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호 2006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지자체 '장'들의 장밋빛 헛공약(?)
金桐塡(사회88-92)
세계일보 정치부 기자
민선3기 광역단체장들의 임기가 이제 1백여 일 남게 됐다. 오는 6월 31일이면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 일부 단체장은 5.31 지방선거에 출마해 연임을 시도하고, 일부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단체장 자리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정치인은 떠나도 공약은 남는다. 세계일보 정치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이들 광역단체장들이 2002년 5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내뱉었던 선거공약들이 실제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검증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공약검증 기사는 매번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일간지들의 단골 기획메뉴였다. 하지만 그 대부분 일회성 기획으로 끝나기 일쑤였고,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혀지고 말았다. 정치인들도 그 순간만 모면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곤 했다.
필자를 팀장으로 한 정치부 기획취재팀은 이런 언론과 정치인의 나태와 관성을 깨고, 추적검증이라는 새로운 취재방식을 도입했다. 일회성 검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검증을 반복함으로써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 국민과의 약속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알기 쉽게 알려주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민심을 현혹하는 '장밋빛 헛공약'을 남발하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그래서 취재팀은 이미 2005년 6월에 16개 광역시.도 단체장들을 대상으로 1차 공약검증을 실시해 그 결과를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정치인들이 내뱉은 공약은 중앙선관위와 한국정책학회 자료집, 후보자들이 뿌린 선거자료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중 이행검증이 가능한 구체적 공약을 6백74개를 추려 검증한 것이다.
올해는 그 2탄으로 다시 한번 해당 공약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취재했다. 특히 이번 취재검증은 단체장들의 임기 막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민선3기 시장의 공약이행에 대한 최종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공약검증 과정은 1차 검증 때보다 순탄치 않았다. 기자마다 일주일 이상을 전화통을 붙들고 살았다. 해당 광역단체의 담당 공무원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직접 묻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한 건 한 건씩 공약을 검증을 했다.
기자들의 취재에 응한 공무원들은 조금이라도 이행률을 높여보고자 갖은 애를 썼다. 아예 체면 불구하고 읍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아예 공약 이행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번 조사한 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올해 또 하다니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경기도 공약관리 담당자는 아예 자신들은 공약 이행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으니 "당신이 직접 확인하라"고까지 했다. 서울시 측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50개 공약 중 47개가 이행 완료됐다고 강변했다. 전남은 담당 공약관리자가 기사 마감일까지 아예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버렸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공약이라면 일반 유권자나 언론이 그 이행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매니페스토'(구체적 예산과 추진일정을 갖춘 공약) 선거공약 운동이 일반화된 유럽에서는 공약이행 못지 않게 공약이행 상황의 공개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정치판에서는 이런 의식이 부족했다. 아무튼 기사 마감일인 3월 22일에야 지자체 공무원들의 철벽 수비(?)를 뚫고 광역단체장 16명에 대한 공약검증을 마칠 수 있었다.
지난해 1차 조사에서는 단체장들의 공약이행률이 평균 29%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그보다는 높아져, 48.8%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민선3기 단체장들은 공약의 절반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밖의 거창한 공약이어서 애초부터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항만을 건설하고 철도를 놓고, 첨단 산업단지를 육성하는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거나 중앙 정부의 협조가 없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안들이어서 공약제시 전 타당성을 면밀히 조사한 후 내놓아야 하는데도 일단 표를 모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쏟아내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민선3기 단체장의 임기는 조만간 끝나지만 우리의 공약검증 추적 보도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민선4기 단체장을 뽑는 5.31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후보시절부터 당선 후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매년 공약검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