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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2006년 5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동경 봄밤의 교가제창


 동경 중심가 '뉴 오타니' 호텔. 지난 4월 21일 저녁, 이 호텔의 한 뱅퀴트룸에서는 때아닌 서울대 교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동경지부 재건 총회를 성공리에 마무리지으면서 백발이 성성한 원로 동문들과 홍안의 남녀 동문들이 어우러져 함께 엮어내는 화합의 교가제창이었다. "가슴마다 성스러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겯고 힘차게 교가를 합창하는 동문 중에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다.

 사실 동경지부는 그동안 저조한 활동으로 유명무실했다. 근 8년간 모임다운 모임이 거의 없는 동면상태였다. 거기에다 지부명칭과 영역 문제로 집행부가 이웃 오사카지부의 불신을 사는 등 일본 내 다른 지부와도 갈등과 마찰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에 金斗漢동문을 중심으로 한 재건운동이 열매를 맺어 이날 새롭게 진용을 갖추고 재출범하는 경사를 맞았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자리에는 동경지부 초대 회장을 비롯한 노. 장. 청 동문들이 대거 나와 예약된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춰가며 모교 이야기와 학창시절 회고담으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동경지부 재건과 더불어 서울대총동창회는 이제 전 세계에 총 48개 해외지부를 거느리게 됐다. 가장 활동이 왕성한 곳은 역시 전체 해외지부의 절반 가까운 23개 지부가 몰려 있는 재미총동창회다. 캐나다와 하와이를 포함해 1만여 동문을 아우르며 그 중 6천5백여 동문들이 매월 재미동창회보를 받아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그동안 시카고지부, LA지부, 워싱턴DC지부 등 2년마다 번갈아 가며 재미총동창회 운영을 맡아 협동이 아주 잘 되고 있다.

 유럽 쪽에도 회원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10여 개 지부가 국가별로 저마다 현지 동창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시아지역에도 중국의 북경. 천진. 상해지부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지부 등 10여 개 지부가 동문간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들은 각종 기업체, 대사관, 언론사 특파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동문들을 주축으로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기 골프대회나 현지 한인사회 봉사활동을 벌이며 동문끼리 훈훈한 정을 나누고 있다.

 이들 동창회 해외지부들 중에는 자생적인 결성과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 많아 한 대륙이나 한 국가 안에 여러 지부가 있을 경우 조직의 명칭이나 위상, 영역 다툼을 둘러싼 분쟁이 없지 않아 왔다. 동경지부와 오사카지부가 병립해 있는 일본도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이번 동경지부의 재탄생을 계기로 일본지역도 재미총동창회처럼 동경과 오사카지부가 상호이해와 화합정신의 바탕 위에서 주거니 받거니 사이좋게 순번을 정해 재일총동창회 운영을 맡아줬으면 좋겠다. 〈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