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12호 2004년 3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공영방송 제구실해줘야

얼마 전 KBS의 한 고위임원이 신입사원 환영사에서 「KBS의 개혁 프로그램」이 감정적이고 완성도가 낮아 사회갈등을 일으켰고 대중성 확보에도 실패했다고 자평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1년 전 새 정부 출범 후 우여곡절 끝에 KBS에 취임한 鄭淵珠사장의 공영방송 1년 평가는 공영방송으로서의 품격은 물론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신뢰를 잃어 KBS를 사랑하는 많은 시청자를 실망시켰다. 프로그램으로 개혁의지를 보이겠다던 그의 포부는 「미디어 포커스」나 「인물현대사」에 정치색이 짙은 주제와 출연진, 균형을 잃은 인물선정과 토론을 선보여 공감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사실 공영방송은 상업적 경쟁이 심화된 뉴미디어 환경에서 전통적인 공영방송의 정체성도 유지해야하고,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해 경쟁력도 살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KBS는 공영성 확보라는 기본과제에다 광고방송이라는 현실 때문에 1·2TV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간방송은 편성의 독립성도 유지해야 하고 객관적인 진실보도는 물론, 다원적인 의견수렴도 해야 하고 고급 프로그램의 개발로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몇 개의 어설픈 개혁 프로그램 손질로 공영방송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2TV는 지난 1년 동안 공영도 민영도 아닌 모호한 채널성격을 정리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대선 직후 KBS 창사기념일에서 盧武鉉대통령은 『방송이 없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되었겠는가』 『대선 기간 중 도움을 받은 방송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공영방송에 공개적으로 감사표시를 했으니 그의 임명을 받은 새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여러모로 화답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케 한다.  우리 국민이 KBS의 국내 언론과 미국문제, 북한과 여야정치관련 보도를 민감하게 지켜보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곧 다가올 총선이 공정하게 실시되고 방송 역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 편파방송 시비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영국의 BBC가 공정보도 문제로 정부와 자주 갈등을 빚어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와 독립을 성취한 사례를 KBS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