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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2006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吳東一 한국작곡가회 상임고문


장녀.큰며느리.손녀 등 3代가 음악 전공

"2남1녀 모두 캠퍼스 커플로 더욱 화목"

 

앞줄 좌로부터 吳玟貞.尹惠垣동문, 한 명 건너 吳東一동문, 한 명 건너 吳素藝동문, 가운데 줄 좌로부터 두 번째 吳承鍾.金文謙동문, 두 명 건너 金榮基동문, 뒷줄 좌로부터 許貞淑.吳承勳동문

 지난 2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있는 사진관 앞에서는 3代가 동문인 가족이 처음으로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녀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일찍 온 손자들을 데리고 근처 음악서점에 들렀다. 이윽고 한 손자가 "와, 할아버지가 쓰신 책들 여기 많네요"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입시.대학교재 베스트셀러인 '응용화성학'과 '기초화성',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3~6차 교육과정), 그리고 '강이 풀리면' '고운님 여의옵고' '3월이 가기 전에' 등 귀에 친숙한 가곡을 만든 주인공은 한국작곡가회 상임고문으로 있는 吳東一(작곡54-58 前강원대 음악학과 명예교수)동문이다.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자녀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고생해준 건 제 아내입니다. 덕분에 2남1녀 모두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고 있으며, 저는 40년 가까이 음악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죠. 사진 찍던 날 책방에 꽂혀있는 제 책들을 보며 손자들이 '할아버지가 노래도 작곡했고 교과서도 집필하셨구나! 멋지다!'라고 해줬으면 그것으로 만족한 인생을 산 거죠."

 기념사진을 찍은 후 吳東一동문은 또 다른 가족 사진을 찍었다. 장녀 吳素藝(기악81-85 피아노 전공)동문, 오보에 주자인 큰며느리 尹惠垣(기악81-85 KBS교향악단 단원)동문과 손녀인 吳玟貞(기악06입)양, 이렇게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이니 3代가 음대 동문 가족을 이루고 있기 때문.

 "집안에 피아노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큰딸은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치게 됐고, 손녀는 어느 날 큰며느리가 해외 연주회를 끝내고 오보에를 선물하면서 곧잘 따라하더랍니다. 스승이나 다름없는 엄마로부터 전수 받았으니 잘할 수밖에 없죠. 고교시절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한 손녀는 손가락 움직이는 게 며느리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밖에 장남 吳承鍾(법학77-81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성균관대 지적재산권법 교수).차남 吳承勳(화학공학80­84 SK 대덕기술원 수석연구원)동문을 비롯해 작은며느리 許貞淑(화학교육83-87 前고교 교사)동문, 사위 金榮基(의학77-83 김영기이비인후과의원 원장)동문 그리고 외손자 金文謙(법학05입)군이 모두 모교 출신이다.

 "원래 꿈은 성악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틈만 나면 노래와 하모니카를 불렀고 밤에도 축음기를 틀어놓은 채 잠이 들곤 했어요. 부친께서 두 살 때 돌아가셔서 형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고향인 평양을 떠나 경북 영주로 이사를 왔습니다.

 시골이라 음악선생도 없는 농업고를 다녔는데 그만 변성기 때 목이 상했어요. 그래도 음악을 하고 싶어 서울사범학교 음악선생을 찾아가 1년간 작곡을 배워 모교에 입학하게 됐고, 당시 사범학교에 다니던 지금의 아내 '金恩淑여사'를 만나는 행운까지 얻었죠."

 창작을 위해선 하루에 소주 한 병­아침에 반, 저녁 때 반을 마셔야 머리가 맑아지고 낭만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다는 吳東一동문. 그는 평소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안한 옷차림에 배낭 하나를 매고 전국의 명소를 찾아다닌다고.

 "자연을 벗삼아 길을 걷고,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음악이 떠오르게 됩니다. 올해 가을쯤 제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국의 명소:산 찾아 물 따라'라는 제목의 가곡집과 합창곡집을 낼 예정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좋은 노래로 보답해야죠."

 한편 吳東一동문이 학교에서 부인을 만났듯 자녀들도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통했다고.

 "딸 素藝이와 큰며느리는 음대 동기동창이라 신입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그래서 큰며느리가 자연스레 집에 놀러오면서 承鍾이를 만나게 됐죠. 素藝는 피아노전공 여학생들과 의대 남학생들이 함께 간 MT에서 사위를 만났고, 차남 承勳이와 작은며느리는 대학원 시절 조교 선후배 사이로 알게 돼 일찍 결혼에 골인하게 됐죠."

 어릴 적부터 독서광이었던 장남 吳承鍾동문은 한 가지 일도 하기 힘든데 학생들을 가르치며 변호사 활동을 겸하고 있다. 10여 년간 판사생활을 한 후 변호사로 전향하게 된 吳承鍾동문은 부친의 글 쓰는 재능을 물려받아서인지 그가 쓴 저작권법 관련 서적 역시 필독서로 읽히고 있으며, 특허법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문도 각종 학회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차남인 承勳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그동안 석유화학산업의 핵심기술인 촉매와 공정기술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었는데, 承勳이가 연구팀과 함께 국내 최초로 촉매기술 국산화에 성공했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공정기술을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노래에 일가견이 있으며, 축농증, 알레르기성 비염 등 '코 박사'로 해외에서도 의료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사위 金榮基동문은 인제대 의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대치동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