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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2006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즐거운 나들이처럼…


 우리 동창회보도 이제 개성이라고 할까, 색깔이라고 해도 좋고 하여간 제 위상을 정립할 때가 됐다. 창간한지 30년을 맞이한다. 사람으로 치면 공자의 말마따나 나름의 뜻을 세우는 '而立'의 階梯에 이른 것이다.

 내가 92년 법대동창회 부회장으로서 처음 이 회보의 논설위원(당시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을 때만해도 16면에 10만부를 훨씬 밑돌았었다. 지금은 그 곱절인 32면에 근 20만부(온.오프라인 합해)를 발행하고 있으니 훌쩍 건너뛴 세월만큼이나 회보도 비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회보 편집진은 이러한 외적 성장에 만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차린 진지상(회보)을 동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입맛에 맞을까", "처음엔 수저를 들었다가 중간에 내려놓지는 않을까"하며 늘 마음을 태운다.

 더구나 다양한 매체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활자매체는 자칫하다간 밀려나기 십상인 어제오늘이다. 신문 구독자 수가 하강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생활 패턴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모교 언론정보연구소와 KBS가 공동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한국인의 신문 읽는 시간이 하루 평균 5분에서 3분으로 줄었다. 이처럼 점점 어려워지는 여건 속에서나마 어떤 모양새로 어떤 알맹이를 담아야 동문들의 사랑을 받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며 나름대로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대도시 교통망을 이렇게 빗대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직선적인 幹線에는 국철이, 곡선적인 支線엔 지하철이 달리고, 이 두 선이 커버하지 못하는 사이로 버스가 달리고 있다고.

 이렇게 보면 우리 회보는 일반 매체와는 달리 동문들이 역까지 걷는 불편을 겪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돼야 할 것이다. 어쩌면 꾸불꾸불한 골목까지 편리하게 누비고 다니는 마을버스인지도 모른다.

- 디럭스 관광버스로 달려보자 -



孫 一 根 

본회 상임부회장

본보 편집인


 

아니! 그 보다는 회보가 月刊이므로 한 달에 한번씩 즐거운 야유회.나들이 가는데 동문들 자택까지 가서 모셔 오고 모셔다 드리는 편안한 관광버스라고 비유해야 옳을 것 같다.

 회보를 이런 버스라고 한다면 마음 같아서는 구조도 특별히 '오더 메이드'해서 원탁 두어 개도 비치해 두고 싶다. 여기에 죽 둘러앉아 서로 무릎을 맞대고 맥주라도 한잔쯤 곁들여 가며 동문간의 우의를 다지는가 하면, 때로는 진지하게 모교와 나라의 장래를 짚어보기도 하며 차창의 풍경도 즐길 수 있는 디럭스한 관광버스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편집스태프의 꿈이다.

 부질없는 白日夢이 아니다. 이렇게 다져진 동문들의 끈끈한 우의와 뜨거운 정성은 몇 해 전 서울대 폐지론 반대와 이번의 동창회 장학빌딩 건립기금 모금에서도 보여주듯 미처 예상 못할 만큼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한 것은 아닐까. 이번 호부터 지면도 쇄신하고 좁은 지면이지만 시(詩壇)와 소설(콩트 릴레이)난도 신설하고 젊은 재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볼 작정이다. 예산이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을 컬러로 인쇄한 것도 상큼한 기분을 즐기시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흡족하지는 못할망정 회보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저희들의 赤誠을 헤아려 주신다면 월례 야유회.나들이가 더욱 뜻있고 즐겁지 않을까 하고 제멋대로 꿈꿔본 것이다.

 蛇足을 단다면, 활자매체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가디안'지 편집장 앨런 러스부리지의 말이기도 하다. 일본은 활자문화진흥법을 만들고 NIE(Newspaper In Education) 캠페인을 벌여 신문을 통한 산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신문인 런던의 '더 타임스'는 大版에서 컴팩트판(小型 = 타블로이드판)으로 바꿨다.

 이 모두가 영속적 기록성을 가지고 반복 熟考의 학습성이 뛰어난 인쇄매체를 살리기 위한 변신의 몸부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회보의 크기가 바로 이번에 바뀐 런던 '더 타임스'와 같은 판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