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2006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관 악 춘 추
黃禹錫교수가 환자맞춤형 인간체세포복제 줄기세포 기술을 발표하고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는 살맛났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黃禹錫 줄기세포' 이야기로 신바람이 났고 우리도 이젠 제대로 된 노벨상 하나 갖게 되는구나 싶었다. 黃교수가 노벨상을 타는 일은 떼어 놓은 당상이자 단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살다보면 세상에 이런 즐거운 일도 다 있구나 싶었고 안 되던 일도 덩달아 잘 풀렸다. '서울대 黃禹錫교수'는 우리들의 영웅이고 우상이었다.
그런데 그 黃禹錫 신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사이언스'지 논문은 모두 조작이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한번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으면서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어깨 으쓱해지던 코리안 프리미엄은 졸지에 손가락질 받는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전락했다. 기대와 자랑이 컸던 만큼 실망과 허탈감도 컸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번 일로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절망할 것까지는 없다. '黃禹錫 파동'으로 잃은 것 못지 않게 얻은 것도 많다. 무엇보다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과 서울대 조사위가 한국과학계의 자정능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함으로써 한국의 신뢰도를 높인 것은 큰 소득이다.
그래도 '과학한국' 미래는 밝다
알다시피 黃禹錫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문제점을 맨 처음 제기한 것은 우리의 젊은 생명공학도들이었다. 만약에 외국 과학자들이 먼저 '조작' 사실을 적발해냈다면 어쩔뻔 했는가. 거짓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한국에 쏟아질 지탄과 경멸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의 용기와 열정 못지 않게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며 오로지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 서울대 조사위의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한국과학계의 이러한 자정노력은 세계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서 한국과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여기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黃禹錫 파동은 역설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丙戌年 정초부터 상처받은 서울대인들의 가슴을 씻어 주는 밝은 소식이 날아들어 반갑다. 교육부가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학자를 선정해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는 '국가석학'(스타 패컬티) 11명 가운데 10명이 서울대 동문들이고 그 중 6명은 서울대 교수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黃교수처럼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았어도 해당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모교 물리학부의 金鎭義교수 등 몇몇은 SCI 피인용 횟수가 노벨상 수상자들의 그것에 근접해 있다니 '과학한국'의 미래는 밝다. 〈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