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지성의 불빛 鄭雲燦총장
"서울대학교가 진리의 불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지성의 전당이 돼야 한다." 4년 전, 모교 鄭雲燦총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지성의 권위 회복을 공약했었는데, 서울대 폐지론, 통합형 논술 논란 등 외부의 압력이 많았지만 대학이 사회에 휘둘리지 않도록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역대 직선제 총장 중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고, 오는 7월 19일 퇴임하는 鄭총장은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재학생, 교직원, 동창생 할 것 없이 서울대 가족 모두의 자랑이었고, 자존심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후, '안티 서울대'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급기야 국립대 학생을 한꺼번에 뽑아 각 대학에 배분한다는 등 극도의 대학 평준화 발상인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졌을 때, 그는 분연히 맞섰다. '서울대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동창생들의 열화와 같은 지원 아래 모교를 굳건히 지켰고, 나아가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세계 1백위권에 진입하는 '세계 속의 서울대'로 우뚝 세웠다. 영국 '더 타임스'의 2005년 세계 대학 랭킹 93위에 올라선 것이다.
鄭총장이 이룩해낸 업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입시에서 처음으로 지역균형 선발제도를 도입, 잠재력 있는 지방 인재들의 진학 기회를 확대했고, 학부 및 대학원 정원을 감축,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각 교수가 재학생 1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월 60~70여 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장학생제도를 시행, 명실상부한 학문후속세대 지원체제를 구축했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절감해 서울대 교수 연봉을 약 1천만원씩 인상했으며,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세계 유수대학과의 학술교류협정을 체결, 취임 당시 54개교에서 현재 1백4개로 확대함으로써 서울대의 국제화를 두 배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정운찬식 리더십'이 회자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정원축소, 지역균형 선발제 등 대학을 개혁하고, 대외적으로는 정부 압력에 맞서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 지성의 권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사람됨과 지도자로서 덕목이 새삼 부각되기 때문이다. 소탈하고 소년 같은 순수함이 밴 인품, 그러면서도 정직, 성실하고 투명한 일 처리를 통해 묻어나는 신뢰감, 이런 가운데 늘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는 용기와 비판 정신,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 친화력을 바탕으로 1천5백79억원의 대학발전기금을 확충한 CEO 자질 등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이제 그는 경제학부 평교수로 돌아가지만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진실한 리더십에 목말라하고 있다. 〈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