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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호 2006년 1월] 기고 감상평

나이는 숫자에 불과 … 받아들이자


 요즈음 부쩍 신문이나 TV를 통해 노년 문제가 부각되면서 노년의 건강, 장수를 위한 식생활 등 노년의 삶에 대한 기사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돼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지하철 탈 때 신분증 보여 달라는 것을 봐도 나는 노년이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칠순'이라는 엄청난 세월의 수레바퀴에 걸려들었으니 아야! 소리 한번 크게 질러보지 못하고 노인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노년이 활기차게도, 초라하게도 되는 것 같다"

 그물에 걸린 고기가 제 아무리 힘이 좋다 한들 어찌 빠져 나올 수 있으며,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며 맵시 좋게 유선형으로 아름답게 헤엄치던 과거를 떠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니 이제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몰골 사납지 않게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人生 七十 古來稀'라 하여 옛부터 70세를 살기 힘들다 했는데, 70을 살았으니 내일 세상을 뜬다 해도 여한이 없으련만 사람의 평균수명이 80 몇 살이라고도 하고, 병들지 않으면 천수가 1백20살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에 점점 솔깃해져 아직 더 살아야 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보람된 노년을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절실해진다.





李仁子(가정교육55-59)
건국대 명예교수 . 서경대 석좌교수 . 시인




 독수리의 기개로 비상할 것인가? 아니면 거미처럼 희생만 하고 떠내려갈 것인가? 새 중에 가장 장수하는 독수리는 70세를 사는데, 모든 독수리가 70수를 하는 것이 아니고 40세쯤 되었을 때 두 갈래 길에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 숙고를 한다고 한다.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피나는 각고를 겪고 30년을 더 살 것인가? 고통을 감내해서라도 오래 살겠다는 결심이 서면 높은 산 바위 위로 올라가서 바윗돌에 자신의 부리를 모두 찍어 부수고 나면 새 부리가 생기고, 이 새 부리로 날개 털을 모두 뽑고 발톱을 모두 뽑아 내는 고통을 겪고 나면 새 날개와 새 발톱이 생겨서 이때부터 다시 30년 동안 독수리의 위세를 떨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거미는 온몸을 통통하게 살찌게 한 후 새끼를 배고 새끼를 낳은 후에는 저축해 놓았던 영양소로 새끼를 키우고 마침내 새끼가 다 자란 후에는 어미 거미는 껍질만 남은 채 흘러가는 냇물에 쓸려 거미의 일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동물의 세계도 이렇게 극과 극의 생활사가 있듯이 사람의 일생도 주어진 환경과 마음먹고 행동하기에 따라서 노년이 활기 차게도, 초라하게도 되는 것 같다. 비행기가 안착할 때 들리는 이 음악은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림과 동시에 사고 없이 다시 살아난 것을 축복해 주는 복음 성가 같은 안위를 준다.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아직도 부슬부슬 눈 내리는 인생 행로에서,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눈 쌓인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게 독수리의 기개를 거울삼아 몸과 마음을 꾸준히 연마해 핸들을 잡은 내 팔에 힘이 있고, 기분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이 남아 있어 천수를 다한 도착 지점에서 삶을 멋있게 완주한 기쁨을 맛봐야 할 것 같다.
 "엄마! 쇼팽 콩쿠르에 왔던 심사위원인 영국의 어떤 귀족부인은 87살인데 너무 곱고 정정해. 엄마도 아직 멀었어…. 엄마! 안식교인인 어떤 할머니는 102살에 운전면허를 갱신했대. 그러니 엄마는 노인이 아니야." 딸이 열심히 챙겨주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아마도 아들 녀석들도 같은 생각을 하리라고 미뤄 짐작하며 2006년의 새해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