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34호 2006년 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새해를 열며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엄청난 일을 성취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모양을 갖추게 됐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제11위의 공업국이 됐다. 국제적인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국토의 분단과 참담한 내란을 겪으면서 이만한 업적을 성취했다는 것은 기적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냉정히 전후좌우를 살펴보자. 우리의 성취에는 허점이 많다. OECD에 가입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었다. 나이는 먹고 몸집은 어른이 됐지만, 머리는 아직도 중학생 정도이다. 知力이 낮아서 어딜 보아도 성숙한 모양이 없다. 세계의 大局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해만 챙기는데 열중하고 있다. 아침저녁 반미 친미, 보수 진보, 성장 분배 등의 고식적인 구호에 매달리면서 네거티브 . 섬 . 게임(Negative-sum Game)에 여념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 이 나라는 전반적으로 일찍이 보지 못한 큰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大局을 보고 大道로 가자



趙 淳 
모교 명예교수
민족문화추진회장






 이제 지난날의 업적을 자랑하는 것은 그만두자. `한강의 기적' 정도의 기적은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 집착해 개발연대의 향수에 집착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세계와 국내의 大局을 보고, 장래의 大道를 찾아야 한다.

 세계의 大局은 무엇인가. 세계는 지금 3~4백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인도 및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21세기 세계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Globalization의 질서와 WTO는 그 원래의 취지와는 크게 달라져 있지만, 세계경제의 지역화, 자유화가 계속되면서 아시아의 대두는 계속될 것이다. 일본은 이 대세를 옛날로 돌리고자 애쓸 것이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이 대세에 적응하기에는 그 체질이 너무나 굳어 있어, 어떤 천지개벽이 없는 한,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유일의 超大國으로서, 그 막강한 무력을 활용해 `민주주의'의 전파와 `자유의 행진'의 추진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력, 경제력, 외교력 및 문화력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선진지역의 급속한 인구의 노령화, 인종간의 갈등, 종교간의 차이 등으로 정체성의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가 걸어야 할 大道는 무엇인가. 이제부터는 나라의 연령과 몸집에 부응하는 성숙한 知力을 갖춰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접고, 한꺼번에 선진국이 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 나라가 정상적인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 만도 적어도 한 세대가 걸릴 것이다. Globalization이라는 세계의 대세에 따르면서, 그 부작용에 대처해야 한다. 경제면에서는 부지불식간에 정부와 업계가 이미 그 선택을 했다. 적극적으로 중국과 인도에 진출하고 아세안과 FTA를 맺는다고 했다. 기득권층은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하며, 정당이나 근로자나 무분별한 데모는 그만둬야 한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통일이 될 것을 바라서도 안 된다. 저쪽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일 만큼 그 체제와 이념이 신축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든 일에 좀더 성숙해야 한다.