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2006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느 티 나 무 광 장
최근 우리 나라에는 '역사상 최초의 일'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2년 전 국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뒤집은 일이 일어나더니 작년엔 두 차례 재 .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0 대 23, 0 대 5로 패배하는 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졌다. 용맹무쌍한 홍콩 원정 시위도 빼놓을 수 없는 사상 최초의 하나였다. 해가 바뀌자마자 대통령의 장관 기용을 여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희한한 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졌다.
법무부 장관이 "×만한 ××들" 운운해가며 정부 비판 필자들을 욕한 것이 보도된 것도 아마 사상 최초의 일인 것 같다. 현직 경찰관이 자기의 모자를 청와대에 보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일 처리를 비판한 일도 틀림없이 사상 최초의 일일 것이다.
스톱! '史上 최초' 행진 
宋 鎭 赫
前중앙일보 논설고문
본보 논설위원
아마 가장 충격적인 사상 최초의 일은 줄기세포의 영광과 몰락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사상 최초라고 우리는 얼마나 열광했던가. 그러다가 그것이 사실은 조작됐고 없는 것이라는 사상 최초의 급반전에 또 얼마나 좌절했는가. 우리 역사에서 아마 이만한 사상 최초의 일도 다시 있긴 어려울 것이다. '
황금박쥐'라는 괴상한 후원집단도 사상 최초요, 청와대 보좌관이 된 여교수에게 보낸 2억5천만원도 사상 최초의 일일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의 수사 대상자를 향해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일 또한 사상 처음의 일이 아닐까.
이처럼 최근 부쩍 자주 보게 되는 사상 최초의 일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어이없게 하고, 성나게 하고, 혼란과 좌절감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저 월드컵 4강 같은 기분 좋은 사상 최초의 일은 아련한 기억일 뿐이다.
왜 이런 사상 최초의 일이 계속될까. 혹,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품위나 교양, 지성과 균형 감각 같은 가치들보다는 몰상식, 철면피, 증오, 욕심, 폼 잡고 광내는 일 따위의 천박한 요소들이 더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에도 여러 가지 큰 일이 많다. 지방 선거가 있고 개헌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 문제, 경제 . 교육 문제, 국가 경쟁력 확보 등 큰 일이 쌓여 있다. 더 이상 비정상적 . 비상식적인 사상 최초의 일들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성급한 성과주의, 위선과 아첨, 튀는 언동, 노골적인 이기주의…. 이런 폐풍을 이젠 좀 가라앉히고 올해부터는 좀 더 차분 . 침착하고 내실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돼야 하겠다. 대통령부터 사상 최초의 일을 좀 덜 만들어야겠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 두바이 석유가격이 사상 최초로 60달러를 넘었다는 TV 자막을 보면서 이 불길하고 피곤한 '사상 최초'의 행진이 빨리 끝나기를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